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는 내내..
한참 일하는 중에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큰일 났어! 티구가 보이지 않아!!”
“잘 찾아봐. 침대 밑, 소파 밑, 옷장 안에 있는 박스까지 다 봤어?”
“..
소파밑에 있어.”
오늘은 일 년 반 넘게 기다린 초고속 인터넷 설치를 하는 날인데 선을 끌어오고 어쩌고 하느라 2시간 정도 작업했다고 한다. 작업하시는 분이 도착하기 전에 고양이들을 전부 안방에 몰아넣고 문을 닫았다고 생각한 그는 온 집안의 문을 다 열고 일을 했는데 다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티구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한참 뒤에야 소파 아래에서 발견한 티구는, 그러니까 치치와 모모가 안방에 격리되기 이전, 작업자가 우리 집에 도착하기 전부터 거기 숨어있었던 것이었다.
나 말고는 좀처럼 곁을 주지 않는 티구는 낯선 사람이 오면 부리나케 안방 깊숙한 곳에 숨는 버릇이 있는데 이번엔 어쩌다 소파아래에 숨은 건지. 몇 시간 동안이나 온 집안에 문이 열려있었는데 소파 밖으로 나갈 생각조차 못했던 것 같다. 겁이 나서 온몸을 돌돌 말고 땡그래진 눈으로 바들바들 떨었을 녀석과 내가 없는 사이 티구를 잊어버렸을 까봐 식겁해서 찾아다녔을 남편을 생각하니 귀엽고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고 보면 이 집에 이사 온 초반에 캣티오를 통해서 몇 번 가출을 한 이후로 문이 열려있어도 나갈 생각 자체를 하지 않으니, 티구가 보이지 않으면 집안 구석진 곳을 찾아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긴 하다.
낯선 사람 보고 쫄았던 티구도, 고양이 잃어버렸을까 봐 심장이 쫄깃해졌던 남편도 다 고생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