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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슈맘 Apr 23. 2021

매일 밤 10시에 퇴근하는 엄마, 미워하는 거 아니지?

워킹맘 이야기

삼 교대 하는 직장맘이지만,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싶어서. 다 꿈 플래너를 사용 중이다.

한 주간의 계획을 적고, 매일 할 일을 시간별로 적어서 정리하는 플래너인데, 이렇게 기록하면 나중에 볼 수도 있고, 내가 어떻게 시간을 사용했는지 나중에라도 확인하면서 반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주 한주 계획을 세우면서 갑자기 울컥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새벽시간이라서, 내가 센티해졌나 싶기도 하고... 갑자기 서러워졌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전부 이브닝(오후 1시 출근 10시 퇴근) 근무였다.


" 삼 교대 하면 시간 활용이 자유로우니까요. 전 안 힘들어요"

" 나이트 근무가 되려 좋아요. 저만의 시간이 생기니까요"


이렇게 떠들고 다녔지만, 사실 나도 이제 나이트 근무가 힘들다. 새벽시간에 눈을 뜨고 앉아 있는 것 자체가

힘들고 기운이 빠진다.

아가씨 때야 나이트 출근 직전까지 자고 나왔지만, 아이 둘의 엄마가 된 지금은 낮잠조차 사치이다.


오늘부터 삼 일간의 야간 근무가 시작되었다.

아침 10시에 아이들 등원시키고, 하루 종일 집 청소를 했다.

안 보는 책들을 정리해서, 중고로 처분하고, 새책도 구입했다. 하루 종일 소파에 한번 앉을 틈도 없이

계속 무언가를 했다. 아이들을 하원 시키고, 오랜만에 엄마표 집밥도 해서 맛있게 먹었다.

설거지까지 끝내고, 8시에 출근을 했다.

결론은 아침 10시부터 출근 직전 7시까지 쉬지 않고 무언가를 했다는 것이다.

나이트 출근 전에는 예민해진다. 그냥 짜증이 난다. 잠을 못 자고 와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나이트 근무는 아이들이랑 잠을 같이 못 잘 뿐이지, 하원부터, 저녁 식사까지 내가 직접 해줄 수 있으니

그나마 괜찮다.


문제는 이브닝 근무..

이브닝 근무는 낮 1시 출근 밤 10시 퇴근이다.

아이 둘에게는 가장 잔인한 근무.


아이들은 아침 유치원 등원 때 말고는 엄마를 볼 수가 없다.

하원도 할머니, 저녁밥도 할머니, 씻는 것도 할머니..... (또는 아빠)


이브닝 근무 후 퇴근하면, 급하게 씻고 아이들에게 책 몇 권을 읽어주고 후다닥 재우는 게 전부이다.


플래너를 정리하는데, 세상에 이럴 수가...


월. 화. 수. 목(하루 쉬는 날) 금. 토. 일 이렇게 일주일에 6번이나 이브닝 근무이다.


" 그게 뭐 어때? 간호사니까 삼 교대 근무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

" 이브닝이면 잠도 많이 잘 수 있고 좋지 않나?"


생각해보려고 애썼지만, 그냥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자꾸 든다.

일주일에 여섯 번을 엄마 없이 하원 해야 하고, 밤 10시까지 하염없이 엄마를 기다려야 하다니.....


얼마 전에 직장인 건강검진을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다


"교대 근무를 하면 돌연사할 확률이 높아요"

"여성의 경우는 유방암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교대 근무는 건강에 안 좋아요"


그 말이 머리에 맴돈다. 돌연사도 할 수 있다는데, 게다가 아이들에게 이렇게 까지 하면서 교대 근무해야 되나?

최근에는 아끼던 후배의 갑상선 암 소식까지... 답답하고 혼란스럽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아이들을 6개월부터 엄마에게 맡기고, 10개월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고.

이러고 있는 것인가~~~


근무표를 원망하는 게 아니다. 그냥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매일 10시에 퇴근하는 엄마조차도 아이들이 사랑해주니까.

10시에 퇴근하면, 졸린 눈을 비비고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내 강아지들........


나는 내 직업이 좋고 자랑스럽다, 우리 딸들도 엄마를 자랑스러워한다.

그런데~ 삼 교대는........ 아이 둘 인 엄마에게는 무리인 걸까??

요즘 들어 자꾸 흔들린다.


" 아이들 어릴 때 바짝 벌어놔"

"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잖아. 엄마가 애들 봐줄 테니, 넌 그냥 일해. 걱정 말고"


우리 친정엄마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다.

남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아이 봐줄 사람이 없어서 못한다던데, 내가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는 거겠지?

그래도 유니폼 입고 병원에서 일할때,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활기가 넘치는 나다.


어디가서 내가 선생님~ 하면서 이런 대우를 받나 싶고, 그래서 때론 가슴이 벅찰때도 있지만..
힘든티 안나려고, 씩씩한척 하면서 삼교대 하는거 자랑하고 다녔지만, 오늘은 좀 부치는? 날이다.


야간 근무 중에, 자꾸 슬픈 노래는 나오고.

글을 쓰고 있는데 왜 울컥하면서, 눈물이 나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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