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만에 다시 만난 요가 선생님들
태국에서 가족들을 보내고 제리랑 내가 남았다. 한국으로 돌아갈까 태국에서 무엇을 더 해보고 싶나 대화를 나눴다. 7개월이 지나가면 비행기 타기가 어렵다는데 태국에 더 있을까? 어떤 시간을 보내야 더욱 만족할 수 있나. 꽤 불러온 배를 쓰다듬어본다.
"네팔 어때?"
생각하지도 못했다. 아 정말 좋지. 그런데 제리 네가 괜찮겠어? 일도 해야 하는데 네팔은 인터넷도 전기도 잘 나가는데... 도로도 전기도 편한 곳 없는 이곳에 제리 너 괜찮겠어? 근데 그게 무슨 상관인가 내가 가고 싶은데.
마지막 욕심을 더 짜내본다. 먼저 제안해 준 제리도 정말 고맙다. 가면 인터넷 잘 안된다고 짜증 내고 예민해질까 봐 신경 쓰여서 몇 번이고 네팔에 대해서 설명했다.
가서 선생님들을 보고 싶다. 사랑하는 푸르나요가센터. 라즈, 수딥, 모두 보고 싶다.
내 마음도 몸도 천천히 느려 뜨려 보고 싶다. 수딥에게 네팔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축복이고 환호성이다.
설레어서 아껴말하고 싶다. 진짜 비행기표를 샀을 때 도착했을 때 연락하고 싶어!
제리 일 상황을 살펴보기로 했다. 방콕에서 머물면서 쉬고 제리는 일의 속도에 더 집중했다.
일주일 정도 방콕에서 지내다가 네팔 표를 샀다. 9만 원인가에 편도로 갈 수 있는데 내가 샀던 표다
9개월 만에 다시 가는 네팔. 2023년 2월 말에 나 홀로 네팔에 가서 5주 정도를 지냈었다.
그곳에 다시 남편과 뱃속의 행복둥이와 함께 간다.
출발 전날 수딥에게 연락했다.
"표 샀어요! 내일 카트만두로 가요. 바로 포카라 가는 비행기를 탈 예정인데 혹시 모르니 카트만두 도착해서 연락할게요!"
네팔의 날씨는 변덕이 심하고 공항 스케줄은 언제든 변한다. 취소되고 비행기표도 1-2시간 지연이 기본이다.
방콕에서 출발하려고 보니 포카라 날씨도 괜찮아서 바로 비행기표를 샀다. 가장 마지막 표였던 것 같다.
이곳을 제리와 함께 간다니 네팔의 친구들과 선생님을 소개해줄 수 있다니!
깔끔쟁이 제리가 불편해하진 않을까 고민이지만 지금은 나의 시간이다.
카트만두 도착해서 바로 포카라로 떠났다. 수딥이 택시를 보내줘서 바로 푸르나 요가센터로 향했다.
울퉁불퉁한 흙길. 어두운 밤을 조용히 빛내는 가게들의 작은 빛. 요란하고 시끄러운 이곳.
포카라에 다시 내가 왔다. 푸트나 요가센터 가려면 비포장 도로를 가야 한다. 이전에도 택시나 바이크를 타면 길을 모르는 분들이 대다수고 어려운 길이라며 화를 내는 분도 계셨다. 울퉁불퉁한 길 끝에 택시가 서고
수딥이 머리에 라이트를 붙인 채 서있다. 택시는 수딥을 스쳐 조금 더 가서 멈췄는데 고개를 계속 돌려보고
계산하고 내리느라 정신이 없다.
수딥!!!!!!!!!
달려가서 바로 푹 안겨본다. 나의 선생님, 나의 친구, 나의 우주의 문. 수딥
밤늦게까지 나를 기다려줬다. 제리를 소개해주고 계단을 올라 요가센터 앞 의자에 앉아본다.
맞아 이 공기야. 어두운 밤 수딥의 밝은 눈동자가 나를 반긴다. 여기에 다시 내가 오다니!
언제든 다시 오겠다 말했는데 진짜 내가 왔다. 밤이 늦어 간단히 인사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까끌까끌하고 차가운 바닥, 거친 이불, 삐그덕 거리는 문과 창문들이 포근하다.
찬물로 샤워를 했다. 태양열로 온수를 만드는데 밤이 늦어 조금 더 틀어놔도 물이 차가웠다. 난 안 씻어도 그만이지만 제리생각해서 씻었다. 그전에는 다 좋았는데 파트너가 불편해하진 않을까 생각하니 여기저기 불편할 수 있는 부분들이 보인다.
아침 6시 좀 넘었다 새소리와 함께 싱잉볼 소리가 들린다. 아침을 고요하고 맑게 열어주는 이 소리!
바로 이거야! 반가워서 다 뛰쳐나가고 싶다. 수딥일까? 라즈일까? 아침에 명상을 하고 수딥과 함께 가볍게 요가를 했다. 시원하고 포근한 이 새벽들아 반갑다. 내가 왔어.
9시 30분 아침식사 시간. 두근두근 선생님들이 오겠지. 네팔 오기로 결심했을 때 라즈나 다른 선생님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고. 또 막상 하려니 손님으로 왔는데 또 호들갑 떠는 것 같았다. 신나는 이 호들갑은 만나서 맘껏 하기로!
"킴제이!!!!!!"
밖에서 크게 나를 부른다. 누구긴 누구겠어 라즈지. 아! 나의 반가운 라즈
라즈랑은 안나푸르나를 함께 다녀왔다 11일을 함께 명상하고 요가하며 산에서 지내면서 영혼을 교류했다.
처음엔 별로 대화할 일도 없고 축제날에 색가루를 내 눈에 뿌리는 바람에 서로 어색했었는데.
나중엔 자기 수업도 나에게 맡길 정도로 가까워졌었다.
"킴제이! 내가 늦게까지 기다리려다가 아침에 더 반갑게 맞이하려고 잤었어 ㅎㅎㅎ"
모든 시간이 반가움이다. 다시 요가시간 편안하게 몸을 놓아본다.
선생님의 말은 잔잔한 배경음이 되고 내가 원하는 흐름을 택해본다.
임산부가 저 동작해도 되나? 임신해서 여행해도 되나? 임산부가 네팔가도 되나? 생각을 묻지 않는다.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흘러가는 게 정답이다. 고요한 물결뒤로 또렷한 바람이 덮힌다.
"아가야 엄마가 네팔에 왔어. 몸도 마음도 다 너랑 하나란다"
요가가 끝나고 차를 마시러 내려왔다.
파란 눈에 머리를 질끈 묶은 여성분도 찻잔을 찾길래 한잔 건넨다. 호주에서 온 멜라니
"혹시 배 속에 아기가 있나요?
"어? 네 맞아요"
"몇 개월이에요?"
"지금 6개월 곧 7개월 됩니다!"
활짝 웃으며 축하해 준다. 요가할 때 내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단다. 자기만의 흐름으로 가는 걸 보니 멋졌다고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네. 내가 엄마가 되는구나..
* 그 다음편에선 멜라니에게 들은 엄마 여행자의 삶, 수딥과 나눈 대화들이 소개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