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코끼리 몽실이와 동자승 소담
절 뒷마당 장독대에는 이가 빠지고 유난히 때가 탄 낡은 옹기들이 구석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몽실이는 매끄럽고 윤이 나는 새 항아리들 사이에서 거칠거칠한 그 옹기들이 못내 안쓰러웠지만 보기가 싫다고 버리려 합니다.
몽실이가 소담이에게 말을 건넵니다.
"소담아, 이 항아리들은 너무 낡았어. 군데군데 금도 가고, 빛깔도 탁해. 차라리 새 걸로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보기에도 안 좋잖아."
소담이는 수건을 꺼내 낡은 옹기의 몸통을 조심스레 닦아내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몽실아, 겉이 반질반질한 새 항아리는 속을 꽉 닫아걸고 있지만, 이 낡은 옹기는 제 몸에 수만 개의 숨구멍을 내어주고 있단다. 비바람을 맞고 햇볕에 그을리며 스스로를 깎아낸 흔적이지."
소담이는 옹기 뚜껑을 열어 안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안에는 깊고 진한 향의 된장이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겉모습이 낡으면 쓸모없다고들 해.
하지만 진짜 맛은 이 낡은 구멍 사이로 공기가 드나들고 세월이 스며들 때 비로소 완성되는 거야.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스스로를 비워내며 견딘 시간만이 줄 수 있는 깊이지."
몽실이는 코끝을 옹기에 대고 깊은 향을 맡았습니다.
단순히 짠내가 아니라, 견뎌온 시간의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그럼 어른들도 나이가 들고 주름이 생기는 게, 사실은 세상을 더 깊게 담으려고 숨구멍을 내는 과정인 거야?"
소담이는 몽실이의 물음에 가만히 미소 지었습니다.
"응, 몽실아. 낡아간다는 건 빛이 바래는 게 아니라, 비로소 세상과 숨을 나누는 법을 배우는 거란다. 흠집 난 자리가 아픈 게 아니라, 그 틈으로 비로소 진정한 향기가 배어 나오는 법이지."
두 친구는 석양 아래 발갛게 달아오른 낡은 옹기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제 몸을 열어 맛을 지켜낸 옹기는, 그 어떤 화려한 도자기보다 당당해 보였습니다.
"당신의 주름과 상처를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그것은 세상을 밀어내는 벽이 아니라,
삶의 진한 향기를 품기 위해
당신이 낸 고귀한 숨구멍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