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無題

by 현루

버티고 견디던 마음이 잠시 휘청거렸다.

"부질없고 덧없다"라는 생각이 엄습했다.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이 내상황에 맞다 하더라도 생각에 매몰되면 끝을 알기에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며칠 동안 글 발행도 멈추고, 글쓰기도 멈추고,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는 일에만 충실했다.

그러다 어느 영상을 보다가 울음이

정말 오랜만에 터졌다.

스스로를 쓰다듬으면서 위로를 하고 나니 마음이 다시 차분해졌다.
그러다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에 다녀왔다.

약만 받아오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의사는 그냥 약만 처방해주지 않고, 적극적인 치료를 권했고, 혈액종양내과 진료까지 함께 보자고 했다.

덕분에 나는 몰라도 될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간암 3기라고 했다.

수술은 어렵고 표적치료나 약물 치료도 검사를 또다시 해서 맞춤 치료를 해야 한단다.

결론은 그저 연명이었다.

검사도 중소도시인 이곳은 어렵고 대구 정도는 가야 한다는데 설상가상 가고 싶어도 이동수단과 동행할 보호자가 없기에 어렵다.

이런저런 상담과 진료 후 더욱 연명치료의 불필요를 더 느꼈다.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11cm의 암덩어리와 함께 산 것이.

모른 채로 지냈다면 더 편했을까?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고 그래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무엇을 하지 않을지에 대한 선택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살고 싶어 한다고 했다.

참 맞는 말이다.

그래서 더 잘 살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런데 그 ‘잘’이라는 기준은 참 애매하다. 누군가에게는 끝까지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잘 사는 일이었고, 또 누군가에게는 더 이상의 치료를 멈추는 것이 잘 사는 일이었다.

참으로 명확한 기준이다.

각자 알아서 견디라는 말이었으니까.
나는 요 며칠 자주 말했다.

부질없다고.

참으로 간결한 단어였다.

많은 것을 설명해 주면서도,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 말이었다.

그래서 더 자주 떠올랐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이렇게 자주 요동치는 것도, 어쩌면 아직 놓지 못한 무언가가 있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암이지만, 치료를 하지 않아도 어쩌면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참 희망적인 생각이었다.

근거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틀렸다고 말할 수도 없는 생각이었다.

사람은 원래 그런 희망으로 버티기도 하니까.
그래서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참으로 단단한 결심이었다.

무엇을 위해 다잡았는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어쨌든 다잡아야 할 것 같았다.

살아야겠다는 다짐인지, 버텨야겠다는 다짐인지, 아니면 그냥 하루를 넘겨보겠다는 다짐인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어차피 모든 것은 부질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그 부질없음 속에서 하루를 살아내는 일이 가장 덜 부질없는 일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오늘 글은 무얼 말하고 싶은 걸까.

미완성 글을 처음 발행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