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예술은 무엇을 전제로 하는가?

by kim hojin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의 빠른 발전을 체감하며 살고 있다. 창작의 영역에서도 이미 많은 예술가들이 인공지능과 협업을 시도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미적 경험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 앞에서 우리는 어떤 언어로 예술을 설명해야 할까?. 나는 이를 '인공지능 미학'이라는 이름으로 불러보고자 한다. 이 연재로 그 가능성을 탐색하고 추론해보기로 한다.


예술을 성립시키는 조건은 무엇인가?. 단순히 아름다운 결과물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한 행위와 의도가 아닐까. 미술사의 흐름은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예술은 언제나 인간이 행위를 통해 무언가를 만들고 그 과정 속에서 의도를 드러내는 순간에 시작되었다.

마르셀 뒤샹의 소변기 사례는 이를 잘 증명한다. 뒤샹은 그 오브제를 제작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존재하던 소변기를 전시장으로 옮기고 그것을 작품이라 선언하는 순간 사물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옮겨졌다. 아무것도 아닌 기물이 작품이 되는 데에는 작가의 의도와 선택이 개입해야 한다. 예술은 결과가 아니라 행위와 맥락의 산물이라는 사실이 이때 드러난다.


그렇다면 지금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나 음악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현재의 인공지능은 경험도 의도도 없이, 데이터와 확률의 계산을 통해 결과를 산출할 뿐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우리는 그것을 예술의 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예술이 늘 변화를 거듭해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앞으로의 가능성을 단정 지을 수도 없다.


미래의 인공지능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능동적으로 창작에 개입하거나, 예술가와 협업하는 주체로 등장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인간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예술을 예술이라 부르는 힘은 사회적 합의에서 비롯되며 지금까지의 역사도 그 합의 위에서 쌓여왔다.

만약 우리가 인공지능의 산출물을 예술로 간주하기 시작한다면 그 순간 그것은 예술이 된다. 예술의 전제를 인간의 경험과 의도에만 고정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주체와 함께 확장할 것인지. 이 질문은 앞으로의 세대가 풀어가야 할 미학적 과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