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사람은 그냥 잘하는 줄 알았다
4월에 네팔을 떠나 뉴욕, 멕시코, 켈리포이나를 스쳐 6월 말부터 한국에 있었다. 짧게 지냈다가 다시 제리를 만나기로 했는데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서 한 달 더 머무르게 되었다. 아! 맞다 사랑니 뽑는 게 가장 큰 일이었다. 감사하게 멋진 분들과 협업할 일들이 많았다.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2번의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티타임을 오픈했다. 일사랑 나사랑 워크샵에서는 일과 나의 마음에 대해서 더 깊게 대화를 나누고 싱잉볼 명상을 했다. 우리들만의 성과공유회를 오픈해서 사람들을 초대했다. 오….나 진짜 많이 했다. 모임에서 만난 분들에게 종종 온라인 싱잉볼 명상 줌링크를 보내기도 했다.
20대 자기 계발과 재테크로 유명한 시골쥐님과 협업을 하게 되었다. 시골쥐님은 7월 초 오프라인 강의장에서 만났다. 같이 사업가 모임 카톡방에서 감사일기도 공유하고 종종 서로 인사이트를 공유한다. 강의를 간다고 하길래 링크를 보니 내용이 매력적이라 나도 강남역으로 갔다. 무신사 출신 가영님의 쇼핑몰 마케팅. 똑 부러지게 체계를 잡으면서 직감을 휘두르는 사업이 멋졌다. 쉬는 시간에 시골쥐님과 민규 님, 그리고 선아님을 만나 강의 어땠는지 각자의 생각을 공유했다. 이렇게 주말에 강남역에서 공부한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시골쥐님은 진정성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20대 후반분들이 자기 계발을 하기 위해 모인 곳. 시골쥐님은 오프라인 강의가 처음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좋으니 자기 커뮤니티 대상으로 해보고 싶다고 했다.
오 좋지! 이전에 강의랑 컨퍼런스를 오픈해본 적이 있으니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다가 연사로 초대를 받았다. 아?
시골쥐님과 같이 일하면서 배운 것.
01 빠르다. 실행력이 빠르고 아쉬움이 없다.
그녀는 바로 쉬는 시간에 강의장 가격을 알아보고 사람 머릿수를 세었다. 간식 가격도 바로 확인하더니 할만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 바로 내게 일정이 언제가 좋은지 묻고 20일 뒤엔가 바로 강의를 오픈했다. 일단 해보는 거라고 했다. 할 수 있는 건 빨리 손에 쥐어 비교를 해보고 아쉬운 건 집착 없이 어쩔 수 없죠 하면서 웃었다. 같이 사업가 모임하면서 그 점이 놀라웠다.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회사들에 전화해서도 시장을 알아보고 전략을 세웠다. 실행력과 운영전략의 밸런스가 깔끔하게 똑똑하달까. 강단이 있으면서 유연한 마음이다. 상세 페이지도 PPT로 뚝딱 만들더니 아 부족하면 나중엔 잘하면 되지 하고 웃는 사람
02 일정 관리가 철저하다.
짧은 준비시간에 해내야 해서 그녀는 우리가 해야 할 업무를 일자별로 쪼개서 보내줬다. 협업할 때는 기본이지만 초반에 각자 해야 할 일들을 나누고 가이드를 명확히 정의했다. 같이 일하는 마음이 편하고 나도 종종 노션에 들어가 일정을 다시 한번 체크했다. 최근 프리랜서나 나와 같은 디지털 노마드 대상으로만 강의를 하다가 20대 직장 대상으로 하는 것도 새로운 시도였다. 거침없는 피드백으로 다시 내용을 쪼개고 기획했다. 강의 평가단 멤버들을 뽑아 강의 일주일 전줌강의를 했다. 좋은 점과 개선점을 빠르게 받아 당일에 더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었다. 청자가 바뀌니 또 다른 관점으로 재배열하면서 언제든 유연해야 함을 다시 배웠다.
03. 그냥 한다.
유튜브 인터뷰 촬영을 하는 날이었다. 구독자 20만이라 꽤 긴장이 되었다. 과연 그녀는 어떻게 촬영을 할까. 기대하고 판교에서 만났다. 그러더니 폰 하나랑 삼각대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두는 게 아닌가? 그러고 찍었다.조명 없나? 막 좋은 카메라 이리저리 찍어보는거 아닌가? 톡 보내던 그 카메라로 그냥...? 촬영 전에 질문 내용을 미리 내게 보내줬고 가이드 답변을 써서 보냈다. 그런데 대화하면서 방향이 바뀔 수 있으니 일단 찍어보자고 했다. 진짜 일단 찍었다. 중간중간 우리는 말도 엄청 더듬고 멈췄는데 절대 끊지 않고 그냥 이어나갔다. 그 점이 가장 놀라웠다. 철저하지 않았다. 그냥 찍는 거다. 잘 만들어진 결과물만 보고 시작도 다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일단 하는 거였어. 그날을 목격하고 나도 그냥 삼각대하나 들고 찍는다. 유튜브 계정도 시작했다.
(클릭해서 보시면 엄청 매끄럽게 편집된걸 볼 수 있어요! 아 진짜 그냥 하면 되는구나!)
04. 주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
인터뷰를 하고 강의 자료를 1차 검토하면서 강의 내용의 방향성이 많이 정리되었다. 20대 직장인을 위한 강의에서 타깃도 더 뾰족하게 설정했다. 직장인 2년 차 이것저것 잘하는 건 많지만 여전히 퇴사가 고민되는 분들, 그분들에게 새로운 삶의 이야기를 전하고 지금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실용적인 팁을 전달하는 것. 그러더니 그녀는 행사를 도울 분들을 적극적으로 섭외했다. 타 서비스와 제휴를 맺을 수 있는 것도 재빠르게 알아봤다. 킴제이 님! 저 플렉스워크 대표님과 미팅했어요! 현장 도와주실 리더분들도 섭외했고 전날 우리 집에서 잘 거예요!
그녀의 문장은 느낌표다. 또랑또랑 빛나 가지고 요리조리 해보는 귀여운 시골쥐. 나는 일을 하려고 할 때 혼자서 더 많이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의 시간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좀 민망한 구석도 있고. 그런데 결국 판이 다른 결과물은 혼자서 만들 수가 없다. 그 수준만큼 밖에 못 만든다. 같이 하는 사람들도 가치 있고 다른 이들도 함께 할 수 있도록 내가 더 적극적이고 매력적이면 된다. 그날 보고 나도 곧 오픈하는 다른 행사에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했다. 다들 많이 좋아해 주셨다.
반응이 좋았다. 토요일 오전 10시 강의인데 머릿 수 빡빡하게 다 앉아주셨다. 오전 너무 이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더 좋았다. 진짜 오고 싶은 분들이 왔고 리뷰에는 오전 10시에 들어갔는 데도 이미 자리가 다 차 있었다. 주말부터 뿌듯하다 등의 내용이 많았다. 강의를 하다 보면 앞의 청중들의 눈빛들이 강의 완성도의 90%다. 집중하는 반짝임에 더 건강하고 알찬 마음으로 마이클 잡았다. 하나도 떨리지 않았다. 설렘이 가득 찼다. 나의 시간이 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목격한다. 하기 잘했다. 시골쥐님이 하자고 할 때 부담되었지만 일단 해보겠다고 한 거 진짜 잘했다.
시골쥐님이 사회를 보면서 마이크를 잡았는데 그녀가 더 또랑또랑 해지는걸 옆에서 봤다.
다음 연사는 골쥐님이 해야한다. 온라인에서 풀어내지 못 한 그녀의 이야기가 엄청나다. 아 뿌듯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