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한 것에 대하여
우리는 대부분 어떤 목적을 두고 무언가를 만든다.
그러나 나의 작품은 실용과는 거리가 있다.
우리 개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역할에 기여하지만,
오롯이 그 역할만을 위해 태어난 존재는 아니듯,
나의 작품 또한 접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떠한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어도
그 목적을 위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나의 작품이 갖는 의의는
완성된 결과물 보다 행위 그 자체에 있다.
‘너는 어떤 계기로 창작에 빠져 예술을 하게 되었는가?’
시작은 천천히 선을 긋는 것이었다.
그린다기보다는 써 내려간다에 더 가까울 지도 모르는 그런 행동을 하면서
머리가 조금씩 비워짐을 느꼈다.
손끝을 따라 번뇌는 서서히 휘발되고,
남은 잔해들은 ‘작품’이 되어
새로이 나를 마주한다.
나의 작품은 고통의 끝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반대편에서는 기쁨으로 존재하길 바란다.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하나의 기쁜 소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