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나를 돌보는 시간이 먼저여야 하는 이유

by 현루

나를 돌보는 시간이 먼저여야 하는 이유


1. 타인의 삶에 침범당한 나의 일상


​우리는 하루 중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나'를 위해 사용하고 있을까요?

언뜻 생각하면 잠자는 시간이나 혼자 밥을 먹는 시간이 모두 나를 위한 시간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조차 누군가에게 온 메시지에 답장할 타이밍을 고민하거나, 낮에 있었던 타인의 무례한 언사를 곱씹으며 감정을 소모하고 있다면 그것은 온전한 나의 시간이 아닙니다.

우리는 물리적으로 혼자 있을 때조차 타인의 시선과 기대라는 보이지 않는 손길에 끊임없이 침범당하며 살아갑니다.
​타인에게 친절하고자 애쓰는 사람일수록 '나를 돌보는 시간'을 이기적인 행위나 시간 낭비로 치부하곤 합니다.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할 때 즉각 응답하지 않으면 무책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결국 나라는 존재의 중심축을 흔들리게 만듭니다.

나를 돌보는 시간이 사라진 자리는 타인의 욕구와 감정적 쓰레기로 채워지며, 종국에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상태인지조차 감각하지 못하는 '자아 상실'의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2. 회복 탄력성의 원천, '자기 자비'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생산적이고 사교적일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마음의 근육도 육체와 마찬가지로 이완과 수축의 반복이 필요합니다.

타인에게 쏟아붓는 에너지가 '수축'이라면, 나를 돌보는 시간은 '이완'의 과정입니다.

이 이완의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마음의 탄력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작은 비판에도 심하게 상처받고, 사소한 갈등 앞에서도 도망치고 싶어지는 이유는 당신의 마음이 유연함을 잃고 딱딱하게 굳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나를 돌본다는 것은 거창한 취미 생활이나 값비싼 보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기 자비(Self-Compassion)'를 실천하는 일입니다.

타인이 실수했을 때 "그럴 수도 있지"라고 위로하듯, 나 자신에게도 그만큼의 관대함을 베푸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타인의 비위를 맞추느라 고생한 나를 위해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어주고, 불편한 감정을 억누르느라 애쓴 내 마음에게 "수고했다"라고 말해주는 짧은 순간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자기 돌봄의 시간이 쌓여야만 우리는 외부의 충격에도 쉽게 꺾이지 않는 단단한 '회복 탄력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3. '고립'이 아닌 '고독'을 선택할 권리


​많은 이들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사회적 고립'이나 외톨이가 되는 과정으로 오해하며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타인과 연결되기 위해 나를 지우는 고립보다는, 나 자신과 깊게 연결되기 위한 '고독'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건강한 삶의 방식입니다.

고독은 타인과의 관계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소진된 나를 재정비하는 성스러운 시간입니다.

이 시간 동안 우리는 타인의 목소리를 소거하고 오로지 내면의 주파수에 귀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내가 나를 돌보지 않으면, 타인에게 나의 돌봄을 갈구하게 됩니다.

"내가 이렇게 잘해주는데 왜 너는 나를 몰라주니?"라는 서운함이 폭발하는 지점은 사실 내가 나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결핍의 신호입니다.

내가 나를 충분히 사랑하고 돌보고 있다면, 타인의 인정이나 보답에 목매지 않게 됩니다.

친절의 동기가 '상대방의 반응'이 아니라 '나의 여유'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나를 돌보는 시간은 타인과 더 건강하고 대등한 관계를 맺기 위한 필수적인 준비 과정인 셈입니다.


4.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우선순위, '나'


​어느 안전 교육에서는 위급 상황 시 보호자가 먼저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뒤 아이를 도와주라고 가르칩니다.

내가 숨을 쉴 수 있어야 남도 살릴 수 있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논리입니다.

인간관계 역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내가 정서적으로 질식할 지경인데 타인에게 산소를 나누어주려 애쓰는 것은 공멸로 가는 길입니다. 당신이 먼저 행복하고 평온해야 당신 주변의 공기도 맑아집니다.
​오늘부터 '나를 돌보는 시간'을 일과의 최우선 순위에 두십시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단 30분만이라도 좋습니다.

그 시간만큼은 타인의 연락도, 걱정도, 기대도 모두 문밖으로 밀어내십시오.

당신은 그럴 자격이 충분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당신 자신에게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나를 아끼는 마음이 충분히 차올라 밖으로 흘러넘칠 때, 비로소 당신의 친절은 진정성을 얻고 상대방에게도 따뜻한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