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글쓰기

의식의 흐름이어도 괜찮아

by 하나김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한 건 3년 전의 일이다. 2015년 1월, 정확히 만 8년 간의 기자 생활을 끝내고 대학원 입학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국제대학원에 일본지역학 전공으로 입학할 예정이었던 나는 일본에 관한 이야기들을 브런치에 써 보자는 생각을 했다.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지 국제부에서 일하면서 일본 관련 기사를 써왔으니, 브런치에 글 쓰는 것쯤은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글을 쓰는 일이 일본 연구자로 살아가겠다는 인생 계획에 꽤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무엇보다 대학원에 가면 여유가 좀 생길 것 같았다. 이전에 8년간 석간신문 기자로 일했던 나는 심한 경우(외신 체크를 해야 하는 국제부 시절 등) 오전 5시 30분까지 출근을 했다. 그리고 저녁엔 술자리. 아무리 사람이 바쁘고 또 바빠도 그것보다 바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데 웬 걸... 3년 동안 한 글자도 안 썼다. 3년 내내 쓸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던 건 아니다. 생각과 계획이 너무나 많이 바뀌었다. 뭘 쓰려고 할 때마다 이걸 쓰는 게 내 인생에 도움되겠나, 이걸 쓰면 내가 이런 사람으로 규정되고 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나에게 글쓰기는 목적과 의도가 있는 작업이었다. 업으로 글을 써 오면서 독자들에게 어떤 '야마'를 전달하고 어떤 분위기를 느끼게 하겠다는 계획을 매번 확실히 세워왔던 게 독이 된 셈이다. 그냥 써보지, 뭐. 이게 도저히 안 됐다.


또 옛 직업병이 도진다. 글을 3년 만에 쓰는 이유에 의미 부여하는 중


그리고 또 웬 걸... 여유는 ㄱㅃ 대학원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국제대학원의 모든 수업, 과제, 시험, 발표는 영어와 일본어(전공이 중국지역학이면 중국어)로 이뤄진다. 일어는 괜찮지만 영어로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네이티브 수준으로 구사하는 젊은 친구들이 1시간이면 할 숙제를 나는 3시간, 4시간 잡고 했다. 시험과 발표는 (창피하지만) 그냥 통째로 외웠다... 그러니 주말이고 평일이고 시간이 없었다. 죙일 앉아서 다음 수업 준비하고, 숙제하고, 시험 준비하고.

논문은 또 다른 차원이다. (이거 역시 영어 또는 일어로 써야 됨) 논문의 난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너무 많은 관계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남편이 공부하는 나에게 했던 말이 나의 대학원 생활에 대한 정확한 요약이 될 것이다.

"그럴 거면 사법고시를 보지 그랬어."


2017년 2월 대망의 석사가 되어 대학원을 졸업했다. 지나친 고생 끝에 공부는 나와 안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4월, 미디어 스타트업 스리체어스에 합류했다. 막 북저널리즘 시리즈를 론칭했을 때였다.


(광고 듣고 오겠습니다.) 북저널리즘은 시의성 있는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 콘텐츠로 '신문처럼 빠르게 책처럼 깊이 있게' 읽을거리를 만드는 콘텐츠 브랜드다. 신문에서 한 줄로 처리되어버리는 전문가의 정보 혹은 견해, 학계 사람들과 업계 사람들만 돌려보던 논문과 분석자료를 포함해서 기자든, 학생이든, 사장님이든, 직원이든 주제에 가장 적합한 저자를 찾아 콘텐츠를 만든다. 기자로 일하면서, 연구자로 공부하면서 느꼈던 갈증의 지점과 정확히 일치하는 콘셉트에 호감을 느꼈고, 공감했고, 사명감을 느꼈다.


그 사명감으로 9개월을 보냈다. 쓸 글이 있으면 우리 회사에서 서비스하는 북저널리즘 뉴스레터(http://bookjournalism.com/에서 신청하세요.< )에, 우리 회사 페이스북에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동안 이 브런치 페이지는 폐가로 방치되었다....


이것이 3년 만에 글 쓰는 스토리의 전말입니다.


앞으로는 이런 얘기, 저런 얘기 가리지 않고 부담 갖지 않고 남에게 상처 주고 나에게 해가 되지 않는 거라면 뭐든지 쓰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