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죄

커피를 배신하고 바나나우유를 마신다

알뜰하지 못해서

아까운 줄 몰라서

혹은 주부답지 못해서

나는 식구들이 남긴 음식을 억지로 먹지 않는다

식구들은 정성껏 먹이고 남은 잔반을 처리하는 거? 딱 질색이다

아이들 어릴 때 아이들이 남긴 밥도 먹지 않았다

나도 내 양이 있으니 가족이 먹고 남은 걸 아깝다고 억지로 먹지 않았다

주부들이 그래서 살찐다고 하소연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나처럼 찌는 사람은 찐다

나는 뚱땡이다

오늘 아침

남편은 출근했고 두 딸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커피를 내리려다

어제 만들어 식구들에게 먹이고 남은 바나나 우유를 마신다

이렇게 나도 어쩔 수 없이 "식구들이 남긴 걸 먹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이따위 변명을 할 날이 되는 건가?

바나나우유는 죄가 없는데 마실 거면서 괜히 딴지 거는 이상한 아줌마가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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