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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May 30. 2023

안과간판 찾 듯 쉬운 인생의 기회

블로그를 보고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10분 정도 혼자서 인터뷰 영상을 찍어서 보내는 것이었는데, 청년들의 다양한 꿈을 위한 자리였다. 나는 디지털 노마드로 여행하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힘든 상황은 없는지. 결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등등에 대해서 영상을 찍었어야 했다.


이왕 찍는 김에 스튜디오에서 찍으면 좋을 텐데 어디 유튜브에게 무료로 지원해 주는 곳은 없을까 싶었다.

전국강사자랑이라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적이 있다. 그때도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니까 마이크, 카메라, 조명까지 잘 세팅되어 있어 가지고 목소리도 피부도 잘 나와서 좋았다. 분명 어딘가에 지원해 주는 주민센터나 청년 지원 센터가 있을 테니 검색해 봐야지 집에 가는 버스에서 생각했다. 잠실새내역을 지나면서 새마을 시장을 지낼 때 즈음이었나 창문에 기대서 이것저것 머릿속, 마음속 정리를 하는데 눈앞에 딱!


'스튜디오 촬영 무료 렌탈'

이라고 쓰여있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서 바로 사진을 찍고 위치를 파악했다. 일단은 집에 가야 해서 이것저것 일을 마치고 포스터가 붙어 있던 유플러스 매장에 전화를 했다. 유튜브나 팟캐스트 하시는 분들을 위한 스튜디오며 본사차원이 아니라 사무실 개인 차원에서 한다고 하셨다. 멤버십이 있어야 하는지 비용이 들어가는지 여쭤보니 사실 아무도 안 쓰고 있다고 그냥 와서 바로 사용해도 된다는 거다.


네? 바로 다음 날 가서 확인해 보니 진짜 무료로 쓸 수 있는 스튜디오다. 매장 안에 1.5평 정도의 라디오 부스처럼 생겼다. 마이크도 위쪽에서 멋지게 스틱을 타고 내려오고 조명도 있다. 케이블 선도 여러 개인 게 전문가 같잖아!

바로 영상 촬영을 했다. 매장 밖의 버스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부스 안에 있는 내 목소리도 다 들릴 테지만, 여러 목소리 톤으로 크게 질러보는 내가 뭔가 싶을 테지만! 괜찮다!

2시간 정도를 혼자 재촬영하다가 나왔다. 너무 신기하다.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눈앞에 딱 나타난다고? 믿을 수가 없다. 예전에 출판하고 싶다고 했더니 출판사 대표님을 소개해준 분도 계셨다. 수미랑은 통화하면서 나쁜 마음먹으면 안 된다. 지금 생각하는 게 다 이루어져서 이러다 사람도 죽이겠다. 무서울 정도로 신난다고 했다.

마음의 소리가 세상을 빚어내는 건가? 제발 해보라며 누군가 지금 나 도와주는 건가?






길을 걷다가 갑자기 예전에 받았던 라식 수술이 지금도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하나 생각했다. 꽤 지났는데도 잘 보이니까 집 근처 안과 가서 검사받는 게 좋으려나 싶었는데 눈앞에 안과 간판들이 바로 보인다. 잠실새내역에 이렇게 안과가 바로 보였나. 수많은 간판들이 많은 건 알았는데 안과를 생각하니까 바로 안과 단어가 눈에 보였다.


내과도 많나 싶어서 보니까 내과 단어들이 눈에 후루룩 들어온다. 깜짝 놀랐다.

그럼 인생의 기회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미 우리 눈앞에 수두룩 빽빽하게 있는데 마음의 상에 맺히지 않아 보이지 않았던 걸까?

찾고 있는게 뭔지 몰라 그저 바쁘니까 안보일 수 밖에. 때로는 헛소리로 장애물로 보일지도.

안과를 찾으면 안과가 바로 보이고 내과를 찾으면 내과가 바로 보이듯이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찾고 있으며 그에 맞는 기회의 시간이 '나 여기 있어요' 하고 손 흔드는 게 아닐까?


이미 내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딴생각하며 스쳐놓고 제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만 했던 게 아닐까?

삶의 행복과 사랑은 이미 있는 거라면? 애써 산을 올라 마음 고생하고 미친 노력을 해야만 얻을까 말까 한 결론이 아니라 이미 내 앞에 있는 현재진행형이라면?


마음의 때를 벗어 배우고 흘려보내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해야겠다. 원하는 것을 품는 순간 보일 수밖에 없어.

인생의 행복을 일구어가는 방법을 질문으로 품고 마음 창을 닦아야지. 맑은 웃음과 자유로운 혼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이 모든 기회들을 누린다. 따스로운 경험을 사람들과 나누며 마음의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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