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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Sep 09. 2024

내가 산후 우울증?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1차 상담 두 번째 후기

어젯밤 11시에 글 3개를 쓰고 오늘 2개를 쓴다. 손가락이 발랄하게 타자를 치며 내 마음을 다독인다.

글을 쓰니까 좋다. 생각이 글로 피어올라 눈에 잡힌다. 마음이 그랬구나. 지금 감정파도 아래 내가 보인다.

방금 전에 심리상담센터 갔던 글을 하나 쓰고 바로 두 번째 글을 적어본다. 아이는 지금 낮잠을 잔다.

자기 전에 보채고 많이 울었는데 잠이 올 때 마음이 이상한가 보다. 그런 울음을 들으면서도 내가 잘 못 한건 아닐까 수면 습관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생각이 많을 필요가 없으니 토닥토닥 재웠다.


오늘은 월요일이고 상담은 저번주 목요일에 받았다. 목금토일 별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아무튼 목요일에 선생님을 만났다. 1-2회 차는 쭉 살아온 배경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하나. 아이가 열이 나서 그걸 보다 위경련이 온 이야기. 주변에서 잘한다고 해도 거짓된 위로로 들린다는 이야기, 불안하고 스트레스가 쌓여서 그렇다는 말씀을 드렸다. 선생님도 첫째 아기 키울 때 많이 울었다 하셨다. 내가 아기가 자다가 열이 너무 올라서 잘 못 될 까봐 무서웠다고 하니 아이는 불편하면 바로 신호를 준다고 했다. 


아 선생님이 그 말씀도 하셨다. 인사를 하고 들어가 서류를 작성하는데 인사도 잘하고 밝아 보인 다셨다.

좋은 신호인가. 원래 인사는 습관이라 이걸로 나의 마음을 파악하긴 어렵지 않나 싶었다. 내가 기억하는 초등학교 9살 때부터 버스기사님께 인사를 했고 지금도 그렇다.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쭉 받아 적으셨다.

타인의 이야기를, 앞 뒤 안 맞는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는 건 얼마나 피로한 일일까.

선생님은 저번에 내가 보건소에서 상담을 3회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내가 밝다고 느껴서인지. 

내 상태를 나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서인지. 쭉 2-3분 이야기를 하면 지금 어떤 상태인가 보내요! 하고 말씀을 주셨다.


예를 들면 남편이 말을 하면 그걸 가만히 듣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아기를 맡겨도 잘 되고 있나 힘든 건 아닌가 하고 계속 체크하게 된다. 열을 물수건으로 닦아야 하는데 안 하고 있으면 화가 난다 거나. 엥하고 우는 소리가 나면 나가서 보게 된다고 말씀을 드리니 불안도가 높아 상황을 통제하고 싶어 하나 보네요 하셨다.

음. 조금 듣고 판단하시는 거 아닌가 불편할라는 찰나. 그 말이 맞다.


내 마음을 내가 모르니까 뭐라도 손에 쥐어 확인하고 싶은 거다. 확신과 신념이 없어서인지 남이 잘하는지를 본다. 그런데 기준이 없고 경험이 없으니 다 마음에 안 들고 예민한 거다. 그냥 시원하게 맡기고 한숨 자거나 쉬고 아이를 보는 게 좋을 텐데 그걸 못 하고 있다. 마음이 엎치락뒤치락하니까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다 큰 의미를 두고 붙잡으려고 한다. 


3년 동안 여러 나라 살아보며 일을 했고 출산을 위해 1월 말에 한국에 와서 4월에 낳았다고 했다. 적극적이시네요라고 하신다. 하고 싶은걸 다 이뤘는데 육아는 다르니까 힘든가 봐요. 꼼꼼하고 완벽한 성향인데 그게 기준이랑 안 맞나 보다 하신다. 음 나는 꼼꼼함이랑 거리가 있다. 선생님이 이론적으로 보시는 게 어색했지만 아직은 서로 누군지 합을 맞추는 단계라 생각해 본다. 친한 친구는 제게 똑똑한 병신이라고 해요. 덤벙거리고 실수도 많이 해요라고 하니 흠칫 놀라신다. 당당하고 당연하게 선생님이 정의한 나를 다시 한번 설명해서일까.


이번에 열이 나는 아이를 보고 무서웠던 이유가 태어나자마자 중환자실에 가서인 것 같다고 했다. 아이의 정서와 첫 만남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모유수유협회가 인증한 소아과에 가서 출산 전에 상담도 받고 자연주의 출산을 위해 운동을 꾸준히 했다. 약물에 취해 아이가 기운 없을 것 같아 약물개입을 최소화하여 김옥진 선생님과 준비를 했다. 태어나자마자 가슴 위에 올려 캥거루 캐어를 했다. 노래를 불러주고 뜨끈한 아이를 맞이했다 아이는 더 기어올라 고개를 여리 저리 휘젓더니 모유를 찾아 먹었다. 빠는 힘이 이렇게 큰가. 아니 태어나자마자 이렇게 찾아올 수 있나. 모든 세계가 열리는 것 같았다. 따뜻하고 반갑게 맞이하는데 병원에서 아이 염증수치가 이상하다고 했다. 양수가 샌지 18시간 지나 아이가 나왔고 항생제를 맞았는데 아이기에 도달되는 4시간 전에 출산했기 때문에 피검사를 해본다고 해셨었다. 태어나자마자 해야 하나 마음에 걸렸지만 절차라고 해서 했고 그러다 보니 위험한 숫자가 나왔다. 열은 없지만 2차 배양검사도 안 좋아서 입원을 해야한다셨다. 남편이랑 상의를 해본다고 하니 선생님이 더 짙은 목소리로 말한다

"어머니 지금은 입원 여부를 고민하실 때가 아니라고요. 어느 병원을 갈지 생각하셔야 하는 거예요"


선생님은 별문제 없을 거고 자신이라면 아이 데리고 집으로 갈 거라고 하셨다. 미국에 있는 의사 친구는 지금 그 한국의사가 보수적으로 진료를 하는 건데 자기 아기라면 입원을 시키겠다고 하셨다. 마음이 통했던 간호사 선생님은 그 선생님이 항생제나 입원을 쉽게 말하는 분이 아니셔서 자기도 입원하자고 했을 때 좀 놀랐다 셨다. 열이 안 나지만 나면 위험하니 호텔에 아기 잠깐 맡긴다 생각하고 면회 올 때마다 데이트한다고 생각하라셨다.


정답은 없고 의견들이 있다면서 저기 저 멀리 사방팔방 흩어져있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엄마가 결정하라고 한다.

이 작은아이가 아플 수도 있고 잘 못 될 수도 있는데, 의사 선생님이 말하는 저 영어단어들은 무슨 말인지도 몰라 두세 번을 묻고 아무 종이에 일단 적어보는데.. 결정을 내가 하라고?

너무 한건 거 아닌가? 하지만 또 남이 해줄 수가 없다. 울면서 나를 붙잡고 붙잡아서 결정을 했다.

모든 도로에서 울었다. 이틀 정도 아이랑 있다가 입원을 시켰고 집에 돌아오니 젖몸살이 올라서 괴로웠다.

지금도 글을 쓰다가 그 시간에 머물러 말이 샌다. 상담을 받으면서 입원했던 시간을 말하니 또 눈물이 난다.

아이는 아플 수 있다. 그리고 열이 나지 않아 퇴원도 일찍 했다. 그런데 그 갈고리가 심장을 움켜 내려앉아 바닥까지 긁어낸다 여전히. 


이번에 아기가 열이 나니 잠시 잠잠해진 줄 알았던 개울물 바닥 흙탕물이 다 올라온다. 히뿌연 손짓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아 모두 다 핡켜잡아 집어치운다. 편안하게 있었던 일을 흘려보내고 배우고 싶다. 

마이클싱어는 배우고 흘려보내라고 했다. 그게 안된다. 멀리 흘러가는 것도 다시 잡아 끌어앉아 장기속을 비집어 넣으려고 한다.

선생님이 인지치료를 하면 좋겠다고 하신다. 감정상태가 어떤지 어느 정도 본인이 알고 있으니 객관적으로 나를 더 잘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셨다. 그런가? 그랬으면 좋겠다.

티비를 보듯이 내 모습이 보일거라고 감정일기를 쓰라셨다. 감정, 행동, 생각에 대해서 쭉 적어보면 상태를 볼 수 있다고 하신다. 상담은 50분이었다. 그전에 서류 쓰고 이것저것 체크한게 20분. 금방 끝나서 속 시원하게 다 풀어낸거 같진 않지만 시작이니까. 선생님이 앞으로 어떻게 하겠냐 넌지시 여쭤보길래 그냥 다 해보겠다 했다. 선생님은 8회 다 계약할건지 여쭤보신거 같은데 그에 동의하면서 말을 애매하게 했다. 계약서에는 14일 전에 종료나 취소를 할 수 있다고 적혀있으니 진짜 별로면 그때 말씀드려도 되겠다 싶었다. 


이렇게 해야할 숙제도 주시고 하니 편안한 가이드가 되지 않을까 마음에 든다. 끝나고 앞에 있는 쇼핑몰에 가서 스시를 먹고 카페에 갔다. 스시는 별로였고 카페 음료도 너무 달았다. 다음엔 더 좋아하는 음식을 정성껏 먹어야지. 이래도 되나 근심어린 시간은 치우고 시원하게 지금에 집중하는 똘똘한 마음을 길러야겠다. 카페 카운터에서 펜을 빌려서 쭉 노트에 감정노트를 적었다. 감정도 생각도 구분되지 않고 마구 엉켜있지만 쭉 흘러나온다.

 3장을 갈아치우 듯 적었다. 이게 맞나 싶지만 틀려도 괜찮다 지금은 시원하다. 


상가유리에 내가 비친다. 살이 많이 쪘다. 몸이 둔해보인다. 출산 하루 전까지 춤추고 운동했는데... 아이를 낳으면 운동도 하고 몸도 금방 돌아올거라 생각했다. 마음이 휘몰아쳐 질식할 것 같던 하루들. 거울 속 내가 다르게 보인다. 시간이 이렇게 지나버렸다. 나를 본 적이 없었나. 그 만큼 나를 못보고 안보고 살았다.

지금의 방법이 맞는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집밖에 나왔다는 것. 나를 돌보려고 시작을 해봤다는 사실이 개운하다. 길이 길다. 또 좋아졌다 잠심되었다가 오르락 내리락 하겠지만 아기 열처럼 최고점이 39.7이 었다가 38.6... 38.3...37.6도 이렇게 내려오지 않을까? 감정이 고열처럼 치솟을 때도 내려갈 것을 안다. 그러니 급히 마음을 섯부르게 정의하지 않고 찬찬히 다독여줘야지.


아기가 열을 이겨냈듯이 나도 이 시간을 보내는거야. 하나의 면역력을 얻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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