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에게

무슨 비가 장마처람 내리나

새벽부터 비가 계속 내려요

장마도 아닌데 장마처럼 비가 내려요

지상이 아니라 지하라서 일까요

빗소리가 더 가깝게 들려요

점점 가까워지다 내 가슴에서 투두둑 투두둑 들려와요


메리골드를 우려요

노랗게 잘 우러나고 있어요

이럴 땐 누가 같이 마셔도 좋을 텐데

오늘 옆방 작가는 정기 검진일이라 한양 갔어요

사실은

혼자 있는 게 좋아요

외로운 건 싫지만 고독은 좋아해요

그냥 그런 날이라서

장마처럼 비가 내린다는 메시지에 친구가 영감이 잘 떠오르겠다는 답장을 보내왔어요

그 답장이 왜 자꾸 이 방을 휘젓고 다닐까요?

영감님 안 와요

출타 중이신가 봐요

작가라고 매일 영감이 오고 그때마다 글을 쓸까요?

아니거든요

이렇게 혼자 청승도 떨거든요 ㅎㅎ

맞아요

이건 그냥 잡소리에 청승이 맞아요

비 때문에

저 빗소리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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