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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을 달리다. 비에이

초원과 언덕 그리고 자전거

by 김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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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이는 아사히카와와 후라노의 사이에 있는 작은 도시다. 위 지도에 표시된 대로 철도 후라노 선을 통해 갈 수 있다. 여름철에는 초록이며 겨울에는 순백인 여러모로 매력적인 도시라 한다. 나는 7월에 방문했으니 나에게는 오직 초록의 낙원이다.



3bf300d6.jpg 비에이 역. 인터넷에서 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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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서 내리면 작은 광장이 당신을 맞이한다. 역을 등지고 광장을 바라본 상태에서 왼쪽에 관광안내소가 있다. 한국어 책자도 있고, 유료 짐 보관도 가능하다. 또한 관광 안내소 옆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가격은 결코 싸진 않지만 걸어 다니려면 짜증 나니까 자전거를 빌리도록 하자.

자전거는 일반 자전거와 전동 자전거가 있다. 전동 자전거는 비싼데 그만큼 편하다고 한다. 내가 갔을 땐 이미 전동자전거는 다 나가서 일반 자전거를 빌렸다. 이름과 국가 정도를 기입하고 사악한 대여료를 내고 나서 '자전거는 당분간 내 것입니다.'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면, 아저씨가 어느 코스를 갈 거냐고 물어본다. 크게 길을 중심으로 반을 뚝 잘라서 패치워크와 파노라마 로드로 나뉘는데 몇 시간 머물 것인지, 뭘 보고 싶은지 정도를 말하면 아저씨가 지도를 가져와서 색연필로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오르막과 내리막, 쉼터와 사진 찍기 좋은 곳을 듣고 나서 이제 시작이다.

혹시나 자전거를 빌릴 때 브레이크 체크를 꼭 하도록 하자. 내리막에서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고 굉음이 나서 꽤나 당황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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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팁을 하나 푼다. 여자친구에게 주기적으로 꽃을 상납하면 삶이 편하다. 특히나 여행에서라면 더욱더.


SAM_7632-0.jpg 다이마루, 가라아게
SAM_7633-0.jpg 다이마루, 돈까스 카레 우동

배가 고프니까 밥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식당은 다이마루. 비에이역 근처 나름 번화가(?)에 있고 걸어서 가기에 충분히 가깝다. 5분 정도 걸리려나... 맛은 막 감동적인 천상의 맛은 아니어도 충분히 깔끔하고 흠잡을 데 없는 맛이다. 카레우동세트에 함께 나온 비에이 우유는 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다이마루.PNG 다이마루, 구글 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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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헬로키티가 도로공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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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 전용 도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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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라마 워크에 있는 카페 '카브'. 커브길에 있어서 이름이 카브라고 한다. 전망이 좋고 아기자기하다. 자리는 사진에 보이는 바 좌석과 야외에 테이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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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시켰는데 냉장고에서 기성품 UCC 커피를 컵에다 따라준다. 뭐 맛이 뭐가 중요한가. 자전거 타다가 잠시 쉬어갈 수 있음에 만족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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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사진을 소개하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내 사진 투성이다. 소감을 말하자면 한 번쯤 가볼만한 곳이다. 하늘과 맞닿은 초록 언덕이 참말이지 예쁘다. 중간중간 방목하는 소에게 말을 걸 수도 있고, 옥수수 밭을 넋 놓고 바라볼 수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찾아보면 이런 동네는 종종 있을 수 있지만 신경 쓰지 말도록 하자. 여행은 여행으로 이미 낭만적이니까. 당신이 당신으로 이미 특별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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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쿠신칸 옆 산책로다. 자작나무의 길(백화의 길). 타쿠신칸 사진은 왜 없냐면 나에겐 정말 별로였기 때문이다. 일종의 사진관(?)이었는데 고즈넉한 분위기는 일품이었지만 굳이 뭐 가서 볼만한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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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괴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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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비에이 시내.


본문에는 비에이가 노-매력의 도시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전혀 아니다. 마땅히 특별한게 없는 관광지 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뭐가 중요한가. 나도 너도 우리는 특별하지 않아도 각자 깊고도 깊은 사람인데. 비에이의 별거아닌 매력을 당신도 좋아할 것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나는 라벤더 아이스크림만 빼면 후라노보다 훨씬 좋았다.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언덕 사이를 누비는데 마음이 절로 평화로워진다. 풍경은 고즈넉하고 예쁘다. 겨울이 아닌 여름에도 충분히 훌륭하다. 렌트를 할 수 있으면 더욱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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