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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동 Jan 18. 2016

외로움을 전하러, 독일

만하임 그리고 하이델베르크


나는 너가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할 줄 알았어. 넌 오랫동안 그래 왔잖아.



    맞다.  스무 살이 지나고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지냈다. 수능 공부를 한다고 지방에 내려갈 때도 그랬고, 군대를 제대하고 미국에 유학을 온 후에도 그랬다. 나는 가족, 고향 친구들과 떨어져서  외딴곳에서 지냈으며, 꽤 잘 지냈다고 생각했다. 베른에서의 열흘이 지난 어느 새벽. 나는 세 명은 족히 잘 수 있는 큰 침대 위에 멍하니 있었다.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호스텔은 인기가 높다.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나도 호스텔에 대한 좋은 추억이 몇 가지 있긴 하다. 헌데, 수년 째 독립된 방 한칸 없이 지내온 나는 언젠가부터 여행을 하게 되면 나 혼자 머물 수 있는 장소를 찾곤 했다.  물가가 높은 베른에서 나는 꽤 좋은 아파트를 찾았다.  하루 60달러 미만에 방하나가 딸린 아파트에서 지낼, 이주간의 시간. 맘 놓고 냄새나는 음식을 해 먹을 수 있었고, 화장실을 쓰며 소리에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조금은 외곽이었지만 20분이면 베른 시내에 갈 수 있었다.  베른에 살고 있는 그녀도 쉽게 방문을 할 수 있으니, 좋은 조건에 잘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밤이 되면 벽에 기대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학교를 다니던 그녀는 시험기간이었고, 그런 점에서 나랑 놀아주면 안 돼? 하고 어린애처럼 징징거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뭐가 나를 외롭게 했을까? 혼자서도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베른인데 담배를 피운 것도,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어딘가에서 퍼지는 암세포처럼, 외로움이 어디에서 스멀스멀 올라와 내 몸을 덮고 있었다. 그러한 외로움에 그녀의 행동도 미지근해 보였다. 그래서, 나는 베른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떠나려는 나의 마음을 잡기에, 베른의 에메랄드 강은 충분하지 않았다.


외로움은, 때로는 특별하지 않은 어느 곳을 힘들여 가게 한다. 



만하임. 특별하지 않은 도시.  그곳은 베를린처럼 대도시도 아니요, 한 번쯤 가보라고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쾰른이나 드레드 센도 아니었다. 그저, 미국에서 만난 친구들이 대학 생활을 하는 중소 도시였다. 나는 그곳을  6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기대하지 않은 만큼, 만하임은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스위스에서 하루에도 수백 수천번의 사진을 찍던 카메라는 휴일에 들어갔다. 헌데, 만하임에서의 그날, 초라한 아이리쉬 펍의 기네스 한잔에 뭐가 그리 좋다고 히죽거렸고 냄새나는 학생 아파트 땅바닥에서 자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친구들과 평범한 아침을 먹고, 그리 특별하지 않은 거리를 누빈 시간들. 나는 만하임에서 이틀을 머물고 스위스로 돌아왔다. 하이델베르크의 성을 들렸고, 크리스마스 마켓도 돌아보았지만, 첫날의 기네스 한잔이 기억에 남는 것을 보니, 그때 나는 그저 누군가가 필요했다. 매번 돌아오는 겨울바람에 옷깃를 여밀 듯, 한번 지나간 외로움이 나를 다시 찾아와도 그 외로움에 익숙해 지기란 쉽지가 않다. 외롭다는, 쿨하지 못하고 강해 보이지 않는 표현.  나잇값을 못한다고, 그 정도로 약해 빠졌다고  욕먹기 싫어서 가능하면 쓰지 않는 그 말. 

“응 나도 그럴 줄 알았어, 난 고양이처럼 늘 혼자서도 지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 헌데 고양이도 가끔은 등을 쓰다듬어 달라고 다가오잖아?
나도 그저 손길이 필요했던 거야. 그러니, 그냥 나. 외로웠다고 말할래.’’








 


∆말빈과 함께한 하이델부르크 









 ∆만하임에서의 기네스와 아침.

 


∆만하임 대학앞에서 그리고 크리스마스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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