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담백|얇고 길게 갈 거야(f.종원이) 감상문

by 김과영







「윤담백은 "나를 제발 아티스트로 봐주지 말아달라, 나는 래퍼가 아니다"라며, 자신의 곡은 콘텐츠성이 강하다는 것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아티스트도 래퍼도 아님을 강조한다. ‘콘텐츠성’이 강하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는 에디터다운 정보나 셀럽과 찍은 친목 영상. 혹은 맞선부터 시작해 연애와 결혼을 주제로 하는 생활밀착형 콘텐츠를 선보여 왔다. ‘종종’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보여주며 뮤지션의 자질을 보이기도 한다.


음원을 내지만 아티스트가 아니다. 랩을 하지만 래퍼가 아니다. 그저 노래하고 랩하는 윤담백이다. 주변에 진성 래퍼가 많기에 더욱 ‘래퍼’ 호칭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일지도. 상업화된 공식이나 거대 산업을 떠나 있는 아마추어리즘, 유미주의에 도달하지 못한 자기충족적 생산물에 가까운 무언가. 유튜버인 그는 유튜버다운 자기 본연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그는 얇고 길게 가는 것이 좌우명이다. 얇고 길게 가겠다면서도 풍전의 전략을 외친다. 아이러니다. 풍전은 「슬램덩크」에서 공격 8 수비 2의 비대칭 전략을 구사하는 파죽지세의 팀이기 때문이다. 이는, 말로는 얇고 길게 갈 거라면서도 공격적인 배팅을 해서 점수를 따고 싶다는 욕망의 표현으로 읽히기도 한다.


야심에 어울리지 않게 그는 방통이 아닌 서서다. 삼국지에서 방통은 S급 책사, 서서는 B급 혹은 제갈량을 천거하는 중간다리 역할의 들러리다. 그의 포부는 방통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이미 자신을 서서로 명명했다. 포부 따위는 없다. 아니 내 포부는 서서가 되는 것이다. 그에게는 짧고 굵은 인생은 추구할 만한 것이 아니다. 짧고 굵은 인생은 포부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얇고 길게 가는 것이 포부다. 순간 반짝 빛나고 마는 폭죽이 아니라, 투박해도 오랫동안 밝을 수 있는 전구 말이다.


그는 사재기 따위 하지 않는다. 혼자서도 음원은 잘해왔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에게 음악적인 성공은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그는 음악에서도 서서다.


그런 그도 어떤 순간만큼은 서서가 아니게 된다. 방구석 여포들이 ‘너’를 모함할 때다. 그 순간은 윤담백이 좌우명마저 포기하게 만든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의 평화를 깨뜨리는 그 순간. 세화 엄마 아빠 콩이 처가 그리고 내 친구들 날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침범.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 바다에서 목숨을 걸었던 구국의 영웅 이순신 장군님과 같이 각오할 수 있다. 그분들에게 자비 없는 엄홍식처럼 변할 수 있다. 대자연 히말라야의 해발 8,000미터 16좌를 등정한 초인이 될 수도 있다. 즉, 방구석 여포가 아닌 진짜 여포가 될 것을 암시한다.


그는 악재를 미연에 방지하는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마치 종원이가 여전히 막내일 수 있는 ‘가족들의 곁처럼’. 군 생활 35년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강인한 아버님처럼. 대기업에 합격한 자랑스러운, 유능한 누나처럼. 언제까지나 슈퍼우먼일 어머님처럼.


그가 필사적으로 지켜낸 그의 세계는 뮤비 속에 등장하는 도트 그래픽처럼 화려하지는 않다. 도트를 찍는 포토샵은 256가지 색을 256가지 색으로 곱한, 수만 가지 값이 가능했던 세계다. 누군가는 현란하게 채우는 3분을 단순한 원색만으로 혹은 도트 GIF, 엠보싱 넣은 그라디언트 폰트, 어르신짤로 완성해냈다. 이름이 담백한 것만큼이나 정제된 ‘카이팅’이다.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되었다, 케이틀린과 알리스타. ‘너만 있음 되지롱’이라는 킹받는 반격기로 방구석 여포들을 조롱한다. 그만하면 이미 되었다, 주펄과 이말년.


밝을 미래보다 밝은 현재다. 지금보다 더 중요한 순간은 없다. 이 사람들보다 더 중요한 이는 없다. 아트나 랩으로 부르지 말라. 이것은 윤신영의 콘텐츠다. 철학이다. 올해는 ‘윤신영과 이종원의 2020년’이다. 아니라 해도 괜찮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붙어먹어 마땅한 사람들이 곁에 있으니. 주시경 선생님이 지켜낸 아름다운 말을 가장 가까이서 발음해줄 것이다. 그러니, 신영! Long & run!


아 편집봇도.


가자~
















「윤담백-얇고 길게 갈 거야(f.종원이) 감상문」

keyword
작가의 이전글윤담백-얇고 길게 갈 거야 (feat. 종원이) 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