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이었다.
창경궁 후문을 지나 창덕궁 안으로 내려가는데
우측 담장 위로 조그만 현판이 보인다.
'기쁜 비'
궁궐의 전각치곤 소박하고 예쁜 이름이다.
누가 살았을까? 무얼 하던 곳일까?
검색해보니 세자 저하 공부방 옆에 딸린 누각이다.
약방이었을 거란다.
잠시 담장 옆에 서서 빗소리를 들어본다.
5월 살구나무에 부딪힌 연두색 빗방울 소리가 청량하다.
심한 가뭄에 반가운 비님이 오셨으니
임금님은 얼마나 기뻤을까
희우루.
살구 꽃비가 내릴 때 다시 한번 와보고 싶다
<희우루 이야기>
창덕궁 동쪽 왕세자 공부방인 성정각에 붙어있는 누각이다.
두 개의 현판이 걸려있는 게 재미있다.
남쪽엔 보춘정, 동쪽엔 희우루.
가뭄이 심했던 해, 정조가 이 건물을 중건하고 찾았을 때
마침 비가 내려 희우루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