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IGHT OF LOVE
책임에 뒤따라야 할 마땅한 권리와
권리행사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마땅한 책임이 부정되면
그 책임을 지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된다.
그리고 그 누구도 그 일을 하려 하지 않게 될 것이다.
마땅한 책임을 망각하고 권리만을 누리려는 비겁한 양심이 너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많아지다 못해 어느새 그게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것들이 현실이 무섭다.
사랑 없는 결혼, 우정 없는 친구, 배려 없는 사회, 베이스 빠진 음악이 되었다.
아무도 듣지 않는 나의 권리를 주야장천 외쳐봐야 들어주는 이는 없고
불평불만만 많은 사람의 투정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 뿐이다.
상식이 통하는 우리 사이의 관계는 이미 틀어질 대로 틀어졌고, 이를 바로 잡으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귀를 닫고 입을 막음으로써 당장의 어긋남을 눈감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는 그 와중에도 이해를 해야 한다 말한다. 들어야 해결이 된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경청이라 함은 상대방을 그 순간과 그 자리의 중심에 두고 집중하는 자세라 말한다. 상대방의 드러난 바람뿐만 아니라 감정, 표현치 않은 속마음에도 귀를 기울이라 말한다.
능동적 침묵인 셈이다.
있는 그래로 상대방을 알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부족한 나에게 이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소통의 출발과 핵심임을 인지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작금의 행태 속에서 나 혼자만의 진심 어린 호소와 경청은
빈 공간을 맴돌 뿐이다. 아무도 듣지 않는 카페의 인기 없는 음악 같은 나의 부질없는 생각들이지만,
날이 차가워져서 그런지 이해심의 바닥이 냉골이다. 부족한 나를 탓하기엔 그 정도가 지나친 것들이 자꾸만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적당히 웃어넘길 수도 있을 것이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만은 않다.
부쩍 차가워진 날씨 때문에 티셔츠 한 장으로는 도저히 추워서 버틸 수가 없을 것 같다.
바닥난 나의 인내와 이해심 때문 에라도 더 이상은 웃으며 받아주고 싶지가 않다.
부족한 나를 핑계로 그것들의 오만과 편협함을 이해하고 싶지 않다.
군고구마의 계절이다.
고구마는 물렁한 호박고구마가 맛있다며 건네는 손길에 평소 같았으면 이게 어디냐 감사히 받아먹었을 나겠지만,
고구마는 퍽퍽한 밤고구마죠라고 되받아 치련다.
그들도 있는 그대로 날 이해하고 받아주었으면 한다.
능동적 침묵이 나의 맞은편에서도 보였으면 좋겠다.
나를 그 순간과 그 자리의 중심에 두고 집중하는 자세가 보이길 바란다.
나의 드러난 바람뿐만 아니라 감정, 표현치 않은 속마음에도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