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일

나는 매일 내 재능을 시험할 것이다

by 김과영



작가의 최고의 작품은 신작이다.

-김성모, 만화가



만화가 김성모는 가장 자랑스러웠던 작품으로 《대털》을 꼽았다. 《대털》은 김성모가 ‘메이저’에 처음 진출한 작품이다. 그는 일간스포츠에서 매일같이 만화를 연재했다. 그림, 스토리, 영향력 등에 있어 《대털》은 자신의 기념비적 작품이라 한다.


동시에 그는 가장 후회스러운 작품도 《대털》이라 했다. 그는 당시 출판사를 차리면서 강력한 타이틀이 필요했다. 신생 출판사에 힘을 보태기 위해 《대털》 연재를 급히 종료한 것이다.


대털 1부 연재를 1년 더 끌고 갔더라면, 이후 시리즈까지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어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작가의 최고의 작품은 신작”이라며 소신 발언을 했다.


일간지에 만화를 연재한다는 것은 매일 신작을 내는 기분일 것이다. 꾸준하게 스토리를 짜야 하고, 기복 없이 그려내야 한다. 이후 장장 15년간 신문 연재를 했다고 하니 굉장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일간 이슬아>는 작가 이슬아가 매일같이 수필을 써서 구독자에게 메일로 보내는 프로젝트다. 한 달 동안 주말을 제외하고 20편의 글을 쓴다. 월 10,000원이므로 한 편에 500원인 셈이다. 중앙일보는 이를 ‘작가-독자’ 직거래라 칭했다. 2018년, 6개월의 프로젝트는 《일간 이슬아 수필집》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책 뒤편에 이슬아 작가의 친구 양다솔 씨의 추천사가 눈에 띈다.


「이슬아가 내 친구가 아니었다면 <일간 이슬아>를 보며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어떤 미친 사람이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완성해내야 하는 개미지옥으로 자신을 밀어 넣었나! 그러나 그의 친구였다는 것을 기억해낸 나는 곧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재주 많은 내 친구는 어찌하여 방구석에 처박혀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나. 모름지기 진정한 친구라면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슬아야, 그만둬!”」


매일매일 쓸 수 있는 사람은 매일매일 신작을 내는 사람이다. 매일매일 최고의 작품을 갱신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어제의 나를 무조건 이긴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어떻게 매일매일 어제의 나를 이기겠는가? 어제의 나와 비등비등하거나 어제의 나보다 못난 경우가 더 많은 게 인간이다. 그래서 양다솔 씨는 간곡하게 외쳤을 것이다.


“그만두라고!”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생산해야만 하는 사람. 그것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생산하는 작가라는 뜻이다. 누구보다도 오늘의 작가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난이도로 따지면 이것은 스스로에게 부여한 최악의 저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로서는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이다.


「꿈의 생일」이라는 글에서, 나는 이슬아 작가처럼 되기를, 닮기를 소망한다 했다. 언젠가는 나도 돈을 받고 매일매일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역량을 기르기 위해 브런치에 매일 글을 쓴 지 일주일째다.


나는 개미지옥에 스스로를 빠뜨렸다. 사실상 이것이 ‘쇼’임을 알고 있는 트루먼과 같다. 당장 그만하자고 세트장을 뛰쳐나가면 그만이다. 하지 않는다고 꾸중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기로 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 나는 나에게 말한다.


“광혁아, 계속해!”


나는 매일 내 재능을 시험할 것이다.















「매일 쓰는 일」

나는 매일 내 재능을 시험할 것이다 20.02.12.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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