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연말의 뒤숭숭함
1. 올해도 영업일수가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회사는 이 시기가 되면 뒤숭숭해지는 타이밍인데, 승진 발표와 임원 교체, 그리고 명예퇴직이 모두 진행되기 때문이다. 열심히 달려온 사람에 대한 보상, 그리고 이제 회사에서 쓸모없다도 판단되는 직원에 대한 퇴직이 일시에 발생하는 조직 문화는 참 효율적이면서도 잔인하다.
2. 특히 올해는 CEO가 바뀌는 해이다. 어쨌든 될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고, 현 CEO도 이제 마음의 정리를 해야 할 시기가 왔다. 누가 되느냐에 따라 현 임원들에게도 영향이 갈 것이고, 모두 마음을 졸이고 있을 것이다. '김부장 이야기'와 너무나 비슷하게 모든 회사들이 돌아간다.(드라마가 현실 고증을 대단히 잘 한 것 같다)
3. 우리 회사는 희망퇴직을 권유하는 나이가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어서, 특정 연도에 태어난 직원은 모두가 희망퇴직 대상이고, 일을 잘하던지 못하던지 모두가 희망퇴직을 신청한다. 그리고 이 중에 특출나게 잘하는 몇 명은 임원이 되어 회사의 경영에 참여한다.
4. 이렇게 임원이 되고 나서 아무리 성과가 좋다고 하더라도, 3년 정도면 교체의 대상이 된다. 여기서 더 욕심을 부리면 회사 내부에서도 말이 나오고, 노욕이라는 말도 듣게 된다.
5. 흔히 MZ 세대라고 일컫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내게 주어진 일은 최선을 다하지만, 조직에는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이 굉장히 와닿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6.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본인의 회사가 시키는 일이면 목숨바쳐 일하던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나에게 맡겨진 직무를 잘 해결해나가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회사에서 급여를 보상받는다고 느끼는 직원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7. 입사했을 때는 모르겠지만 수십년간의 경험으로 인해 나는 모든 조직 구성원이 결국 회사의 톱니바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회사는 우리가 쓸모 없어지면 다른 톱나바퀴로 대체한다.
8.사용기한이 다 된 부품을 새 부품으로 교체하듯, 정년의 시기가 돌아오면 능수능란하게 일을 했던 직원이라도 퇴직을 권유하고, 그 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채워진다.
9.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회사가 나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회사에 몸 받쳐 일하려는 생각은 사라지고, 여기서 받은 급여를 가지고 어떻게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할지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아지게 된다.
10. 젊었을 때 이 사실을 깨닫는다면, 더욱 준비를 철저하게 할 것이고, 퇴직 이후의 삶이 그렇게 크게 두렵지는 않을 것이다. 준비가 된 사람은 오히려 빠른 퇴직을 하고 싶지 않을까?
11.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삶(Life)의 주인은 나다. 돈을 버는 경제 활동 역시 나를 위한 활동이고, 본인이 어떤 선택이나 결정을 함에 있어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우선순위라는 걸 잊지 않고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잘못된 선택이나 결정을 해서 힘든 상황을 오지 않게 할 수 있다.회사를 위한 결정을 했어도, 회사는 당신을 생각해주지 않는다. 몸이 부스러지게 일하다가 죽을 병에 걸려도, 회사에서는 돈 몇 푼 쥐어줄 뿐이다.
12. 더 좋은 조건이 되는 곳이면 미안해하지 말고 본인을 위해 이직해라. 9시부터 6시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하고, 어쩔때는 야근도 하는 날이 있겠지만, 회사에 당신의 모든 걸 올인하지 않길 바란다.
13. 일손이 부족하면 인력을 충원할 것이고, 당신이 없어도 다른 사람을 뽑아서 돌릴 곳이 회사이고 조직이다. 이것이 현재 회사에서의 중간책임자가 말해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