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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르 Oct 18. 2021

5. 스마트시티 리빙랩

‘생활실험실’이라고도 부르는 리빙랩은 이제 사람들에게 익숙한 단어다. 실제 리빙랩은 스마트시티 서비스를 개발하는 거의 모든 도시에서 도시혁신을 위해 주요하게 사용하는 수단이다. 스마트시티와 리빙랩 사이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공동체에 핵심 주도권이 시민사회로 넘어가는 과정과 관계가 있으며, 보편적·분산적 민주주의라는 시대적 요청과 같이 한다.


◆ 전환적 혁신이 요구되는 시대에 등장한 리빙랩

리빙랩은 MIT 미디어랩에서 실생활공간에 센서를 이용해 시민을 관찰하는 실험을 부르는 말로 처음 사용되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에서 문제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시민을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가 참여하여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부르는 말로 이 단어를 사용하면서, 도시·사회혁신의 보통명사가 되었다. 리빙랩 등장 배경에는 기존의 방법으로는 혁신을 만들 수 없다는 반성이 있다. 정보통신 처리 기술의 발달, 주체적인 스마트 시민계급의 등장, 공동체 가치에 대한 관심이 리빙랩 발전을 가져왔다. 개인이 필요한 역량과 자본을 모두 구비하여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공동체 안에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여 문제를 해결하자는 사회적 분위기도 리빙랩 발전에 한몫했다.

오늘날 세계는 탄소중립과 지구온난화 문제에 매달려 있다. 여기에 국가별 특수한 상황, 예를 들어 한국은 인구감소와 수도권 집중 문제, 유럽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감시사회 문제가 더해진다. 이러한 문제는 시민 한 사람의 노력이나 행정 정책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난제들이다. 대부분의 난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공유지의 비극도 쉽게 발생한다.

당대 인류가 직면한 사회적 어려움은 점진적 개선이나 부분적 혁신이 아닌 전방위적인 전환을 요구한다. 전환적 혁신은 지속가능한 공동체, 포용적 성장을 목표로 사회적 도전과제를 해결하고, 산업 및 도시혁신과 연계한다. 전환적 혁신과정은 혁신의 최종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며 현장의 새로운 수요를 구체화하는 활동이다. 리빙랩은 이러한 전환적 혁신과정에서 공동체 전체 비전과 현장 수요를 연계하는 매개 고리 역할을 수행한다.

◆ 스마트시티는 왜 리빙랩을 요구하나?

스마트시티 분야 역시 첨단 기술을 사용하여 도시를 바꾸는 지금까지 방식을 벗어나 도시서비스의 수요자인 시민을 개발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시켜 스마트 도시 서비스의 효능감을 높이려 한다. 헬싱키, 바르셀로나, 암스테르담, 도쿄 같은 해외 도시뿐만 아니라, 세종(5–1생활권), 부산(에코델타시티), 대구(국가 혁신성장동력 프로젝트)같은 국내 도시들이 그 예이다. 특히 대구는 단순히 시민 체감형 서비스를 넘어서 시민 주도형 서비스 모델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국내 1호 스마트도시로 인증 받은 대구(2021년 국토부 승인)는 리빙랩 활동이 가장 활발한 도시 중 하나다. 대구는 오래 전부터 북성로나 김광석 거리처럼 거주민이 도시 문제 해결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경험(자산)을 축적하고 있다. 또 도시재생형(골목리빙랩), 문제해결형(소셜리빙랩, 대학리빙랩), 기술실험형(스마트리빙랩, 지역밀착 리빙랩) 등 특성에 따른 다양한 리빙랩을 운영하고, 도시문제 발굴과 해결책을 공동으로 작업하는 시민과학자를 양성하고 있다. 2019년에 가입한 유럽리빙랩네트워크(ENoLL)의 해외 스마트시티 리빙랩들과 교차실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대구리빙랩네트워크(DNL)를 결성하여 코로나 상황에서도 비대면으로 학습활동을 격주 단위로 이어가고 있다.

대구는 대한민국 국난 극복과 근대 산업성장의 전초기지라는 역사적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보수 도시, 근대정신에서 멀어진 수구 도시, 재난 도시, 청년이 떠나는 도시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점철되어 있다. 도시경제는 추락하고 야심차게 출발한 신성장동력 산업은 그 성과를 보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열악한 기업가 정신은 새로운 창업을 주저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리빙랩은 단순히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시장 창출과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창구가 된다.


◆ 스마트시티 리빙랩이 성공하려면

우선 리빙랩 과정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성공과 결과중심적인 사고에 익숙하여 실패를 통해 배우는 과정을 간과해 왔다. 그러나 모든 혁신은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반복적인 실험과정이 필요하다. 리빙랩의 궁극적인 목적은 혁신이 쉬운 도시이다. 스마트 시민이 도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실험하는 과정이 쉬울 뿐만 아니라, 실험에서 생겨난 실패경험을 도시 공유자산으로 만드는 것이 쉬워야 하는 것이다. 혁신은 실패를 수반한다.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 경험하고 배우며 새로운 도전을 자극한다. 리빙랩에서 실험하는 해결 모형(prototype)이 모두의 탄성을 자아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런 결과물이라면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하고 의심해 봐야 한다.

스마트시티 리빙랩이 성공하려면 전문 중간기관을 중심으로 한 협력 구조(Governance)를 만들어야 하다. 선진 도시들과 달리 한국은 아래로부터 의제를 만들어 수렴하는 시민력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지기 어려운 사회다. 그래서 도시문제와 해결책을 위해 혁신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중간조직이 필요하다. 중간조직은 사회적 경제, 퍼실리테이터, 시민과학자, 기업, 기술연구소, 행정을 연결하여 새로운 가치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도시데이터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해결책 모형에 필요한 도시 데이터를 공급해야 한다. 소셜임팩트 같은 민간 자원을 끌어들이고 점(스마트 시민), 선(골목), 면(도시)을 연결하여 입체적인 도시혁신을 만드는 코디네이터로 역할을 수행한다.

마지막으로 성공하는 스마트시티 리빙랩은 이해관계자에게 즐거움(fun), 성취감(fulfillment), 명예(fame), 비즈니스적인 이득과 행운(fortune)을 준다. 도시에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단순히 도시 공동체의 경제적 생산자와 소비자, 수혜자, 투표자로 인식하는 순간 리빙랩 활동은 행정과 특정 기관이 주도하는 재미없는 이벤트로 전락한다. 다른 사람을 돌보고, 창의적으로 해결책을 만들고, 복잡성을 깨달아 가는 존재로 ‘시민’을 보는 순간 그들은 커뮤니티를 함께 책임지는 사람이 된다. 시민들 역시 문제를 해결하는 성취감을 맛보며‘시민과학자’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리빙랩에 참여하는 과정이 즐거워야 한다.

상상해 보라. 도시에 백 개의 리빙랩이 항상 움직이는 모습을! 그리고 그 속에서 창의·공감·연결 능력을 가진 시민들이 골목을 실험실로 누비며 도시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모습을! 도시는 새로운 도시공동체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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