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청소년들이여, 꿈이 없다고 고민하지 마라,
그럼 관객이 되면 되니까.
그뿐이다.
- 이석원, 언니네이발관 보컬
우리는 언제부터 꿈이 생길까? 언제부터 누군가를 동경하고, 그를 닮고 싶어 할까?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사람은 누군가를 따라 하고 반복하고 배운다. 다트머스 대학 졸업 축사에서 미국 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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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거슬러 올라가 1940년대
잭 베니라고 정말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엄청난 스타였고,
그의 세대에서 가장 성공한 코미디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어렸던 조니 카슨이란 청년은
정말 간절히 바랐습니다. 잭 베니처럼 되기를.
그는 어떤 점에선 잭 베니와 비슷했지만,
많은 점에서 그와 달랐습니다.
그는 잭 베니를 따라 했지만,
그 자신의 특이한 점들과 버릇은
매체의 변화와 함께 그를 또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죠.
허나 롤모델과 똑같아지지 못했기 때문에
카슨은 그의 세대에서 가장 웃긴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데이비드 레터맨은 조니 카슨이 되고 싶어 했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제 세대의 코미디언들은
데이비드 레터맨이 되고 싶어 했죠.
그렇지만 누구도 그렇게 되지 못했습니다.
제 동료들과 저는 그 목표물을 맞히지 못했습니다.
무수한 이유들로 말입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이상향에 도달하는 것에 실패함으로써
우리는 결국 스스로가 누구인지 정의하게 되고,
그 실패가 우리를 특별한 존재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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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은 우리 시대 영웅을 모방한다. 그 모방은 실패로 끝나고 영웅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남는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누구보다 독창적인 실력을 기른 존재로 탈바꿈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렇게 자신도 누군가가 모방하는 대상이 되는 날이 온다. 누군가의 영웅이 된다.
나는 고유한 문체로 이름나기를 소망한다. 기성 작가들과도, 같은 세대 작가들과도 구별되는 나만의 정체성을 갖기를. 나는 어떤 작가들을 동경한다. 이슬아, 임경선, 문보영, 고종석, 유시민… 그리고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 그들을 닮고 싶다.
그렇다면 내 꿈은 그들처럼 되는 일인가?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조금 다르다. 명성을 얻거나 돈을 버는 것일까. 거의 그럴 것이다. 그러나 약간 아주 약간 다르다. 나만의 컬렉션을 내는 것인가? 나만의 스타일을 갖는 것인가? 나만의 팬층을 갖는 것인가?
내 꿈은 아마, 더 잘 쓰기일 것이다. 또는 내 꿈이라는 것이, 내가 더 잘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한 수단일 것이다. 나의 방향은 오로지 그쪽일 것이다.
유명해지는 것은 필연이다. 잘 쓰기 위해서는 대중에게 스며들어야 한다. 고독하다고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사람들 속에서 호흡하고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
돈도 있어야 한다. 생계가 막막해서는 매일매일, 오랫동안 쓸 수 없다. 그러면 잘 쓸 수도 없다. 다만, 떳떳하지 못한 실력으로 이름과 부를 얻으면 금세 잃을 것이다. 버티는 기초 체력을 무명의 배고픈 시절에 기르지 못한다면.
인스타그램에서 ‘유니스(Eunice) 북런치’님을 알게 되었다. 1주 전에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초보 유튜버다. 그녀는 내 인스타 계정에 좋아요를 눌러주었다. 누구일까 궁금증에,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그녀의 영상을 보았다.
“제 꿈의 생일은 2020년 1월 21일입니다”
“당신의 꿈에도 생일을 주세요”
꿈의 생일이라, 속에서 몽글몽글한 것이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 꿈이 태어난 날.
꿈은 이상향이 있다는 점에서는 구체적인 목적지다. 꿈은 상상 속에 있다는 점에서 추상적인 허구이기도 하다. 꿈에 생일을 준다는 것은 상상의 친구에게 말을 거는 것과 같다. 누군가에게는 혼잣말처럼 보이고 정신에 이상이 있는 것처럼 보일 거다. 나는 내 꿈에 확신이 없다. 꼭 글에 대한 열망이 아니라 무슨 꿈을 꾼다 해도 그럴 것 같다. 나는 더 잘 쓰고 싶다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바람과 꿈은 다른 것일까. 간절한 무엇이라는 점에서 둘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단, 떳떳하기 위해 꿈이라고 말해야 한다. 한 가지를 추구하는 나 이외의 나는 없다고. 다른 가능성으로 가는 경우의 수는 없다고. 오로지 더 잘 쓰기만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고.
글에 대한 이 마음은 이 습관은 언제부터였을까. 꿈의 생일.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오늘을 꿈이 태어난 날이라고 얼버무릴 수야 없다. 신중을 기하기 위해 이렇게 말해본다. 오늘은 내 꿈의 출생신고를 한 날이라고. 내가 낳았지만, 숨겼고. 내 것이지만 부끄러워했던 마음이 세상에 나오는 날이라고. 나는 더 잘 쓰기 위한 꿈을 꾸겠노라 진술한다.
「어떻게 살까. 하나의 계절이 오면, 하나의 좋아하는 일을 시작해봐요. 한 번뿐인 인생, 내가 좋아하는 거 많이 하면서 살아 봐요」
그녀는 글배우 작가의 책을 읽고 북튜버가 되었다고 한다. 새로운 계절이 올 때 하나의 좋아하는 일을 해봐야겠다. 그러니까, 꿈에게 생일이 올 때, 꿈에게 선물을 안겨주어야겠다. 꿈과 나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 상상의 친구와 더 없이 신나는 혼잣말을 하기 위해서.
「꿈의 생일」
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20.02.11.火.
꿈의 생일꿈의 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