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중(衆) 이야기
승가(僧家)에는 ‘하심(下心)’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 자신을 낮추고 마음을 아래로 내려놓는다는 뜻이다.
과거 스님들이 바루(발우)를 들고 마을로 내려가 탁발을 했던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함이 아니었다.
중생들의 공양을 받으며 아상을 꺾고, 그들에게 복을 지을 기회를 주는 엄연한 수행의 연장이었다. 하지만 물질이 풍요로워진 요즘 세상에서 탁발은 거의 사라졌다.
특별한 수행의 목적이 아니고서야 종단 차원에서 허가증을 목에 걸고 나서는 일도 드물다.
그런데 이 비어버린 수행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존재들이 있다. 이른바 ‘이발소 중’이라 불리는 이들이다.
그들은 승가 대학을 나온 적도, 법명을 받은 적도 없다.
그저 동네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시원하게 밀고, 시장에서 파는 회색 승복 한 벌을 걸치면 준비 끝이다.
서너 명이 무리를 지어 전국의 식당가나 시장통을 누비며 목탁을 두드린다.
법적 근거가 모호해 제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그들은 수행 대신 ‘수익’을 목적으로 세상을 유랑한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수익금(탁발 시주금)으로 모여서 유흥을 즐긴다.
진짜 스님들이 보면 기가 찰 노릇이지만,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똑같은 ‘스님’으로 보일 뿐이다.
어느 날, 오랜만에 어릴 적 친구들이 찾아왔다.
출가 후에도 변치 않고 나를 ‘스님’ 대신 ‘ 친구’라고 대해주는 귀한 인연들이다.
물론 예의를 갖춘다.
우리는 시내의 한 북적이는 음식점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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