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bridzation : 인공지능과 혼성적 예술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성을 학습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하기위해서는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어떤 형식으로 가르쳐야 할까?
비너스 프로젝트는 지역의 예술적 토대 위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예술 감각을 얼마나 정교하 게 해석하고 재구성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우리는 대구라는 도시가 지닌 문화적 자산과 역사를 바탕으로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닌 지역의 예술 정신을 인공지능 창작의 언어로 확장할 가능성을 탐구했다.
프로젝트의 발상은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되었다. 1930년대 대구에서 함께 활동했던 시인 이상 화와 화가 이인성이 함께 찍은 사진 속에서 우리는 두 예술가의 대화를 상상했다. 당시 이들은 ‘영과회(英華會)’를 결성해 서로의 예술적 사유를 교류했는데 만약 이상화가 예술에 관한 생각과 시의 정서를 이야기하고 젊은 이인성이 그 대화를 회화로 풀어냈다면 어떤 시각적 언어가 탄생 했을까? 이 상상을 현대의 기술로 되살리고자 우리는 시를 심상화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하였고 이를 인공지능과 인간의 협력 학습방식으로 개발했다. 이 시스템의 기술적 설계는 경북대 학교 의료 인공지능 정성문 교수가 담당했으며, 팀원들은 시와 이미지의 데이터를 해석하고 학습 구조를 설계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슈퍼바이져를 맡았다.
그림 1 영과회 단체사진 무영당 1920년대
시인 이상화의 시에서는 정서적 리듬, 언어의 상징 구조, 현존하는 다양한 시 해석 자료와 논문 을 근거로 추출했고, 화가 이인성의 회화에서는 색의 대비, 구도의 균형, 붓질의 형태, 황토색의 적용 등을 근거로 분석했다. 이후 두 감각 체계를 각각 언어 모델과 이미지 모델로 분리해 학습 시킨 뒤 상호 교차하며 반복적으로 재학습하는 인공지능 협력학습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이 시스 템은 복잡한 구조이지만 어떻게 보면 단순한 OX 퀴즈의 형식도 갖고 있다.
그림 2 인공지능 협력학습 프로그램 화면
우리는 약 8,000여 장의 이미지를 직접 검수하며 협력학습의 정확도를 높였다. 이 검수 과정에 서 우리는 ‘슈퍼바이져’로 알고리즘에 참여했다. 인간의 직관을 기준으로 알고리즘이 생성한 결과 를 조율하고 재학습시켜 우리가 상정한 ‘이상화적 정서’와 ‘이인성적 화풍’의 근사치에 점점 도달 하도록 했다. 이 반복적 검증 과정을 통해 인공지능은 인간의 감각적 판단 구조를 이해하며, 시 와 회화가 교차하는 심상적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그림 3 비너스AI, <빼앗긴들에도 봄은 오는가?>(좌)와 이인성 작품(우)
비너스 프로젝트는 이러한 실험을 바탕으로 “협력학습 기반 문학작품 시각화 시스템”으로 발전 하였으며, 현재 특허 출원번호 10-2024-0166109로 정식 출원이 완료되었다. 이 특허는 인공지 능이 인간 예술가의 표현 방식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적 심상과 정서를 시 각적 언어로 변환하는 창작 지원 시스템으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전시를 통해 공개된 결과물은 이상화의 시적 감정을 이인성의 회화 언어로 번역한 이미지들이 었다. 관객들은 시와 회화가 한 화면 안에서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경험했고, 특히 실제 로 남아 있는 이인성의 유화 작품이 적다는 점에서, 협력학습이 그가 남겼을 법한 새로운 작품의 변주를 창조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비너스 프로젝트는 결과적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작을 대체하거나 흉내 내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심상적 확장과 개인적 정서의 시각화를 돕 는 새로운 창작의 도구로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언어와 색채, 감정의 구조가 교차하는 협력학습의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의 상상력이 도달하 기 어려운 이미지를 구체화하고 심상 표현의 한계를 보완하는 효과적인 생성형 알고리즘으로 기 능한다. 이 프로젝트는 인공지능이 예술의 경계를 넓히는 하나의 실험적 플랫폼이자 향후 다양한 예술 장르와 학문 분야로 확장될 수 있는 기초적 모델로 평가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