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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Sep 12. 2024

2번째 산후우울 심리상담! 포기하지 않아

아포가토를 먹으면서 글을 쓴다. 커피를 원래 안 마시는데 임신 후기 때문에 쓴 보리맛이 먹고 싶더니 종종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다. 집으로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후딱 글을 쓴다. 

심리상담센터를 다녀왔다. 저번주 갔다가 딱 한 주가 지나서 2번째갔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감정일기도 쭉 써서 갔다. 


"한 주 어떻게 지내셨어요?"


감정일기를 썼더니 생각이 객관적으로 보이면서 곱씹어 보기도 하고 또 소심해지는 부분도 있다고 말씀드렸다. 일기를 쓰면서 아 내가 감정적으로 이해받길 원하는구나 외롭구나가 보인다. 그러다 보니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제리가 채워주길 바라다보니 갈증이 생긴다. 어떨 때는 그냥 폭발해버리고 싶다가도 참는다. 참고 다독이다 보니 내가 작아져서 소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자다가 일어나서는 외로움에 덥혀 심호흡을 하면서 이불이나 뒤치락거린 적도 있다. 

완전 휘갈겨 쓴다. 감정, 생각, 행동. 너무 좋음. 나한테 딱 맞음. 한걸음 뒤에서 나를 다시 볼 수 있다.



제리는 현실적이고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한다. 좋다. 똑똑하고 그게 맞고 결국엔 나도 그 방법이 좋다. 얼마 전에는 산책을 하는데 뭐가 문제냐고 했다.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거 같다고 하니 몇 시간 자면 좋겠냐 묻는다. 글쎄 그냥 계속 자고 싶은데... 뭐 6시간이라도 푹 자고 싶다고 하니 아이가 잘 때 바로 자라고 한다. 맞다 맞는 말이다. 근데 재우고 운동도 하고 싶고 씻고 글도 쓰고 싶고 온전히 내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그게 없잖아.

그럼 낮잠을 줄여서 해보란다. 피곤하니까 아이 잘 때 자려고 하고 무기력하니 더 늘어질 때가 있다.

근데 씨름하다 재우고 새벽에 두 번 일어나서 수유하면 바로 잠들기가 어려워서 (다시 깨면 재우고. 유축해야 하고. 옷이 젖으면 갈아입고, 수유하면 목이 타서 물을 마시고) 하루종일 피곤하다.


바로 자라고 하는 답도 맞는데 그 똑똑한 정답이 내 마음을 말린다.

서로 서운해서 감정적이 될까 봐 참는다. 그래 일단 해보지 뭐. 그런데 대화를 하다가 제리가 어? 부정적인 내 버전이 나오려고 하니 이 대화는 멈추는 게 좋겠다고 한다. 그래 그런가 보다. 긍정적인 버전과 그렇지 않은 버전의 내 모습이 있다니... 중단된 대화에서 나는 반으로 갈라졌다.

걷는 내내 숨이 턱턱 막혀온다. 다시 저녁이 더워졌나 습해졌나. 얼굴이 화끈거렸다가 참아본다.

맞아 그게 다 맞다고.. 아는데..


선생님이 말한다

"공감이 필요한 건데.. 답답하셨겠어요"


맞죠?! 요동치는 감정을 붙잡아 보려다가 참는 것도 혼동이 되었다. 잘하고 있다. 힘들겠다. 피곤하구나 그 말이면 된다. 선생님께서는 듣고 싶은 정확한 워딩을 알려주면 좋겠다고 한다. 남편이 몰라서 그래. 공감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러니까 다 알려주라 신다


그래야 하나? 슬쩍 자존심이 상한 거 같지만 맞다 제리에게는 그게 필요할지 몰라.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니까 지금 문제를 해결하는 건 공감과 지지다. 그런데 그도 못 자고 못 먹고 피곤해서 더 어려운 거다. 서로의 피로함을 덜고 담백하게 말하자. 그러고 보면 그걸 되게 잘했던 것 같은데.. 그리고 그런 우리의 대화법이 웃기고 귀여웠는데 요즘은 내 마음이 여유롭지 못하다


아 또 좋았던 부분이 '나'를 주어로 말하기!

"너 왜 그렇게 말해?" '너'가 아니라 '나'단어 활용하기.

내가 이런 상황에서 이런 기분이 들었어. 좀 슬프고 당황스럽더라


포인트를 '나' 감정에 맞춰서 말해보라셔다. 좋다. 그런 건 아주 편하게 잘 말할 수 있다.

선생님이 지금은 아이들이 다 컸는데 막 태어나서 육아하는 그 시절로 돌아가라면 못 간 다셨다.

진짜 힘든 거 맞다. 못 자고 하고 싶은 거 못하고 진짜 힘들다. 다들 그렇다. 

주변에 아이 키우는 사람이 별로 없기도 하고.. 또 모유수유를 하다 보니 대답은 피곤하면 하지말라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모유도 분유도 다 해보는데 마음이 시원하지 않다.

편하게 부드럽게 이겨내고 싶다. 지금 이렇게 해보는 나를 듬뿍 칭찬해 본다.


잘했어. 고마워 나 자신

이 말이 마음에 고여있지 않으니 주변 지푸라기들을 잡아채느라 흙먼지가 날린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나에게 말해본다.

세상에서 가장 나와 친한 사람은 나다. 내가 주춤할 때 나서서 쉬라고 하고 응원해 줄 사람이 나다.

그걸 놓쳤던 거 같아. 


"선생님 전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걸 좋아해요. 지금도 글을 쓰니 더 편해지는 것도 있고 언젠가 이런 시간들을 말로 표현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저 이 시간 잘 보내고 싶습니다. 괜히 참고 넘어가서 아이에게 영향이 가게 가고 싶지 않아요."


선생님과의 50분 시간이 금방 가버린다. 선생님이 정서검사를 서비스로 해주신다고 하셨다.

기질검사 성격검사는 이전에도 해보고 싶어서 추가 비용을 내고 나중에 해본다고 했다.

다음 주에 정서검사 분석해서 적어준다셨는데 추석 연휴가 있으니 더 쉬시고 그다음 주에 해도 좋다고 했다. 

웃으시면서 좋다고 하신다. 심리센터 가보길 잘한 거 같다!


지금 카페에서 글쓰기도 잘했다. 4시 5분쯤에 아포가토를 시킬까 그냥 집에 갈까 했는데

아포가토 다 마시고 글을 쓰고 나니 4시 35분이다. 30분 동안 시원하게 샤워했다. 

이제 집으로 가야지. 집을 비웠다는 죄책감이나 민망함 따위는 갖지 않고 건강하고 당차게 들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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