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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르 Oct 18. 2021

4. 도시데이터, 스마트시티의 공기

스마트시티를 설명하는 다양한 별칭이 있다. 모든 사물을 연결하여 통합관리에 중점을 둔 유비쿼터스(Ubiquitous) 도시부터 탄소중심과 기후위기, 감염병 위기를 정보통신기술 활용하여 해결하는 에자일(Agile) 시티 혹은 바이탈리티(Vitality) 시티 등이 대표적인 이름이다. 이러한 수식어 중 최근 가장 강조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데이터기반 스마트시티”이다. 시민들과 함께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가능성, 효능감, 그리고 가성비가 높은 도시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 데이터가 스마트시티에서 하는 일

데이터는 좁게는 실험, 설문, 조사 등을 통해 수집된 숫자, 문자, 그림, 음성, 영상, 전자신호 등을 의미하며 넓은 의미로는 사람 또는 기계가 사용가능한 모든 기록물을 뜻한다. 모든 기록은 데이터이다. 고대 인구조사, 장영실의 측우기, 티코 브라헤의 천제관측 기록, 고대 토지대장, 파피루스, 필사하거나 인쇄한 책, 컴퓨터로 작성한 문서, 다양한 센서로 측정된 값, 클라우드에 저장된 파일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데이터가 있다. 0과 1의 디지털 신호로 저장과 복제가 용이하고, 네트워크와 센서 기술이 발달하면서 디지털 데이터는 매년 두 배씩 크기(Volume)로 늘어나고 있다. 크기뿐만 아니라 속도(Velocity)와 다양성(Variety)도 증가하면서 오늘날 인류는 소위 ‘빅데이터’로 불리는 총기록 사회에 있다.

모든 도시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데이터를 만들고 사용한다. 하나하나 흩어져 있는 도시 데이터가 병합되어 복합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스마트시티 세계로 들어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대구시가 2018년 달성군에 구축한 상수도원격 검침서비스가 좋은 예이다. 원래 고산지대를 오르내리는 상수도 검침원의 수고를 덜어 주기 위해 개발되었다. 이를 통해 고산지대 거주하는 독거노인 가구의 물사용량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다. 상수도 통합관리의 이점을 넘어 독거노인 물사용량 데이터로 구청 복지과 직원이 생활밀착형 복지지원이 가능하여 고독사 예방 등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 도시 데이터 생명주기

모든 생명현상처럼 데이터도 태어나서 활용되고 폐기된다. 도시에서 만들어져서 기록되는 데이터를 살펴보자. 먼저 형태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비정형) 데이터를 대표하는 영상데이터, 음성데이터, 텍스트데이터가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엘리베이터, 주차장, 도로, 회사 로비와 복도, 전철 안에서 CCTV는 시민을 관찰하고 영상데이터로 기록한다. 텍스트데이터는 공공과 개인이 생성한 문서와 자료, 사회관계망에서 만들어진 대화들, 온라인기사, 웹페이지 등이 스크립트 형태로 저장되어 분석 활용된다.

다음은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센서를 통해 관측하여 맥박처럼 주기적으로 기록하는 로그데이터가 있다. 인간의 오감처럼 도시내 모든 활동은 센서로 감지되고 데이터로 기록된다. 온습도와 미세먼지, 악취, 소음, 상하수도 유량, 혼잡도, 가로등 고장, 전기에너지 등이 섬세한 센서를 통해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저장된다. 이렇게 디지털로 바뀐 데이터는 그 형태가 이진 형태로 정해져 있어 정형데이터로 불린다.

모여진 데이터는 품질을 균일하게 만드는 전처리 과정과 데이터 모양과 패턴을 분석하여 숨겨진 의미를 추출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데이터과학자나 현장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이렇게 추출된 의미들은 해결하려는 서비스모델에 연결되고 시민들에게 유용한 도시서비스로 거듭난다. 가령, 건널목마다 차량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영상데이터가 있고, 각 병원마다 응급실의 병실 상태에 대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면 119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응급환자의 이송경로를 쉽고 빠르게 탐색하여 사람을 구하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스마트시티에서 데이터가 중요해짐에 따라 세계의 도시들은 데이터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교통, 안전, 의료, 방범, 상하수도, 에너지, 자율주행, 상권정보 등을 모으고 정제하고 표준화하는 통합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 구이양(Guiyang)시 같은 경우는 도시데이터를 중심으로 <빅데이터거래소>를 2014년에 설립하여 2,000개 이상 회원사가 모여서 2019년 한해에만 4억 위안(약 701억원) 이상의 데이터 거래를 성사시켰다.

대구시는 국가혁신성장동력 시범도시로 선정되어 교통, 안전, 행정 분야별 데이터를 모으는 데이터 허브 구축을 2018년부터 해오고 있으며, 도시내 자율주행 시험장, 교통CCTV 등을 통해 도시데이터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 허브 구축을 기점으로 대구시는 22년부터 <스마트시티 데이터거래소>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 데이터기반 스마트 도시를 위한 제언

도시데이터는 공공과 시민이 함께 도시 문제 해결 서비스를 만드는데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하지만 이를 위해 그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먼저 ‘도시데이터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데이터 거버넌스란 데이터 생성과 분석, 관리, 활용하는 도시 주체들의 협의체로 데이터 보안, 개인정보 보호, 정확성, 가용성, 사용성을 보장하기 위한 일련의 작업을 수행한다 .그동안 도시 데이터를 관리하는 주체들이 각기 다른 규정에 매여 있어 통일된 거버넌스 구축이 쉽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관리 주체간 데이터를 상호 공유하거나 부서별 장벽을 뛰어넘는 복합적인 데이터 활용 서비스 구현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음으로 도시데이터의 품질을 끌어올려야 한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도 데이터가 쓰레기이면 서비스 결과물도 쓰레기가 된다. 그래서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다. 도시데이터 품질을 올리려면 데이터 표준을 설계하고 일관성 있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데이터기반 스마트시티를 위해 도시 데이터를 운영하는 방식을 정립해야 한다. 데이터에 대한 욕심 때문에 도시는 모든 정형, 비정형 데이터를 모은 통합데이터플랫폼을 만들려는 야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데이터를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며, 설령 모을 수 있다 하더라고 데이터를 유지 관리하는데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그래서 데이터는 개별 시스템이 모으고, 개별시스템과 중앙데이터센터 간에 실시간 데이터 연동체계로 운영한는 분산 데이터관리 철학이 필요하다. 데이터 사용자는 통합데이터센터에 접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데이터는 분산된 개별 노드시스템에서 관리됨으로써 데이터 관리와 유지비용이 엄청나게 줄일 수 있다. 대구는 이런 스마트시티를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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