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쌍둥이(트윈)들이 많다. 당신이 그런 쌍둥이 일수도 있고, 어릴 적 당신 친구들 중에 한 둘은 쌍둥이 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 현실세계의 쌍둥이와는 다른 디지털 트윈이란 말이 있다. 현실 세계의 쌍둥이는 외모만 서로 닮았을 뿐 실제 서로 독립된 주체이지만, 디지털트윈은 물리적 개체의 디지털 복제품으로 물리적 객체와 실시간으로 동적으로 연동하는 디지털 형태의 모델이다. 물리세계가 소프트웨어로 복제되어 마치 거울을 앞에 두고 현실과 가상이 서로 쌍둥이처럼 동작한다. 예를 들어 실제 건물의 창문을 열면 디지털 세계에서도 창문이 열리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디지털트윈과 메타버스
디지털 트윈은 2003년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서 처음 언급됐고, 2010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디지털 트윈이라는 용어를 많이 언급했다. 2016년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는 컴퓨터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고,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여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기술로 개발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그해 가트너는 10대 유망기술로 디지털트윈을 선정하였으며, 제조업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 받는다.
디지털트윈은 물리세계와 가상세계의 실시간 동적 연동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와 가상현실 등의 용어가 인구에 회자되면서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다른 의미이다.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신조어인 메타버스는 인간의 삶,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의 전반적 측면에서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생활형, 게임형 가상 세계라는 의미로 폭넓게 사용한다. 가상현실과 매타버스의 차이는 사용자가 가상의 세계와 만나는 몰입감의 차이로 구분된다. 가상현실은 현실의 내가 직접 체험하는 일인칭 관점이라면, 메타버스는 나를 대신하는 아바타가 존재하는 삼인칭 관점으로 가상의 세계와 만난다. 엄밀한 의미에서 메타버스는 기술이 아니라 세계관을 설정하는 것이다. 마치 사람들이 즐겨하는 게임에서 각기 다른 세계관이 설정되는 것과 같다. 또한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와는 다른 가상의 세계를 구축하는 반면에 디지털트윈은 현실을 디지털로 모사하여 연동하는 것에서 차이점이 분명히 드러낸다.
아바타를 통한 3인칭시점으로 가상세계와 만나는 메타버스. (사진. 메타버스 가상공간 DDP, 서울시 제공)
디지털트윈시티가 되면 무엇이 좋은가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을 주목하는 이유는 디지털트윈이 도시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주고, 물리적 도시를 복제한 디지털 트윈에서 도시의 문제점을 미리 예측하여 도시 지속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데이터를 가상에서도 실시간으로 그대로 보여준다. 현실과 유사한 형태로 보여주기 때문에 가시성이 높다. 가상공간이기 때문에 도시를 대상으로 한 여러 실험을 물리적 제약 없이 쉽게 진행할 수 있다. 디지털트윈 기술을 통해 도시안에서 더욱 안전한 자율주행, 수요 응답형 버스, 위험 지역에 설치된 지능형 CCTV가 이상행동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지능형 CCTV, 스마트 횡단보도, 확진자 동선 분석 시간을 24시간에서 10분으로 단축하는 스마트 역학조사시스템 등이 가능하다.
이런 디지털 트윈이 가능하려면 실제 스마트시티에 기술적으로 사물인터넷과 데이터기반의 인공지능이 적용되어야 한다. 사물인터넷은 센서로 현실 정보를 디지털트윈의 가상공간으로 바꾸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정보만으로는 진단하고 예측하여 도시상태를 알려줄 수 없다. 그래서 현실의 법칙을 가상의 공간에도 구현하는 인공지능기술이 필요하다.
디지털트윈을 만드는 도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장 앞선 도시는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스마트시티 사업 일환으로 ‘버추얼 싱가포르’ 과제를 진행했다. 해당 과제는 도시 전체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는 것이다. 2018년에 과제가 종료됐고, 약 700억 원이 투입됐다. 싱가포르는 디지털 트윈을 적용함으로써 ‘효율’과 ‘혁신’이라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토교통부는 2019년도부터 스마트시티 시범 도시(세종 5-1 생활권과 부산 에코델타시티)를 대상으로 ‘디지털 트윈’에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메타버스 서울 추진 기본계획(22~26)」을 수립하여 발표하였다. 계획만으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인다. 엄밀한 의미에서 디지털 트윈시티는 아니다.
디지털 트윈기술 어디까지 왔나
디지털 트윈은 점점 더 인공지능과 머신 러닝을 통합하면서 소프트웨어 기능 확장을 통해 개념적 도구에서 지능형의 자율형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물인터넷 기술의 채택으로 디지털 트윈 시장도 점점 성장하고 있다. Markets and Research에 따르면, 2026년까지 사물인터넷 플랫폼은 최대 91%까지 디지털 트윈 기능을 제공하고 2028년에 이르면 디지털 트윈 기능은 사물인터넷애플리케이션 구현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선진적인 도시들도 속속 합류하고 있다. 그래서 스마트 시티의 디지털 트윈 지원 솔루션 시장 규모는 2026년에 이르면 37억 7천만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BI Research에 따르면, 2025년이면 500개 이상의 스마트 시티 디지털 트윈이 가동될 것이라고 한다.
이미 이십년전 마이너리티리포트, 매트릭스 같은 영화나 이인화의 근작소설 <2061년>에도 이러한 디지털트윈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오늘날 디지털 트윈의 기술력은 아직 SF 영화나 소설 속에서 묘사하는 수준으로 보긴 어렵다. 초지능·초융합·초연결 기술의 발전을 종합한 디지털트윈의 DTS(Digital Twin Space)로, 도시 규모의 거시세계와 마음이라는 미시세계를 완벽하게 구현하기에는 지금으로선 기술적 한계가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가상화, 동기화,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기술로 구성되어 있다. 기술단계는 현실모사, 관제, 모델링, 연합, 자율 등 다섯 단계가 있는데 현재 기술 수준은 2단계(관제) 정도에 와있다고 보면 된다.
디지털 트윈의 기술 진화단계
정적 데이터 모델과 달리, 디지털 트윈은 실시간으로 진화하는 역동적이고 ‘살아있는’ 개체이다. 디지털 트윈은 인공지능, 기계학습,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하여 자산의 수명 주기 전반에 걸쳐 데이터를 교환함으로써 물리적 대응체와 학습하고 업데이트하고 통신한다. 이러한 동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상의 디지털 트윈 사용자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방하고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며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을 쉽게 설명하면 가상 시뮬레이션 게임과 같다. 물론 게임은 디지털 트윈과 다르다. 게임은 사용자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가상 시뮬레이션이라면 디지털 트윈은 현실을 그대로 본뜬 가상 시뮬레이션이다. 그러나 게임과 디지털 트윈은 ‘가상 시뮬레이션’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 회사에서는 게임이 디지털 트윈의 일부 기능을 수행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 (MS)는 ‘프로젝트 AIx’를 통해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의 배경을 현실과 유사하게 구현하여 AI가 해당 공간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스마트시티의 디지털 트윈 사업은 전혀 새롭지 않을 수 있다. 도시 공간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 이미 있기 때문이다. 심시티는 시장이 되어서 도시를 운영하는 게임이다. 현실과 유사하게 도시를 운영해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심시티(SIM CITY) 게임환경
디지털 트윈 시티를 위한 준비
대구 도시철도에서 도시의 시설물을 대상으로 <5G 디지털트윈 기반 시설물 안전관리시스템 구축>한 경험이 있다. 대구가 디지털트윈 스마트시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양질의 데이터를 갖추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미지를 모사하는 가상화가 아니라 실제 데이터 기반 가상화가 이루어지려면 공간과 도로의 정확한 고정밀지도, 지하시설물 전산화 등의 기반 작업이 따라와야 한다. 현재 데이터 확보수준에서 도시가 할 수 있는 트윈단계는 위험 지역에 설치된 지능형 CCTV가 이상행동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지능형 CCTV나 스마트 횡단보도을 통한 관제 정도이다. 그것도 일부 시범서비스 구간에 한정되어 있다. 현재 선진국과의 1.4년이라는 기술격차를 추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질의 기반 데이터를 확보하여 구축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디지털트윈기반 상수도 관리시스템
무엇보다 염려되는 것이 증강 혹은 가상현실 기술과 게임의 세계관 컨텐츠에 불과한 메타버스 같은 유행어를 스마트시티 정책에 유입하면서 혼선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에 갈 곳 없는 유동자산이 메타버스로 과도하게 몰리면서 이 경향은 더 짙어진다. 정부와 여러 기업이 메타버스에 희망을 품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우려가 많다. 업계에서 말하는 메타버스는 개념이 불분명하고,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인해 논의가 부족한 채 예산이 편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시티의 디지털트윈은 기본철학에 충실했으면 한다.
오히려 디지털 트윈은 메타버스 같은 어설픈 기술채택보다 더 시급하게 보완할 점이 있다. 개인정보가 복제될 가능성이 있어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지 논의가 필요하다. 또 뚜렷한 목적없이 디지털 트윈을 도입, 운영한다면 사용성이 떨어지거나 불필요한 데이터와 트래픽 증가로 투자 및 처리 비용만 늘어날 수 있다. 윤리 문제도 있다. 디지털 트윈으로 생명체 복제나 생체 데이터를 사용했을 때 이를 악용할 소지도 있다. 디지털 트윈기반 스마트시티로 시민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크게 변화시키려면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