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중교통

버스

by 김규철

오랜만에 운전대를 내려놓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퇴근길의 시내는 여전히 분주했지만, 버스 안의 시간은 조금 느리게 흐르는 듯했다. 목적지로 가는 길을 몇 번이고 확인했고 교통카드를 찍는 그 작은 동작마저도 낯설고 새로웠다. 지나가는 정류장마다 안내 방송에 귀를 기울이며, 혹시 놓칠까 마음속으로 지명을 기억을 했다,
환승해야 하는 구간에 다다랐을 때,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 신호등은 파란빛을 켜고 있었다. 멈추지 않고 한 번에 건너갈 수 있었던 그 짧은 순간에, 오늘 하루가 조용히 나를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버스 안에는 라디오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고 창밖으로 스며드는 멜로디와 엔진 소리가 섞여 묘한 안정감을 만들었다. 누군가는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바라보고, 누군가는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며 하루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 틈에서 나 역시 아무 생각 없이 흔들림에 몸을 맡겼다.
눈이 내려앉은 거리 위로 사람들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 버스는 조용히 지나쳤고, 나는 잠시 세상과 한 발짝 떨어진 채 그 장면들을 마음속에 담았다.
그렇게 흘러가는 퇴근길은 특별한 사건 하나 없었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은 행복한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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