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나 지금 뭐 하고 있나

sns에 고사리 소식이 올라왔다

제주도, 지리산 하동 등지에서 거긴 여기보다 따뜻하니까

그러면서도 혹시 하는 생각에 어제는 아버지 산소에 가봤다

세상에나

고사리가 천지다. 다른 해보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거기에 누군가 벌써 다녀간 듯 꺾인 게 지천이다.

그래도 한 바구니 그득하게 따왔다

하루 세 시간 요양사가 오면 편하게 일하도록 자리를 비운다

작가답게 그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려고 마음먹었지만 집중도 안 돼 책도 글도 먼 나라 일이다

거기다 밖에는 일이 많다.

염소는 수시로 우리를 탈출해 남의 밭에 농작물을 뜯어먹고

어린 염소들은 철망 틈 사이로 풀을 뜯다 걸려 앵앵거린다.

눈에 띄는 게 다 일이란 말이다.

그걸 보고 눈 질끈 감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오늘은 매화꽃을 한 줌 따고 제비꽃도 따와서 물로 헹궈  말렸다

한 잔의 차로 만들어볼 생각이다

한 번씩 내가 간병을 하러 온 건지 농활을 하러 온 건지 헷갈릴 때도 있지만 생각해 보면 그 시간 나는 엄마에 대한 걱정 없이 머리를 비우고 그 자체를 즐기고 있다.

나쁜 게 다 나쁜 게 아니더라

매거진의 이전글 나만 불편한가 언니라는 호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