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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서리 May 07. 2022

세 커플 결혼시키면 천당 간대

“아, 진짜! 왜 때려? 세 커플 결혼시키면 천당 간대!”


“이노무 지지배야, 너나 잘해! 지 앞가림도 못하면서 오지랖은! 노처녀로 천당 가서 뭐 할래? 쯧쯧쯧…”


세 번째 커플이 연결되어 결혼을 발표한 날, 나는 엄마에게 결국 등짝을 얻어맞았다.


첫 직장에서 만난 첫 사수, 입은 무겁고, 엉덩이는 가벼웠으며, 두뇌 회전이 빠른, 직장 상사들이 좋아하는, 직급도 멋진 그는 김 대리였다. 다음 해 인테리어 공사 현장 후배로 들어온 그녀는, 손은 빨랐고, 눈매는 매서웠으며, 현장의 거친 작업자들의 입담을 너끈히 받아내는 배포 큰 그녀, 윤 기사였다. 김 대리는 진국이었고, 윤 기사는 쫄깃한 사태 찜 같았다. 둘을 소개해 주었고, 그들은 1년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그렇게 나의 중매 인생은 스물여섯에 시작되었다. 


삼십 대 초반, 인테리어 디자인 사업을 시작했고, 그즈음 나보다 세 살 어린 부자 클라이언트 임 이사를 만났다. 그녀는 금수저였고, 도도했으며, 똑똑했지만, 거짓말쟁이였다. 그녀를 보자마자 대학 후배가 생각났다. 그는 부자였고, 모임에 나오면 늘 돈 자랑을 했다. 하지만, 한 번도 밥이나 술을 산 적이 없었고, 공금을 내는 자리에서도 신발 끈을 고쳐 매는 최 군이었다. 임 이사와 최 군을 소개해 주었고, 둘은 6개월 만에 결혼했다. 나는 임 이사로부터 마지막 공사 잔금을 받지 못했고, 그녀와 원수가 되어 다시는 볼 일이 없었다. 최 군 역시 대학 모임에서도 제명되었지만, 둘은 잘 먹고 잘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 년 후, 프랑스에 사는 후배가 사무실에 놀러 왔다. 

“언니, 내 친언니가 있는데, 언니랑 동갑이거든. 혹시 소개해 줄 남자 있을까?” 

후배 친언니 Ms. Park의 사진을 보자마자 내 머릿속엔 학교 때 음악동아리 후배 Mr. Lee가 매칭 되었다. 둘은 만나자마자 불같은 사랑을 했고, 3개월 만에 임신과 결혼을 동시에 해버렸다. 


“엄마, 프랑스에 사는 후배 알지? 걔 언니랑 내 대학 때 후배랑 소개해줬는데, 임신하고 이번에 결혼한대. 이번에 결혼하면 내가 세 커플째 결혼시키는 거야. 나 대박이지? 난 왜 누군가를 보면 잘 어울릴 사람이 떠오를까?”


자상하고, 고우시며, 품위 있는, 내 모친의 손은 매웠고, 욕을 못 하는 분이 아니라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다. 


나의 동물적인 매칭 감각은 날이 갈수록 급속히 발전했다. 

“언니, 나 교회 인테리어 설계해야 하는데, 누구 전문가 있을까?”

“친구야, 이번에 프러포즈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선배님, 암스테르담에 갈 계획인데, 건축적인 디자인 호텔에서 머물고 싶은데 소개해 줄 수 있어요?”

“누나, 오늘 비 오는데 내가 뭘 먹으면 좋을까?


나에게 질문하는 범위와 종류는 세계적인 이슈부터 사소한 개인사까지, 한때는 내 사업을 ‘인력사무소’로 바꾸거나, 명리학 공부를 해서 철학관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제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넘어, 생물-무생물, 물건-동물, 식물-음식까지 매칭의 의뢰와 해결사 코스프레를 하느라 정작 내 일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생겼다. 몇 년 동안 안식년을 가졌던 매칭 시스템은 근래에 딱 맞는 단어로 발현되었다.


‘융복합적 사고방식’


나의 중매(중간 매개)의 촉은 이제는 천당 직행 티켓이 아닌 융복합적 사고방식, 요즘 대기업에서 유행처럼 사용하는 단어인 ‘VWBE'[자발적(Voluntarily), 의욕적(Willingly)인 두뇌활용(Brain Engagement) 인재]

적 뇌 속 구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첫 번째 연결한 김 대리와 윤 기사 커플 집에는 내 속옷과 수저 젓가락이 있을 정도로 그 집은 내 집이다. 그들을 알게 된 지 30년이 되어 가지만, 여전히 나에 대한, 그리고 내 주변에 대해 보답을 하고 있다. 


세 번째 연결해 준 부부의 여동생은 여전히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다. 파리에 가면 숙박은 항상 프리패스이고, 프랑스 니스의 별장까지 내어 준다. 이쯤 되면 아직 천당을 갈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겠지. 이러한 융복합적 매칭 감각으로 내 주변의 거의 모든 지인은 서로를 알고 있다. 일종의 개 족보인 셈이다. 


어쩌면 매칭의 매칭의 매칭의 매칭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티모시 샬라메와 함께 봉준호 감독 영화의 미술감독을 할 수도 있겠지.’

라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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