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원래가 이런 것인가?
1. 연말이 되면 회사에서 항상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내년의 사업계획과 달성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각 사업팀은 본인들이 맡고 있는 사업을 내년에 어디까지 성장시킬 것이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영업을 할 것인지 나름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담당 팀(일반적으로는 재무 담당이 이런 역할을 할 것이다)에 제출한다.
2. A라는 제품을 담당하고 있는 B 영업팀이 2025년에 매출 30억 원, 순이익 3억 원을 달성했다고 가정하자. 그럼 2026년에는 매출은 40억 원, 순이익 5억 원을 달성하겠다고 계획하고, 이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내년에 사업을 진행할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정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3.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목표 판매량을 늘려 매출을 증대시키거나, 제품을 좀 더 고급화시킨 다음 가격을 올리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순이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영업비와 광고비 같은 비용을 통제한다던지, 아니면 제품의 원가를 낮춰서 이익 비중을 높인다든지 하는 전략이 있을 것이다.
4. 이때 B 영업팀은 시장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정확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시장은 반대로 가거나, 트렌드가 변하고 있는 부분을 파악하지 못하고 매출과 이익의 증대를 꾀한다면, 당연히 실패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5. 그래서 B팀의 직원들은 내년 예상되는 업계 트렌드, 시장에서 해당 제품의 판매량 증가세 추이와 같은 비교적 구체적인 데이터에서부터, 내년 소비 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지, 글로벌 경기가 올해보다 좋을지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까지 모두 고려해서 사업계획에 반영하게 된다.
6. 이는 굉장히 힘든 작업이다. 하루 앞도 모르는 게 사람인데, 내년의 계획을 만들어서 제출하는 게 쉬울 수가 없다. 그런다고 또 대충 할 수 없다. 회사의 녹을 먹고사는 직원이기에 어떻게 실적을 올릴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게 맞고, 그걸 하라고 회사에서도 월급을 주는 것이다.(임원 앞에서 발표해야 하기 때문인 것도 이유 중 하나이다)
7. 그런데 문제는 이 힘든 작업을 마치고 나서 발생하는 비합리적인 상황이 연출된다는 것이다. 계획을 제출하고 나면 윗사람들의 지적질이 시작되는데, (모든 회사가 그렇다는 건 당연히 아니지만)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관여와 압박, 강요로 인해 사업계획을 수정하는 일이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8. 모든 계획이나 기획했던 내용이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기에, 어느 정도 조율이 필요한 것인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제출한 달성 목표를 무시하고 올해 목표 대비 50%를 부여한다던지, 갑자기 계획에 없던 신사업을 추가해서 제출하라던지 요구하면 화가 안 날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9. 이건 꽤나 문제가 되는데, 애초에 달성될 수 없는 높은 목표가 확정되면 1) 1년 내내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할 확률이 굉장히 높고, 2) 앞에서 말한 이유 때문에 팀 평가나 개인의 인사고과에 악영향을 미치며, 3) 달성할 수 없는 목표는 도전하려는 마음조차 생기지 않는다는 게 문제인 것이다.
10. 하지만 임원들과 재무담당 팀은 이런 문제들은 모두 무시하고 팀장을 불러서 말도 안 되는 수치를 직접 제시하며 목표를 수정해서 제출하라고 강요한다. 팀장은 어떻게든 그 압박을 막아내야 하지만, 본인도 평가를 받는 입장이라 섣불리 그런 행동을 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다.
11. 대기업이 아니라서 그런지 위에 예시로 든 케이스를 포함해서 회사에서 발생하는 비합리적인 일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왜 이렇게 일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이런 일을 한두 번 겪다 보면 '원래 이렇게 하는 게 맞아?'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12.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고 이런 일을 겪어본 상당수의 기업 구성원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는 있다. 하지만 결국은 '위에서 그렇게 하라고 시키는데 어떡하냐?'라는 답으로 최종 귀결된다. 결국은 다 시키는 대로만 하게 되고, 능동적으로 일하는 직원의 숫자는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
13. 안 되는 건 안된다고 말을 하는 게 맞을 것이냐, 아니면 아무런 반항 없이 그냥 시키는 대로 할 것이냐. 그리고 이런 현상이 과연 모든 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반적인 것이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