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자유로운 글쓰기 여행자 Sep 16. 2023
나는 왼손만 편애하는 편파적인 인간이다
오늘 보니 그게 더 확실해졌다
오른손잡이면서,
일은 오른손이 훠ㅡ얼ㅡ씬 많이 하게 하면서,
이건 그야말로 왼손에 대한 짝사랑이 아닌가
내가 내 고양이 뜬금이에게 무한 애정을 쏟아도 나를 제 집사나부랭이 따위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뜬금이 새퀴랑 똑같지 뭔가
며칠 전 옆방의 작가가 내 손에 꽃물을 들여줬다
50넘은 주름이 자글자글한 못생긴 손에 꽃물이라니
결혼 25주년 기념으로 파산을 선물한 남편이 죄책감에 사준 반지도 결국 왼손이 차지했고
암스테르담에서 막내딸이 사다 준 팔찌도 왼손이 차지했다
건방지고 오만한 나의 왼손
숟가락질도 할 줄 몰라 나에게 밥 한 술도 떠 먹일 줄 모르고
똥 싸고 뒤처리도 한 번 해준 적 없으면서
소주병 뚜껑 한 번 비틀어 준 적도 없고
나한테 와인 한 번 따라준 적도 없는
그러면서 욕심만 많은
힘들고 곤란한 건 죄다 오른손에 떠맡기고 슬쩍 오른손에 기대 거드는 척 흉내만 내면서 좋은 건 저 혼자 차지한 고약한 욕심쟁이
나의 왼손
나는 편파적인 오른손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