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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Sep 08. 2024

아픈 아기를 보고 내가 병이 났다3

https://brunch.co.kr/@kimikimj/120


배가 아파 숨을 못 쉬겠다. 급체인가? 위경련인가? 거실로 나가니 엄마가 놀란다. 잠깐 누웠다가 토를 했다.

이럴 때 약을 먹어야하나? 모유수유면 타이레놀만 가능한데 괜찮나?  빈속이어도 되나? 제리한테 물어보려다가 제리는 아기를 데리고 있으니 검색을 해본다. 손이 떨리고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남동생한테 전화를 해서 물었다. 목소리가 안좋았는지 동생이 많이 놀란다. 설명을 이것저것 할 수가 없으니 약만 알아봐달라고 했다.


1분 뒤에 전화가 왔고 집에 오고 있는 길이라고 했다. 일단 병원에 가자고 수액을 맞으면 된다고 하는데 아니다. 모든게 일이다. 아픈 몸도 힘들고 아기를 두고 가기가 마음이 불편하다. 제리가 탄산수를 줬는데 먹자 마자 다 뿜어 토했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며 동생이 집에 왔다 


"병원에 가면 더 힘들거 같아. 일단 한숨 푹자면 괜찮아 질거 같은데.."

"알았어 그럼 여기서 좀 기다리다가 갈게"


정신없이 허겁지겁 잠을 잔다. 전화가 와서 깼는데 생각보다 개운하다. 다시 자본다.

일어나니 동생도 갔고 몸도 한결 괜찮다.


그러고 보니 나는 아플 때 푹 쉬고 싶어하면서 아이는 내가 여기저기 다 주무르고 난리다.

그래 아기한테도 쉼이 필요한걸 수 있어. 해열제는 4일이나 먹었으니까 먹지 말고 있어보자. 38도 넘어도 다시 내려가니까 이번에는 약없이도 내려가는지 보자. 아기는 계속 잤다. 그게 무서웠지만 지금은 아기의 쉼을 믿고 밀어줄 때다.


 위경련이었던 것 같다. 잠을 못자고 스트레스가 쌓여서. 제리가 물수건 안해주는걸 보고 화딱지가 나서 그런 것 같다. 근데 이 전 글에도 썼지만 제리가 맞았었다. 쓰러진 내가 너무 촌스럽다. 아기가 아픈데 내가 정신차려야하는데. 월요일 밤 아이가 점점 괜찮아진다. 잠깐 열이 떨어질 때면 웃고 놀기도 한다.

화요일 큰 병원 예약을 했는데 그 시간에도 푹 자길래 수요일로 일정을 바꿨다. 수요일이 되니 기운이 나길래 예약을 취소했다. 아이는 천천히 꽃피듯이 기운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에겐 폭풍우가 지나갔다. 그러고 정신차려보니 이거 위험하다.

첫아이고 다들 처음 아프면 난리라고 하지만 지금 내 모습이 현명하지 않다.

극도의 불안으로 태어나서 처음 위경련이 왔고 제리가 미워진다.

제리가 예민해서 힘들다고 생가했는데 내가 예민하다. 바늘이 돋은 지뢰들을 사방에 뿌려놓고 하나만 건들여보라며 째려보고 있다. 엄마가 나한테 잘하고 있다고 해도 그 말이 거짓같다. 못 하는 나를 그냥 위로 해주려고 하는 말 같다. 제리가 편하게 쉬라고 하는데 잠을 구태여 끊어내고 잘근잘근 불안을 만들어낸다.

나는 못하는데 다른 가족들과 엄마들은 잘 하는거 같다. 나도 뭐라도 해야할거 같아서 굳이 안자고 무언가 해보려고 한다.


아프다. 이러면 안된다. 저번에 심리상담 3회가 끝나고 더 추가로 하고 싶으면 해보라고 지원을 받았었다. 도움이 필요하다. 많이 괜찮아 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아이가 39.7도를 찍으니 감정 압력 밥솥이 터져버렸다.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아이 모습이 계속 떠올라 주말에도 내내 아픈 아기들 블로그만 찾아봤다.

요로감염일지 모른다며 열이 5일이나 된건 이상하다며 걱정했다. 나는 이미 요로감염 걸린 아이로 만들어 걱정하고 있었다. 지금 이 글을 쓰니 내 모습이 더 객관적으로 보인다. 3편의 글을 쉬지 않고 주루룩 썼다. 극도의 불안함에서 상황을 어떻게는 쫓아가서 통제하려는 내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러지 않아도 돼.



잘하고 있어....내려놓을 필요가 있어. 그러기 어렵다는거 알아. 괜찮아 정말.

어려우면 지금 안해도 돼. 내가 천천히 짐만 들어줄게. 불편하면 다시 가져가. 그냥 지금만 들어줄게.

정은아. 많이 힘들었지. 무서웠지. 이해해. 모든 선택이 너에게 달려들어 숨이 조였지?

정은아. 내가 너 옆에 있을게. 지금 잠깐만 짐을 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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