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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동 Nov 02. 2015

남은 개월수를 세는일

어느덧 10월[十月]이 되었다. 

엄마는 가을을 좋아한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그 바람이 좋다며. 

맥북에 저장되어 있는, 작년 이맘때 쓴 노트 기록을 보다가 

"이제 10월이다. 이번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라고 써놓은 글귀를 보았다. 

그때도 지금과 같은 생각을 했다. 

아마 재작년에도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10월이 되면 내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있다. 

10월, 11월, 12월을 손가락으로 세는 것. 

지난번 8월부터 남은 달 수를 셀 때는 손가락이 모두 꽉 차게 오므라졌는데 

이제 하나, 둘, 셋 하면 끝나버린다. 그리곤 이렇게 이번년도 가는구나 한다. 


그렇게 멀뚱히 손가락으로 숫자나 세면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곤 거실에 있는 다트판에 

왼손으로, 오른손으로, 

가까이에서, 멀리에서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다트를 던졌다. 

그러다가 정중앙에 다트가 꽂히기도 한다. 

수기 책을 읽으며, 그래. 오늘부터다!

뭐 그렇게 읊조리던 고등학생 때. 

그때였다면,

수많은 시도를 한다면 

결국에는 정중앙에 꽂히는 다트처럼

우리도 성공을 할 수 있다.

뭐 이런 것을 공책에다 쓰고  공부했을지도 모른다. 

근데, 

오늘은. 

그냥 이리저리 

던지는 시도 중에 하나 걸렸네. 

다음에도, 그냥 하나라도 얻어 

걸렸으면 좋겠다. 

뭐. 그런 생각을 해봤다. 

그만큼 내가 열정을 잃은 것인지도. 

동시에, 다트를 던지다 말고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시간이 참 많은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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