03 오온의 해체

존재의 구성과 불변성의 부재

by 현루

​1. 오온(五蘊): '나'라고 착각하는 다섯 가지 더미의 등장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般若)를 행하여 비추어 본 대상은 오온(五蘊, Pañca-skandha)입니다.

경전은 '오온개공(五蘊皆空)'이라는 결정적인 통찰을 내놓기 전에, 반드시 이 '오온'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해체합니다.

오온은 곧 인간의 정신적·육체적 존재를 구성한다고 여겨지는 다섯 가지 요소의 집합을 의미합니다.


​'온(蘊, Skandha)'은 산스크리트어로 '쌓임', '모임', '무더기', '더미'라는 뜻입니다.

이는 불교 철학이 인간의 존재를 영원불변한 단일한 실체(我, 영혼)로 보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고 상호작용하는 다섯 가지 요소들의 임시적인 조합이자 무더기로 본다는 근본적인 시각을 반영합니다.


​오온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무더기로 구성됩니다.

첫째는 물질적 현상인 색(色)이며, 둘째는 감각적 느낌인 수(受), 셋째는 개념화 작용인 상(想), 넷째는 의지적 추진력인 행(行), 다섯째는 분별적 인식 바탕인 식(識)입니다.


​이 다섯 가지 요소는 우리의 경험 세계 전체를 포괄합니다.

색(色)은 물질적인 영역을 대변하며, 나머지 넷(수, 상, 행, 식)은 정신적·심리적인 영역을 대변합니다.

우리는 이 다섯 무더기 중 어느 하나 혹은 그 조합을 '나'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며 고통을 겪습니다. 오온의 해체는 곧 '나'라는 집착의 대상 자체를 근원적으로 해체하는 작업입니다.


2. 색(色): 물질적 존재와 그 무상성 및 공성


​오온 중 가장 먼저 언급되는 색(色, Rūpa)은 물질적인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우리의 육체(신체)와 감각 기관뿐만 아니라, 육체가 인식하는 외부의 모든 대상(형상, 소리, 냄새, 맛, 감촉 등)을 포괄합니다.

색은 오온 중 유일하게 물질적인 속성을 가집니다.


​A. 색의 고전적 정의: 가파괴(可破壞)와 가장애(可障礙)


​고전적인 불교 인식론에서 색의 특징은 두 가지로 설명됩니다.

첫째는 가파괴성(可破壞)입니다.

물질은 외부적인 조건이나 내부적인 변화에 의해 파괴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육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쇠하고 병들며 결국 소멸합니다. 외부 물질 또한 끊임없이 변하고 닳습니다.

즉, 색은 고정된 실체 없이 무상하다(無常)는 속성을 가집니다.
​둘째는 가장애성(可障礙)입니다.

물질은 공간을 점유하므로 다른 물질에 의해 가로막히거나 방해받을 수 있습니다.

나의 신체는 유한하며, 외부 물질과 명확한 경계를 가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현대인은 자신의 육체나 재산, 소유물 같은 '색'의 영역에 가장 크고 명백한 집착을 둡니다.

육체가 영원하거나 건강하기를 바라며, 소유물이 변치 않고 안전하기를 갈망합니다.

그러나 색은 본질적으로 조건(因緣)에 따라 임시적으로 형성된 무더기일 뿐이기에, 이 집착은 필연적으로 고통(苦)으로 이어집니다.


​B. 현대 과학과 색의 공성


​색의 본질은 공성(空性)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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