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를 처음 본 어느 7월에.
오타루를 출발해 삿포로 들려 아사히카와에 갔다. 아사히카와 숙소에 짐을 풀었다. 호텔 이름은 HOTEL LEOPALACE ASAHIKAWA이며, 아사히카와 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전형적인 일본 비즈니스호텔이며 1박에 7만 원 정도에 예약했다. 적당한 위치에 적당한 가격만으로도 훌륭한 숙소지만, 가장 큰 장점은 저번에 소개한 적이 있는 짱짱 맛집 2곳과도 가깝다는 것이다. 두 맛집 중간에 위치하며 각각 걸어서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징키즈칸과 라멘 맛집을 소개한 지난 글 링크 : 외워라, 숙소는 아사히카와다.
아사히카와 역은 큰 쇼핑몰과 이어져 있다. 용산역이나 서울역을 생각하면 된다. 옷가게, 식당, 마트까지 다 이어져 있어서 은근히 둘러보기에 좋다. 어느 식당에 들어가서 세트를 시켜 먹었다. 우리는 당연히 2인 용인 줄 알고 저 세트 하나만 시켜서 나눠먹고 나오는데, 옆 테이블에 어떤 할머니는 이걸 시켜서 혼자 먹고 있었다. 작은 덮밥 2개, 따뜻한 소바, 차가운 소바. 이렇게 4개가 포함된 세트였는데..
일본 사람들은 싱겁게 먹고 소식한다고 그렇게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언제나 밥은 양이 많았고, 내 입에는 항상 짰다. 일식이 나름 건강식인 줄 알았었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다.
아사히카와에서 후라노까지 가는 기차다. 2량짜리 작은 열차였는데 좌석은 미리 앉는 게 임자다. 좌석 배열도 기차와 지하철의 중간으로 되어있고, 운이 없으면 서서 가야 한다. 물론 난 자리가 없다고 서서 가지는 않고 출구 쪽 계단에 걸터앉아서 갔다. 라벤더 시즌엔 특별 열차도 운행한다고 들었다. 더 이쁘고 후라노 스탬프가 있는 열차 같았는데 그걸 타지 못해서 약간은 아쉬웠다.
라벤더 철에는 임시역인 라벤더 밭 역을 운영한다.(ラベンダー畑, 라벤다바타케 역)
허허벌판에 대충 만들어 놓은 역이라서 내리면 들판 한가운데다. 길을 모른다고 당황하지는 말자. 사람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정히 불안하면 저기 보이는 산 중턱을 살펴보자. 보라색 라벤더가 희미하게 보일 것이다.
걸어가는 길은 그렇게 멀지 않다. 보통 걸음으로 10~15분이면 충분하다.
팜 도미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메론가게가 날 반긴다. 호박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진한 색의 메론 속살을 보면 먹을 수밖에 없다. 조각 단위로 팔고 결코 싸진 않다. 그래도 한 번은 먹을 만하다.
당신이 익히 알듯 일본은 디저트의 나라다. 골목마다 수준급의 케익가게가 있고 심지어 가격도 비싸지 않다. 팜 도미타도 예외는 아닌데 한 번씩 둘러보고 맛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2015 사진이니 가격은 참고만 하길 부탁한다.
자 아마도 당신은 팜 도미타에 도착하자마 메론 한쪽을 먹고, 케익들을 구경하다가 결국 참지 못해 메론빵과 후라노 우유를 한 병 마셨을 것이다. 이제 먹을 만큼 먹었으니까 라벤더를 보러 갈 차례다.
라벤더 밭은 내가 상상한 것만큼 엄청 짱짱 넓지는 않다. 끝없이 펼쳐진 라벤더 평원을 상상했다면 약간 실망할 수도 있으리라. 그래도 당신이 지금껏 본 라벤더 꽃밭보다는 넓을 것이다. (사실 난 라벤더를 태어나서 처음 봤다..) 게다가 각도를 잘 잡으면 정말 예쁘고 환상적으로 보이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라벤더의 향기를 담을 수 없으니 최대한 넓어 보이 게라도 사진을 찍도록 하자.
라벤더 밭은 언덕이다. 구경하고 사진을 찍으려면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해야는데 당연히 다리가 아파올 것이다. 그땐 무조건 라벤더 아이스크림을 먹자. 짱짱꿀짱짱짱꿀맛!!!!!!!!!!! 진짜 꼭 먹어야 한다. 나는 너무 맛있어서 앉은자리에서 두 번 먹었다. 오타루에서 먹었던 짝퉁 라벤더 아이스크림과는 차원이 다르다. 진짜 짱짱 맛있다. 사실 나는 식품공학과를 졸업해서 아이스크림 담당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내 보증한다, 꼭 한번 드시라. 꼭 팜 도미타에서. 꼭.
라벤더 말고도 다른 꽃밭도 있는데 사실 별 큰 감흥은 없다. 놀이공원에 가면 있을 법한 무지개 색색 꽃밭이 나름 좀 크게 있는 것일 뿐....
팜 도미타 구경을 마치고 나카후라노 역 까지 걸어갔다. 걸어가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 가면서 라벤더 농장 큰 게 하나 더 있다. 팜 도미타보다 조금 더 작은 규모이고 빵/케익/아이스크림 파는 곳이 없었던 것 같다.
동네 길가에도 라벤더가 있다. 그래 온통 보랏빛 향기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