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알라 예찬 - 밤

느리게 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잠언시

by 김혁




코알라는

환한 대낮보다

어두운 밤을 좋아해요.


낮에는 실컷 자고

밤에만 먹기 위해서

슬금슬금 움직이지요.


<낮에 잃은 것을

밤이여, 돌려다오!> 라고

어느 유명한 책에도 쓰여 있고


상상과 창조를 원한다면

밤이 곧 선생이다! 라고 누군가

멋지게 갈파한 적도 있지만


코알라가 주로

밤에 활동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고


천적을 피하기 위함이지만

어쩌면 그런 목적 이상으로 밤을

더 깊이 먹으려는 속셈이지요.


(밤이 외롭고 아프고 쓸쓸한 까닭은

지구의 고독한 그림자이기 때문이죠)


달이 유난히 밝게 뜬밤이면

이상한 흥분으로 몸을 달달 떨면서

없는 죄를 털어내기도 하고요.


(코알라에게도 밤이 선생이고

다른 야행성 친구들도 이렇게

어두컴컴한 낭만을 즐기는 편이죠)

이전 08화코알라 예찬 -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