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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지 Apr 17. 2024

23년 9월, 스킨스쿠버다이버 해보자고!

다채로운 나와 내 삶을 위하여 9

   수영의 순기능이다. 물이 좋아졌고, 그래서 더 넓은 바다로 바다로 나아가고 싶어졌다. 수영장에서 느끼는 염소 가득 물 말고, 바다에서 느끼는 염분 가득 물에 닿고 싶었다. 요새 프리다이빙이 유행인데 쫄보인 나는 생각도 안 해봤다. 왜냐하면 나는 숨은 쉬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나는 바다 밑에 있는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 그걸 플로빙이라고 하는데 이미 합성어인 ‘플로깅’과 ‘다이빙’의 합성어라고 한다. 죄송해요, 세종대왕님.. 아니다 영어니까 세종대왕님께는 사죄드리지 않아도 괜찮나. 여튼, 나는 그 플로빙이 하고 싶다. 그래서 제주도 바닷가에서 활동 중이신, 이제 곧 200번째 플로빙을 맞이하신 ploving_kr 계정을 팔로우하며 그들의 플로빙 생활을 엿보고 있다. 아, 왜 나는 제주도에 살지 않는가.


   제주도에서 한 달 살이를 할 때 들었다. 바다는 한 계절을 늦게 지난다고. 우리가 봄을 지나고 있으면 바다는 겨울을 지나고 있고, 우리가 가을이면 바다는 뜨거운 여름이라고. 그래서 9월이 적절했다. 바다는 아직 여름에 살고 있으니까. 내가 사랑하는 여름이 바다에는 아직 그대로 있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나는 다짜고짜 스킨스쿠버 자격증 과정을 등록했다. 다 따고 나서 든 생각인데, 지극히 한국인스러운 생각이었다. 무엇이든 배우면 증거를 남겨야 한다. 즐기는 것은 생각지도 않고, 바로 자격증부터 생각한다. 이런 한국색은 좀 빼고 싶다. 다시 9월로 돌아간다면 ‘펀 다이빙’이라 부르는 체험 스킨스쿠버다이빙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모든 전문기술이 그러하듯, 스킨스쿠버다이빙을 배우는 것 역시 비싸고 절차가 까다로웠으며 결정적으로 너무 어려웠다. 회사에 연차를 연짱으로 내고 도착한 고성은, 휴가철을 지나서 그런지 고즈넉하고 담담했다. 바쁘게 ‘모든 것을 즐겨야 해!’라는 뉘앙스의 관광객보다는, 고성에 삶을 둔 사람들이 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2일 과정인 자격증 코스지만 숙소는 2박 3일을 잡았다. 하루 먼저 둘러보며 지난 속초한달살이 때 찜해놓은 맛집을 여유를 가지고 방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뚜벅이임에도 먹고 싶던 명태회냉면을 야무지게 먹고, 닭강정까지 포장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대망의 수업 1일 차. 과정을 혼자 듣게 되면 추가금액이 있다고 해서, 아무여도 좋으니 누군가와 함께 수업을 듣고 싶었는데 다행히 나와 같이 혼자 과정을 등록한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그 분과 ‘버디(짝)’가 되어 수업을 시작했다. 버디가 확실히 존재한다는 것 역시 스쿠버다이빙의 매력이자 장점인 것 같다.

   원래 뭐든 한다면 하는 성미를 타고났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의 상상 이상으로 바닷물은 짜다 못해 썼고, 그 쓴 바닷물이 코로 들어가니 뇌가 마비되는 기분이었다. 수영장 염소물이 코로 들어가는 것 따위는 그저 코세척 정도로 느껴질 만큼, 정말 혼미했다.

   그래서 절대 절대 절대 코에 바닷물이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고, 곧 이 생각은 불안과 공포로 자리했다.

   수업을 듣는 내내 너무 무서웠다. 코에 바닷물이 들어갈까 봐. 더구나 자격증 과정은, 바닷속에서 다이버가 어떻게 생존하는가와 직결되는, 말하자면 생존 코스였다. 거의 처음 배우는 것이… 마스크에 물 4분의 1 채우고 빼기, 2분의 1 채우고 빼기, 전부 채우고 빼기. 아니 이거 실화냐고…….. 그 마스크가 코를 지켜주는 것인데.. 거기에 바닷물을 일부러 채웠다가… 다시 빼라고…???????

   담담하게 하면 한다는 마음으로 과정을 차례로 클리어해 나가던 나도, 마지막 파트인 ‘마스크 전부에 물을 가득 채웠다가 빼기’가 다가오니 저절로 팔이 엑스자를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물 밖으로 올라왔다.

   강사님은 내가 너무 아무렇지 않게 차례로 차례로 넘어가길래 괜찮은 줄 알았더니 아니었냐며, 웃으시며 나를 다독?이셨지만.. 나는 진짜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싶은 마음으로 한 행동들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버디와 함께 각자의 호흡기를 입에서 뺐다가, 버디의 호흡기로 호흡을 했다가, 다시 내 걸로 호흡하는… 요상한 과정을 배웠다. 유사시에 버디의 호흡기로 호흡을 하라는 의미의 생존기술이겠지만, 순간 나는 나의 버디가 여자임에 감사했다…

   그렇게 내내 둘이서 아니 강사님 포함 셋이서 물속과 밖을 오가며, 팔로 엑스를 그렸다가 다시 오케이를 보였다가 하며, 혼돈과 공포와 불안의 1일 차 교육이 끝났다.


   진짜 솔직히 자격증 과정을 결제한 나를 원망했다. 그리고 짠 바닷물을 원망했으며, 입으로만 온전히 내쉬고 들이쉬지 못하는 멍청한 호흡습관 또한 원망했다.

   하지만, 진짜 낸 돈이 아깝고, 낸 연차가 아깝고, 1일 차에 이미 한 것들이 아까워서 이대로 집에 돌아갈 수는 없었다. 닭강정을 포장하며 혹시 몰라 나무젓가락을 2개 챙긴 나 자신이 문득 대견했다. 나는 숙소로 돌아가 허기진 배를 닭강정으로 채우고, 새 나무젓가락을 뜯어 그대로 이에 물고 입으로만 호흡하는 것을 연습했다. 코는 기능정지 상태, 오로지 입으로만 숨을 쉬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바닷속에서 안정을 얻을 수 있다. 호흡기를 물고 있다는 상상을 하며 입으로만 쉼 없이 숨을 내쉬고 들이쉬었다.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게 맞나 했지만, 이 연습은 다음날 결국 빛을 발했다.



    다음날, 2일 차 과정이 시작됐다. 2일 차는 1일 차와는 다르게 다른 일행이 더 있었다. 3명이 한 팀인 다른 팀이 우리 팀에 합류해서 모두 5명이서 수업을 들었다. 내가 어제 코로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이 두려워 패닉 온 것에 마음이 쓰였던 강사님은, 꽤나 성능 좋아 보이는 새로운 마스크를 권유하셨고, 그것은 실로 대단한 성능을 자랑했다.

   또한 어제를 본보기 삼아 허리춤에 차는 웨이트도 더 추가했다. 내가 자꾸만 긴장해서 숨을 다 내뱉지 못하고 헙헙 들이쉬기만 하니 몸이 자꾸 두둥실 떴다. 수업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진행되는데, 나 혼자 둥둥 떠다닐 수 없어서, 골반이 아플 정도로 웨이트를 더 달았다. 바다로 오갈 때가 힘들지, 정작 바닷속에서는 편안하리라.. 나의 목적은 그것이니 목적에 맞는 쓰임이 옳은 것이 아닌가.


   산소탱크와 어마무시한 웨이트까지 달고 바다로 바다로 걸어가는 길이, 왠지 산뜻했다. 1일 차의 공포는 이미 맛본 상태이고 아는 공포는 더 이상 공포가 아니니 말이다. 성능 좋은 마스크 덕분인지 어제의 젓가락 연습이 통한 것인지, 나는 바닷속에서 평온함을 느꼈다.

   강사님의 걱정이 무색하게, 나는 모든 파트를 1번으로 수행하며 모범생의 면모를 뽐냈다. 이게 바로 복습의 힘인가! 더구나 수업 인원이 늘어나니 자연스레 바닷속에서 멍을 때릴 수 있는 시간도 확보되었다. 개꿀! 내가 이런 것을 바라고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싶었던 것인데!


   바닷속은 정말로 고요했다. 호흡기의 꼬록 소리를 제외하면 정말 아무것도, 그 아무것도 들이지 않는 고요함 자체였다. 너무 고요해서 오히려 기분이 이상해지는 신기한 감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늘이 너무 예뻤다. 하늘로 표현하기에 어폐가 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물속에서 올려다보는 바다의 표면이 너무 아름다웠다. 왜 인어공주가 바깥세상을 동경했는지 알 것만 같은 실로 감탄을 자아내는 신비로운 풍경이었다. 실버라이닝이라고 부르는 빛줄기가 곳곳을 수놓았고, 안에서 보는 윤슬은 다른 방식으로 눈부셨다. 눈앞을 떠다니는 크고 작은 부유물들은 내가 바닷속에 있다는 감각을 상기시켜 줬고, 바다가 나를 밀면 손을 반대로 밀며 직립을 유지하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 생경해서 현실이 맞나 싶었다.

   이런 풍경을 매일 본다면 어떨까. 더 깨끗한 바다라면 수천 배는 더 아름답겠지? 진짜 바다를 더 지켜주고 싶게 만드는, 책임감과 의무감을 불러일으키는 황홀경이었다.




   수업을 전부 듣고 마지막으로 필기시험까지 치르고 나니, 자격증 과정이 모두 끝이 났다. 처음에는 강사님이 내 자격증 취득의 당락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몰랐는데 강사님이 수업 내내 묘하게 갑질 아닌 갑질을 해서 기분이 상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정말 내가 그저 상상만 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이상을 얻고 가는 수업이었다.

   역시나 나는 물이 좋고, 물과 더 친해지고 싶다.

   물이 아직 나를 어색해하는 것 같은데 시간을 가지고 진득하게 찐친이 되고 싶다.

   그리고 바다를 지켜주고 싶다. 더 오래 내 곁에 우리 곁에 깨끗하게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최소한 이 글을 본 사람은 바다에 쓰레기를 놓고 오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스킨스쿠버다이빙 강추! (자격증 말고 펀 다이빙 먼저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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