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 이야기 #4_ 김과장의 하루 일과

Feat. 본업 × 부업

by 힘내라 김과장

1. 아침 7시에 핸드폰 알람이 울리면 눈을 뜬다(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다). 알람을 끄고 MTS 열어서 미국시장 어땠는지 확인하고 주요 이슈들 간략하게 훑어본 다음 다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7시 20분에 두 번째 알람이 울리면 화장실로 씻으러 출발한다.


2. 아침은 굉장히 스피디하게 돌아간다.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누워있었기 때문이다. 씻고 머리 말리고 로션 바르고 옷 입고 아이들에게 인사하고 집에서 7시 55분에 나온다. 지하주차장까지 내려가면서 뉴스를 읽고, 어제 지구 반대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빠른 속도로 읽어 내려간다.


3. 제일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차 타고 가면서 MTS로 프리마켓으로 오늘 시장의 분위기를 파악해 본다. 거의 전날 미국시장의 분위기가 전해져 비슷하게 움직이는 편이다. 지하철역까지는 약 5분 거리. 단골 자리에 차를 주차하고 8시 8분에 지하철에 탑승한다.


4. 만약 그전 날 포지션을 변경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지하철에서 내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놓고, 정신이라도 힘이 나라고 신나는 노래를 틀어놓고(요새는 오렌지카라멜 노래가 듣기 좋더라. 아재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 당일자 리포트를 읽는다.


5. 지하철에서 내려서 회사에 도착하면 정확히 8시 30분. 내 자리로 가서 커피 한잔 타고 일할 준비를 시작한다. 9시가 되면 나의 본업이 시작된다. 전 날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서 팀장님한테 보고하고, 한글과 엑셀을 오가면서 키보드를 두드린다.


6. 끝이 없는 문서 작업들, 뭔 놈의 보고서가 이렇게도 많은지 모르겠다. 회의 자료를 만드는 것도 운영하는 것도 마무리하는 것도 내 몫이다. 전화도 많이 오는데 거의 대부분 내 몫이다. 업무 관련 질문 전화가 상당히 많이 오고, 나 역시 몇 개월 되지 않았기 때문에 찾아보고 알려주면 시간은 순삭 된다.


7. 어쩔 때는 다른 사람 일을 알아봐 주면서 내 일은 못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런데도 우리 팀 업무와 관련이 있다 보니 모르쇠 할 수도 없다. 결국 이러다 보면 내 일을 많이 하지도 못했는데 벌써 점심 먹을 시간이 된다.




8. 점심은 건물 내부에 있는 식당을 주로 이용하는데, 생각보다 메뉴가 괜찮다. 맨날 나가서 먹어야 하면 나갈 때마다 메뉴를 걱정해야 할 텐데 적어도 그럴 일은 없어서 다행이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한번 쓱 보고 밥을 먹는다.


9. 밥을 다 먹었으면 산책을 나간다. 내 건강은 내가 지켜야 한다. 회사는 나를 소모품으로만 생각할 뿐, 이렇게 일하다가 큰 병이 와도 회사는 절대 책임져주지 않는다. 아프지 않도록 내 건강은 내가 스스로 챙겨야 하는 것이고, 밥 먹고 혈당 스파이크가 오지 않도록 동네를 두 바퀴정도 돌고 다시 회사로 복귀한다.


10. 오후에도 오전과 같은 일과의 반복이다. 다른 팀들을 도와줘야 할 것도 많고,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할 것도 많다. 임원들 회의를 준비해야 할 때도 있고, 직원들을 교육해야 할 때도 있다. 회사를 다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회의를 하려면 자료가 필요하고, 자료를 준비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정례적으로 하는 회의도 한 두 개가 아니라서 문서작업만 거의 하루 종일 하고 있는 편이다.


11. 외부 기관에 제출할 보고서도 작성해야 한다. 국가기관에 보내는 거라서 기일을 놓치면 큰일 난다. 이런 것들에 집중해서 일을 하다 보니 벌써 5시가 됐다. 원칙상 한 시간 뒤면 퇴근이지만, 나는 야근을 해야 할 상황에 놓여 결국 연장근무을 승인받는다.


12. 최근 3주간 야근을 밥먹듯이 했는데, 빠르면 8시에 퇴근했고, 늦으면 9시 반 넘어서 퇴근했다. 주말만은 진짜 나가기 싫어서 애들과 함께 놀았다. 이럴 수밖에 없는 게 작성 데드라인은 정해져 있는데 일할 사람은 부족하니 늦어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자녀가 있는 공무원들은 단축근로도 많이 하는데 사기업은 말도 꺼내기 어렵다.


13. 드디어 퇴근을 했다. 왔던 코스 그대로 돌아가면 집까지 가는데 약 30분이 걸린다. 집에 도착해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잠까지 재우면 10시 30분 정도 되는데, 미국 프리마켓 체크해 보고 산업보고서와 기업보고서를 읽다 보면 금방 12시가 된다.


14. 월 2회씩 투자 관련 사이트에 글을 기고하고 있어서, 애들 재우고 나면 관심 있는 회사에 대해서도 짬 내서 공부하고, 이를 바탕으로 원고를 작성해서 편집국장님에게 이메일로 송부한다. 보통은 하루 이틀 안에 사이트에 글이 올라오는데 이번에는 좀 늦어지고 있다. 작지만 굉장히 소중한 부업인데 혹시나 계약 종료되는 건 아닐지 괜스레 걱정된다.


15. 이 외에 구독 15,000명 정도 되는 네이버 블로그에 글도 쓰고, 이 브런치에도 글도 쓰고, 어쩔 때는 유튜브 영상도 만드면서 나에게 주워진 시간을 사용한다. 이 모든 것이 향후 나의 미래 가치를 높여줄 툴(Tool)이라고 생각한다.


16. 12시가 되면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고 뜨거운 물로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눕는다. 그리고 다시 다음날 7시에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난다. 이게 나의 평일 하루 일과다. 잠자는 시간이 부족해서 하루 종일 피곤하지만, 시간을 굉장히 알뜰하게 쪼개서 쓰고 있는 것 같다.


17. 나는 진심을 다해 투자를 하고 있고, 이게 생활에 굉장히 많이 반영되어 있다. 사실 저런 일과를 보내지 않고 시간의 자유를 얻고 싶어 하는 것이 투자 아니겠는가? 자신이 만나고 싶은 사람들만 만나고,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그러면서도 풍족하게 살기를 원하기 때문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18. 그래서 잘 시간도 쪼개서 리포트를 읽고, 주식시장의 이슈들을 확인하고, 매크로 상황을 공부하는 것이다. 일은 나에게 부여된 임무, 즉 내가 해야 할 부분만 잘하면 된다. 조직에 충성할 생각은 전혀 없다. 조건만 갖춘다면 와이프도 일 그만두게 하고, 나도 언제든지 그만두고 싶은 게 현재의 내 마음이다.


19.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당분간 이런 삶을 살아야 하지만, 나는 결국 이렇게 열심히 공부한 것에 대해 보답을 받고 있고, 또 더 받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