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홋카이도
이성과 과학으로 쌓아 올린 현대 문명이지만은, 세상엔 아직도 비합리적인 이유들이 꽤나 많다. 고산병엔 팔팔정이라든지(다른 전문 고산병 약이 있다!), 케익에 당근을 넣는다든지(당근을 음식에 넣는 건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혹은 1년에 한 번 있는 휴가를 바로 작년에 갔던 장소로 정한다든지 하는...
마냥 이유도 없이 홋카이도에 다시 간 건 아니다. 훌륭하고도 그럴듯한 이유가 몇 개나 있다.
우선, 1년 전의 홋카이도는 너무나도 파랗고 아름다운 기억이지만, 넓은 홋카이도중에 겨우 몇몇만 둘러보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렸다.(한 개의 섬이라 작을 것 같지만 남한 면적의 80%다!) 오타루-후라노-비에이-아사히카와-삿포로 기본 루트만 잠시 둘러본 내게, 홋카이도는 아직도 둘러볼 이유가 너무 많이 남았다.
또 작년에 먹었던 아사히카와 특선 맛집 라멘야텐킨 라면과 다이코쿠야 징키스칸이 핵꿀맛이었다. 다시 한번 찾아갔는데도 여전히 맛있다면 내 혀에게 참 좋은 일이며, 만약 또다시 먹었을 때 감흥이 별로라면 적절한 맛집 검증이 될 테니 좋고도 좋은 일 아닌가!
마지막으로, 뻔하디 뻔한 내 지갑 사정과, 짧기만 한 휴가 일정을 고려해 볼 때, 현실적으로 휴가지는 가까운 나라들 중에서 골라야만 했다. 물론 다른 가까운 아시아 국가들도 참 많지만, 별다른 준비 없이 훌쩍 떠날 수 있는 일본은 언제나 만만하고도 훌륭한 휴가 후보지다.
그러니까 말이지 나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다시 홋카이도에 가게 되었다.
작년의 기억보다는 훨씬 더 다이내믹한 여행기가 준비되어 있다.(안타깝게도 이번 포스트는 프롤로그에 불과하다.) 혹시 내 여행기를 기다렸을 당신들을 위해 앞으로 이어질 여행기의 하이라이트 사진 몇 장을 풀고 다음 포스트를 기약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