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한별 아나운서 Aug 08. 2018

퇴근의 맛

[김한별 아나운서의 육아 일기 #59]

혼자서도 정말 잘 살았다.
누구보다 인생을 즐겼고,
누구보다 신나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난 정말 혼자도 괜찮았다.

단 한순간.
몇천 명 앞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방송을 하다가
방송을 마치고 혼자 집에 들어서는 순간.
그 순간만큼은 공허하고 외로웠다.
그 외로움이 싫어서
더 열심히 살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퇴근하는 순간이 싫어서
퇴근을 미뤘는지도 모르겠다.
그 당시 난 ‘괜찮은 척’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주말 부부 시절.
금요일 저녁 홍대, 연남동에 진입하면 가슴이 뛰었다.
나의 퇴근을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회사 다녀왔어요”
일주일만의 퇴근.
1년을 살아도 50번 보는 신혼집.
“이번 주도 고생 많았어요”
한참을 토닥토닥.
삼대가 덕을 쌓아야만 할 수 있다는 주말부부를
스스로 포기한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일주일에 한번 느끼는 퇴근의 맛.

요즘은 매일 퇴근할 맛이 난다.
아파트 단지에 차가 진입하면
윤슬이는 미리 신나 한다고 한다.
아빠한테 퍼부을 뽀뽀세례와 토닥토닥 준비.
하지만 늘 엄마에게 선수를 빼앗기는 윤슬이.
사랑에 대한 표현을 아끼지 않는 윤슬이,
결국 그 피는 엄마에게 물려받은 것.
아직 윤슬이는 엄마를 이길 수 없다.
살짝 토라진 윤슬이를 안아 올려서 내가 먼저 뽀뽀.
엄마는 또 살짝 질투.
나는 두 사람 사이에서 행복하게 웃고만 있을 뿐.




아무리 회사에서 힘들었어도,
노력하는 만큼 받지 못하는 평가와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답답함도
한 번에 날려버리는 퇴근의 즐거움.
출근이 즐거운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
퇴근이라도 즐거울 수 있다면 참 행복한 직장인.
두 사람의 애정 표현에 행복한 퇴근길.
매일매일 퇴근할 맛이 난다.

혼자서도 괜찮았지만,
둘이라 더 즐거웠고,
셋이라 더 행복하다.
가족과 함께하는 지금의 난,
진심으로 괜찮다.
#퇴근의맛
#이맛에퇴근한다
#빨리집에가야지
#애정표현꿈나무


퇴근의 맛(오늘도 행복한 윤슬이네 집)


매거진의 이전글 [인터뷰] KBS 김한별 아나운서, 육아 휴직의 기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