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영화를 처음 봤을 땐 인물 간의 대화가 가장 이상하고 어색하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나의 모습을 떠올릴 때 어색한 침묵과 비영화적인 호흡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또 이는 홍상수 영화 속 대화 방식과 닮았고, 내가 봐온 수많은 극영화의 호흡과는 차이가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영화의 이미지를 보기 전에 작가 홍상수가 사용하는 서술 방식은 다른 영화적 요소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극영화에 리얼리즘을 부여하는 기술이고 기본이 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나의 개인적인 경험만 고려하여 편협한 시선으로 바라본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대화에 능한 사람이더라도 공백 시간의 차이일 뿐 대화 속에 지연과 단절은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다른 극영화 속 인물처럼 탁구를 하듯이 일정한 템포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지 않다. 이를 포착해 내고, 더 나아가 영화 속에 녹여낸 홍상수 감독의 능력에 놀라울 따름이다.
홍상수 감독은 위에 언급한 방식 등을 사용하여 하나의 ‘홍상수만의 장르’를 개척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넘어 비컨택스트적 요소를 끌어오는 것이 아닌 컨텍스트 안에서 영화적 요소만으로 완전 영화로 나아가려 한 시도는 대단히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