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이라는 얼룩을 지우고 바라본 진짜 세상
우리는 흔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라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화엄경(華嚴經)》은 우리가 마주하는 풍경이 사실은 각자가 쓰고 있는 두꺼운 '편견의 안경'을 통해 굴절된 결과물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현대인의 삶은 수많은 정보와 고정관념, 그리고 과거의 경험이라는 먼지로 가득 차 있다.
이 먼지들이 안경 렌즈 위에 겹겹이 쌓여 본래의 투명함을 잃어버릴 때, 우리는 세상을 왜곡해서 보기 시작한다.
맑은 날씨조차 내 안경이 흐리면 잿빛으로 보이고, 상대방의 선의조차 내 안경에 의심의 얼룩이 묻어 있으면 가식으로 비친다.
화엄의 지혜는 새로운 세상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안경의 얼룩을 닦아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범주화하고 규정한다.
"저 사람은 이런 부류야", "이 상황은 보나 마나 실패할 거야"라는 식의 단정은 안경 위에 그어진 깊은 스크래치와 같다.
이러한 편견은 우리를 효율적으로 판단하게 돕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세상이 지닌 중중무진(重重無盡)한 가능성을 차단해 버린다. 화엄경의 핵심 사상인 '법계연기(法界緣起)'는
이 세상 모든 존재가 서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음을 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