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착하기만 해서는 안됩니다. 착함을 지킬 '독한 것'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마치 덜 익은 과실이 자길 따 먹는 사람에게 무서운 병을 안기듯이, 착함이 자기 방어 수단을 갖지 못하면 못된 놈들의 살만 찌우는 먹이가 될 뿐이지요. 착함을 지키기 위해서 억세고 독한 외피를 걸쳐야 할 것 같습니다." - (故) 전우익,《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저자
오랜만에 만난 그에게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라고 했더니 그는 내게 밥을 사줬다. '사회적 기업이다'라고 했더니 그는 걱정을 했다. 아련한 눈빛은 서비스. 선입견이 무섭다. 중소기업이라고 하면 무(無) 복지와 고용의 불(不) 안정이 떠오르고,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면 어디서 김치를 담그고 있거나 양로원에서 어깨를 주무르는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밖에서 상상(?)하는 '나'와 실제의 '나'는 다소 차이가 있다. 논문을 읽고, 코드를 짜고, 실험을 하고 있다. 김치는 먹을 줄만 알고 딱히 종교는 없다. 기부를 하고는 있지만 연말에 전액 세액공제가 된다고 하는 10만 원까지만 했다. 나도 내가 더 중요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난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을 보면 참 멋있는 분들이 많다. PD님과 작가님들은 어떻게 그런 분들을 귀신 같이 찾아내시어 알려주시는지 감사드린다. 특히, 전 세계 6.25 참전 용사분들을 찾아가는 사진작가님의 에피소드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었다. 이 사진작가님은 본인의 업(業)을 그 이상의 것으로 끌어올렸다.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한 분야의 대가 분들이 자신만을 위하지 않고 다른 이들을 돕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만약, 멋있음에 점수를 매길 수 있다면 식스팩이 아니라 이러한 이타적인 행위가 채점 기준이 되었으면 한다.
창업을 준비 중인 많은 예비 CEO들이 사회적 기업을 꿈꾼다. 유능하고 멋진 일을 하는 사람으로 들린다. 미리 말하지만 쉽지 않은 길이다. 이윤 추구와 사회적 기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일 년을 굶으면 함께 큰 뜻을 품었던 동료가 떠나고, 그렇게 혼자 남아 다시 뭐라도 해보려 하겠지만 그때는 생존이 초심을 앞설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선택을 해보려 한다면 독해져야 한다. 주관적 생각이지만 데스밸리를 통과한 스타트 업의 인력들은 대체로 동 나이대의 대기업 친구들보다 강력한(?)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당신이 C-level을 희망한다면 반드시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영역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영업이던, 개발이던, 기획이던. 절대로 앞이 많이 생략된 '애는 착해요'라는 말을 들어선 안된다.
너무 부담을 준 것 같아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주자면 최근 ESG가 중요시되고 있다. 멋진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사회적 기업은 우리의 생각보다 그 종류가 다양하다 [1]. 반드시 바다 쓰레기를 줍는 로봇을 만들거나, 빨대를 대체할 신소재를 개발해야 하는 건 아니다. 당신이 가진 재능을 활용하여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의외로 많을 수 있다. 필자는 인공지능 개발자이다. 이런 일도 사회적 기여의 일부가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무언가 자꾸 반복하다 보면 우리 자신이 그것이 된다.'라고 말했다. 오늘도 멋있는 사람이 되고자 멋있는 척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