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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May 31. 2023

미국서부 여행하면서 일하기?

새벽 2시 30분. 샌디에고 숙소에 도착. 씻고나서 글을 쓴다. 몸이 아파서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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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햇살에 화상을 입었다. 세뇨떼 수영할 때는 샤워해서 몸에 썬크림이 없는 상태로 들어가야하는데 (수질보호 목적) 신나가지고 놀았는지 다음 날 후끈후끈했다. 그런데 또 자고 일어나니까 몸이 타들어갈 듯이 아프고 진통제를 먹어도 몸이 주체가 안되는거다. 줌미팅을 할 때도 괴롭고 나중엔 긁어서인지 증상중에 하나인지 모르겠지만 두드러기들이 났다.


멕시코에서 3주 지내다가 켈리포니아에 왔다. 동생 부부가 미국에 온김에 시간을 맞춰서 서부로드 트립을 하기로 했다. 켈리포니아 중부 세크라멘토에서 9시간을 달려 라스베가스에서 동생을 만나기로 계획을 세우고 운전을 시작했다. 중간에 피곤할테니 다른 도시에서 1박 자고 넘어가기로 했는데... 밤의 산길에서 길을 한번 잘 못들었더니 GPS랑 데이터가 안잡힌다는걸 알게 되었다. 오프라인 지도에서 겨우겨우 도로 번호를 찾아가며 밤길을 헤매이다 도로에 뛰어든 사슴을 칠뻔했다. 거대한 몸둥이가 차 앞까지 뛰어들어 급브레이크를 밟고 나는 온몸으로 소리를 질렀다. 온몸에 식은땀이 나더니 그 뒤로는 땀구멍 하나하나가 예민해졌다. 다음에 한마리가 더 뛰어들었고 3,000미터 해발에서의 검푸르스르하게 쌓여있는 눈의 풍경은 게임 속이나 좀비영화의 한장면 같았다. 겨우겨우 데이터가 잡히는 곳에 이르러서 긴장이 풀린 우리는 트럭기사분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마트를 찾아갔다. 


밤 12시 30분. 일단 여기서 자고 다시 출발하기로 했는데, 영화에서 처럼 마트가 강도들에게 털리면 어쩌지 누가 차 노크라도 하면 어쩌지 긴장을 바짝하고 잠들었다. 2시간쯤 잤나 제리가 출발하려고 시동을 켜더니 깜짝 놀란다.차 배터리가 나갔다. 그래도 마트에서 잠들기 전까지는 농담도 하고 웃었는데 배터리가 나가다니 모든 시간들이 후회되기도 했다. 다행히 새벽마트 오는 운전자들에게 물어물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었다.


일주일 같았던 반나절의 여행이었다며 서로를 응원하고 열심히 달려 동생네 부부를 만났다. 건조한 네바다주, 라스베가스. 나는 배터리가 나간 밤 차안에서 떨어서인지,  감기인지, 켈리포니아 봄의 송화가루 알러지인지 목과 코가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콧물이 줄줄 흐르고 귀에서도 윙윙 소리가 났다. 맞는 약을 찾으면서 사가고 지금은 3일차? 4일차인데 더 괜찮아 지는건지 익숙해지는 건지 모르겠다. 


미국 서부 로드트립도 결국 결정한 이유가 긴 이동기간 동안 차에서 일을 할 수 있음이었다. 21년 6월 부터 10개월 동안 여러 도시를 이동하며 살았어서 이제 멀미도 안하고 일을 할 수 있다. 일, 가족과의 여행, 미국의 물가등이 부담스러웠지만 그 때문에 소중한 시간을 미루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도로에서는 웬일인지 인터넷도 자주 끊기고 식당이 많은 도시에서도 통신이 터지지 않기도 했다. 


인터넷 데이터 문제, 알러지, 일까지 꼬이니 순간순간을 즐기기가 어려웠다. 멕시코 떠날 때 즈음 잠잠했던 두드러기가 다시 올라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가려운데 그래서 그럴걸지도? 최근에 메인으로 하고 있었던 일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하루는 날 잡아서 그만할건지 계속 할건지 결정해야지 싶었는데, 그 일까지 제대로 안되니까 괴롭다. 어제는 밤10시에 숙소에 도착하면 새벽 4시까지 못 다한 일을 하고 낮에 일을 마무리 했다. 


디지털 노마드로 지내면서 일도 여행도 벅차다. 휴가가고 싶다. 7월에는 일을 줄이고 여행을 더 즐겨야겠다. 이렇게 다 놓칠 수 없어. 그래도 한번씩 숨을 내쉬면서 내 호흡에 집중해본다. 


I am here to grow, I am here to let it go


그래 시간이 부족하고 여행과 일이 벅찬게 아니라 몸이 아파서 그런거야. 몸이 아플 때는 마음을 더 달래주고 큰 결정을 하려고 하지 말아야겠다. 어떤 일과 여행의 형태를 내가 원하는지 더 잘 알기 위해 선택할 수 있도록 옵션들이 나에게 찾아오는 거야. 이럴 때일 수록 좋아하는걸 해야한다는, 나의 시간과 경험이 가장 우선순위임을 다시 새길 수 있도록 오는 시간이야. 몸관리 더 잘 하고 따뜻한 물을 마셔야지. 이번에는 3일 동안 같은 숙소에서 지내니까 푹 쉬어야지. 내일은 가족들이 여행길을 나서면 책도 읽고 해야하는 일도 후다닥 끝내야겠다. 말을 아끼고 이 소중한 에너지를 목이 나을 수 있도록 보내봐야지!


이제 새벽 3시.

30분 동안 글을 쓰고 나니까 마음이 정갈하게 정리된다. 여행 일정도 숙소도 다 짜놓은 제리에게 너무나 고맙다. 여행하면서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그에게, 아픈 나를 우선으로 집중하여 돌봐주는 마음 덕에 오늘도 푹 잘 수 있다. 신나게 즐겨주는 동생들을 보니까 뿌듯하다. 삶에서 여행과 일로 나를 배워가며 시간을 내어 가족들과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다. 오늘 도착한 숙소도 귀엽다. 정신 없어도 글을 쓰고 내일 요가수업 시간을 확인해보는 내게 감사하다. 넘실대는 아름다운 바다의 파도에서 허우적 거리지 않고 일단 해변으로 나와 쉼을 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즐기는 척하며 싸우려고 하지 않고 필요할 때는 한걸음 물러서서 여유로움으로 다독여 줄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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