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른손으로 시를 씁니다

04 환자복을 입으며

by 현루


《 환자복을 입으며 》


처음 입는 옷이었습니다
색도
모양도
어색했습니다

누군가는
매일 갈아입는 옷이라 했고
누군가는
몸보다 마음이
더 작아진다고 했습니다

줄무늬는
단순했지만
내 마음은
복잡했습니다

병명이 적힌 팔찌와
너무 헐렁한 바지
낯선 거울 앞에서
나는 한참을 있었습니다

이 옷이
나를 환자로 만든 것이 아니라
내가
이 옷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묻고 있었습니다

나는
조용히 단추를 채우고
작은 결심 하나
속으로 삼켰습니다

이 옷을 입고도
나는
사람으로
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