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르 Jan 03. 2023

21. 2023년, 스마트시티 뉴디맨드 디자인

기존에 생각조차 없는 대체 불가능한 수요 창출 전략

2023년 새해가 밝았지만 희망의 소식보다 경제적 불안, 전쟁, 에너지와 식량조달의 어려움에 관한 소식이 더 많이 전파되고 있다. 2022년은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격한 한해였다. 미국 연준의 4번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인한 금리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그리고 팬데믹의 재림으로 인한 공급망의 붕괴 등 말 그대로 파괴(Disruption)의 해였다. 이로 인해 미국 S&P500은 -19.4%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하락장을 연출했으며, 금리인상과 글로벌 경기침체는 나스닥 시장을 무려 -33.1%의 하락세로 닷컴버블의 붕괴를 재연했다. 더 암울한 것은 작년 한해 세계 시장을 흔들었던 이 모든 악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불안한 경기 상황에서 기업과 도시는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 불가피하다. 소비가 얼어붙는 수요 종말의 시대에는 소비자들이 자기합리화를 일으킬 만한 매력, 신선하고 거부할 수 없는 니즈를 창출하는 ‘뉴 디맨드’(New Demand) 전략이 요구된다. 뉴디맨드 전략은 수요는 감소하고 공급비용은 증가하는 진퇴양난의 경영환경에서도 불가항력적으로 매력적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상품·서비스를 개발하는 전략으로, 기존에 생각조차 해 본적이 없는 대체 불가능한 수요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뉴디맨드 전략의 필요성은 스마트시티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판의 흐름을 바꾸는 영리한 플레이를 기획하는 도시 디자인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도시들이 추구하던 도시기능 첨단화가 아니라, 도시 구성원의 창조성과 자율의지를 바탕으로 자기 도시에 최적화된 수요를 발견하고 창출하는 스마트시티를 추진해야 한다. 기존 글로벌한 도시들이 만들어 놓은 표준을 무조건 따라 갈 것이 아니라 개별 도시의 목적, 속도, 방향에 맞는 스마트시티로 디자인해야 한다. 이러한 스마트시티의 새로운 디자인을 위해 우리는 스마트시티를 둘러싼 외연의 변화를 살펴보고, 내연에 새로운 룰세팅(rule setting)을 위한 원칙들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20세기 중반이후 세계 인구의 도시집중화는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미 세계 77억 명의 인구 중 50%가 넘는 숫자가 도시에 살고 있으며, 특히 북반구 인구의 70%가 도시에 집중되어 살고 있다. 도시화는 인간 진화의 산물이다. 도시는 인간이 가진 다양한 욕망을 동시에 실현하는 거대한 플랫폼이자 지식과 기술의 집약을 통해 창발적 본능이 극대화되는 환경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는 도시를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묘사한다. 역사 속에서 도시는 당대의 수많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며 지혜를 축적하여 왔다. 오늘날 도시는 경제의 복잡성 외에 노후화된 기반시설, 고령화되는 인구, 새로운 위협의 기술, 탄소중립과 지속성, 똑똑해진 시민의 자기결정권 요구 등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스마트시티는 당대의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최적으로 솔루션으로 인정받고 있다.


■ 캄테크, 인공지능, 그리고 홀로체인

코로나19이후 스마트시티 기술은 미래 모빌리티기술, 지속가능성을 위한 탄소중립기술, 시민중심 문제해결기술, 위기대응 기술 등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현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가전전시회(CES, 23.1.5~8)에서도 혁신적인 교통·물류 인프라 솔루션과 그린테크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주목하는 기술은 캄테크(Calm Tech), 인공지능, 홀로체인(Holochain), 디지털트윈 등이다.

CES 2023 Smart Cities 

캄테크는 다양한 기기의 직관적이고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각종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캄테크는 인간중심의 기술이 지향하는 궁극의 목표이다.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포용적 스마티스티 솔루션들에 적용될 수 있으며, 센서에 기반한 캄테크 기술을 통해 서비스 대상자들이 서비스에 대한 자각이 필요없이 자연스럽게 도시 편의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우리를 매번 놀라게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오픈AI에서 GPT 시리즈의 4세대 출시를 예고한 해이다. 오픈AI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샘 알트만 와이콤비네티어 창업자,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등 실리콘밸리 내 유명 기업가들이 구글, 메타 등 독점적 인공지능 개발기업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연구소이다.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는 대표적인 딥러닝 기반 자연어처리(NLP) 인공지능 모델이다. 인공지능이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면 다양한 질문과 답변이 가능한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다. 차세대 AI 모델인 GPT-4가 튜링테스트를 통과했다고 이미 떠들썩하다. 튜링테스트는 AI가 얼마나 사람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느냐를 측정하는 테스트다. AI 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튜링테스트를 완벽하게 통과한 모델은 없었다. GPT-4는 일반 사용자나 기업이 저렴하고 편리하게 인공지능 엔진 사용이 가능하다. 마치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를 보면 주인공 토니 스타크와 쉴새 없이 말을 주고 받는 인공지능비서 '자비스'처럼,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AI, 자의식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AI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작년 하반기에 오픈AI에서 발표한 대화형 chatGPT가 백만명 가입자에 도달한 시간은 불과 5일이였다. 페이스북 10개월, 아이폰 74일이였던 것에 비하면 실로 놀라운 인기다. 이러한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시티 서비스에 대한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 이미 맥킨지 글로벌연구소가 인공지능기술을 바탕으로 도시 감시, 의료지원, 교통이동성 향상, 에너지관리 등의 스마트시티 서비스 분야를 상세하게 소개한 바 있다.


홀로체인(Holochain)은 블록체인의 비효율성에 대항하여 대안으로 제시된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모든 변동 사항을 하나의 거대한 원장에 기록하는 전체적인 합의를 관리하면서 엄청난 전기를 낭비한다. 홀로체인에서는 각 참여자가 그들 자신이 서명한 해시체인을 보유하며, 각 노드가 동일한 승인 규칙들을 실행하는 분산해시테이블(DHT)에 이 해시체인을 공유한다. 이러한 해결 방법이 블록체인의 에너지 낭비와 높은 데이터 저장 요구, 프로세싱 병목을 제거한다. 홀로체인은 데이터의 소유에를 제어하는 스마트시티솔루션, 무형의 도시자산 관리, 분산형 공급망관리 등에 활용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 개체의 디지털 복제품으로 물리적 객체와 실시간으로 동적으로 연동하는 디지털 형태의 모델이다. 데이터 허브를 구축하고 있는 도시들은 축적된 도시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의 시뮬레이션 공간을 구축하려한다.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을 주목하는 이유는 디지털트윈이 도시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주고, 물리적 도시를 복제한 디지털 트윈에서 도시의 문제점을 미리 예측하여 도시 지속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데이터를 가상에서도 실시간으로 그대로 보여준다. 현실과 유사한 형태로 보여주기 때문에 가시성이 높다. 가상공간이기 때문에 도시를 대상으로 한 여러 실험을 물리적 제약 없이 쉽게 진행할 수 있다. 디지털트윈 기술을 통해 도시안에서 더욱 안전한 자율주행, 수요 응답형 버스, 위험 지역에 설치된 지능형 CCTV가 이상행동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지능형 CCTV, 스마트 횡단보도, 확진자 동선 분석 시간을 24시간에서 10분으로 단축하는 스마트 역학조사시스템 등이 가능하다.


■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새로운 원칙

급변하는 도시의 외부상황과 끊임없이 등장하는 혁신기술을 고려하여 대체 불가능한 수요를 만드는 스마트시티의 뉴디맨드 설계를 위해서 우리는 스마트시티의 새로운 원칙들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첫째, 스마트시티는 도시혁신의 플랫폼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스마트시티는 도시 기능을 정보통신을 이용하여 스마트하게 만드는 차원을 넘어서서 도시에 새로운 창조의 근원을 만들고 다양한 실험과 그 실험을 공유하는 도시혁신플랫폼으로 접근해야 한다. 혁신플랫폼은 도시에 창조성, 개방성, 포용성을 만드는 토대를 제공한다. 도시를 생태계로 바라본 미국의 도시학자 제인 제인콥스는 도시 계획자들이 도시가 혁신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고수해야 할 가치로 ‘다양성’을 이야기 한다. 이러한 다양성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시티의 역할이다. 스마트시티는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줄탁(啐啄)하는  다양한 실험과 공유를 통해 도시혁신의 토대를 만든다. 파리의 ‘15분 도시’나, 걸어서 5분 안에 직주락교(職住樂敎)의 기능이 집적화된 소위 ‘하이퍼클러스터’는 이러한 혁신플랫폼의 공간사례이다.  


둘째, 스마트시티는 살기 좋은 도시라는 도시 목적에 헌신한다. 지금까지 스마트시티의 진화단계를 살펴보면 단순 도시 기능의 정보화를 통해 업무의 효율성을 강조하던 단계에서, 데이터 표준화와 첨단 기술을 적용하여 도시의 편의성을 높이는 단계로 진화해왔다. 하지만, 첨단 기술 중심의 스마트시티의 문제점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개인 데이터 사용문제로 중단된 토론토 사이드워크랩이나, 중국 항조우의 인공지능기반 교통관제시스템을 운영하는 시티랩의 실패사례를 교훈삼아야 한다. 최근 유럽의 도시들을 살펴보면 기술첨단화 단계의 스마트시티를 넘어서 도시의 목적으로 스마트시티는 진화하고 있다. 즉, 도시의 존재 자체를 스마트시티와 동일시하며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도시를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수단이자 절차, 기술, 기능, 그리고 목적의 종합세트이다. 이는 도시 구성원들의 도시를 만들어 가는 철학에 충실하며, 그 철학에 규정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목적으로 존재한다. 살기 좋은 도시란 생명안전성, 경제적 번영, 기회와 선택의 다양성, 도시문제의 주도적 개입과 해결의 효능감이 높은 분산민주성을 제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다. 이러한 다차원적인 목적을 성취하는데 스마트시티는 헌신해야 한다.


셋째, 성숙한 스마트시티는 균형적인 거버넌스를 가지고 있다. 행정과 전문가가 주도하는 하향식 도시디자인에 대한 반성이 많다. 도시 변화에 기민하며 대응하며,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전파한다는 장점에 비해 시민에게 효능감과 자원의 재사용성이 낮은 솔루션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근본적으로 도시기능과 기술, 그리고 시민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전환이 요구되었으며, 기술중심의 스마트시티의 한계를 직면하면서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게 한다. 디자인씽킹, 리빙랩 등 당사자인 시민을 도시설계과정에 참여시키는 다양한 기법들이 진화하고 있다. 성숙한 도시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도시 서비스를 기획하고 시민들이 분명한 주체로써 참여하게 하는 다양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넷째, 스마트시티는 도시문제은행에서 출발한다. 스마트시티는 기술의 진화보다는 자연과 인간의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한 도시진화의 과정이다. 기술은 민주적 공동체를 강화하는 수단일 뿐이다. 스마트시티는 기술로 해결할 문제를 찾는 것이 아니라 해결할 문제에 맞는 기술을 찾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시에서 해결할 도시문제를 발굴하고 정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또한 정의된 도시문제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도시공동체에 공유되어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도시문제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시민참여의 상향식 혹은 행정중심의 하향식 중 어느 하나가 일방적으로 주도하여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아래와 위의 융합적 접근(mingle up & down stream)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도시문제가 시민들의 삶으로부터 구체적으로 올라와야 하는 것도 있지만, 행정과 전문가의 깊은 성찰에서도 도출되어야 하는 것도 있다. 그래야 효능감을 높이는 동시에 일반인이 보지 못하는 숨겨진 도시 어젠다 도출이 가능하다.


다섯째, 스마트시티는 지구적 연결이다(Planet Agenda Alliance). 국가단위에서 도시공화국단위로 변화된 오늘날의 환경에서 개별 도시들은 도시내에 수요와 공급의 완결성이 확보하기 위해 이웃하는 도시들과 연대가 중요해졌다. 이는 도시들간 상호 견제와 협력이 엄격하게 작동하며, 글로벌 어젠다에 동일하게 상호 영향을 받는다. 하나의 도시에서 실증한 스마트시티 서비스는 도시간 데이터공유와 교차실증을 통해 다른 도시로 빠르게 확산된다. 가령 지금 탄소중립문제가 그렇다. 한도시의 탄소중립 스마트시티 솔루션은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도시에 공유되며 구체적 교차 실증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활발하다. 그러므로 한도시의 스마트시티 어젠다는 도시자체적인 문제이면서 동시에 글로벌한 어젠다가 되어야 한다. 대구가 추진하고 있는 미래 모빌리티 중심도시, 한화의 3조원 투자 유치를 통한 태양광 발전단지 구축 등은 이런 글로벌 어젠다에 조응하는 정책이다.


여섯째, 스마트시티는 인본주의를 지향한다. 스마트시티는 ‘사물인터넷, 모바일 및 다양한 서비스플랫폼 등을 통해 얻은 도시데이터를 클라우드시스템(Cloud System)에 저장하고 데이터 허브로 통합관리하면서, 인공지능을 포함한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여 도시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데이터기반의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함으로써 시민들의 삶의 질과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 문장에는 기술이 지향하는 바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도시 안에서  ‘삶의 질’이란 경제적 기회의 다양성을 제공하며, 인간의 몸이 도시안에 주체가 되어 쾌적하고 즐거운 생태적 환경을 살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스마트시티는 다양한 연령과 계층이 살아가는 삶의 공간으로 사회적 약자, 소외된 계층도 모두 포용하는 도시, 인간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인정하는 도시로 개인의 삶과 공동체적인 삶을 조화롭게 연결하는 소통을 위한 도시를 지향한다.

격랑의 대항해가 노정된 2023년! 미래로 전환하는 도시는 새로운 판의 흐름을 만드는 뉴디맨드 디자인이 필요하다. 혁신적 기술은 빠르게 흡수하고, 새로운 원칙에 입각한 스마트시티 설계를 통해 위기에 강한 도시로 변모하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 20. 스케일업 스마트시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