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서둘렀을까

몸에 남아 있던 반응에 대하여

by 이니

수많은 자극 속에서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


그 반응은 어쩌면
생존일지도 모른다.


나는 내 식탐을 이해하는 데에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삼형제였던 나는
부족함 없이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좋아하는 것과
동생들에게 양보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늘 작은 갈등을 겪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그 갈등을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그렇게 반응했을 뿐이다.


독립해서 살게 되면서
그 감각은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다.
대학 시절 기숙사 생활을 하며
정해진 식판 위에 담긴 음식을 먹을 때는
더 이상 서두를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이미 그것을 지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갈 때마다
내 식사 속도가 달라지는 것을 보며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도
내 안의 어떤 감각은 여전히 살아 있었고
특정한 환경 속에서
조용히 나를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을.


동생들과 함께 있을 때면
먼저 먹고 싶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속도를 내고 있는 나를
어느 순간 바라보게 되었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그것은 의도가 아니라
오래전 몸에 남아 있던
하나의 반응이었다는 것을.


아마도
환경이 바뀌면서
그 어린 시절의 습관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드러날 필요가 없었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시 그 환경에 놓였을 때
나는 다시 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알지 못한 채로.


그리고
알아차린 이후에야
비로소 질문이 시작된다.

나는
이 반응을 계속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의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다시 선택할 수 있을까.


그 즈음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그의 방식은
나와 전혀 달랐다.

외동으로 자라온 그는
경쟁자가 없는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내어주어도 괜찮다는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함께 식탁에 앉아 있었다.


따뜻한 음식에서 올라오는 김이
조용히 공기 속에 퍼지고
젓가락이 그릇에 닿는 작은 소리만이
천천히 이어지고 있었다.


그날은 이상하게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나는 거의 생각하지 않고
손을 조금 더 빠르게 움직였다.

아주 미세한 차이였지만
내 몸은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은 먼저여야 한다는 것을.


그때
남편의 시선이 잠시 그 반찬에 머물렀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이거 먹어.”

짧은 한마디였다.


그는 젓가락을 뻗다가
그대로 멈추고
손의 힘을 풀듯
천천히 거두었다.


접시가 아주 조금
내 쪽으로 밀려왔다.

소리도 거의 나지 않았다.

그에게는

선택이라는 느낌조차 없었던 것 같았다.

그저
그래도 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 순간
젓가락을 들고 멈춰 있었다.

내 안에서는 여전히
앞서가려는 속도가 흐르고 있었는데
그의 움직임은
그 속도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짧은 침묵이 놓였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무엇이 나를 움직이고 있는지.


무엇이 이렇게
급하게 만드는지.

그 순간
조금 낯선 감각이 스쳤다.


지금
멈출 수도 있다는 느낌.

나는 아주 조금
속도를 늦추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반찬을 ‘먼저’가 아니라
그냥 ‘집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부족해지지 않았고
늦었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도 없었다.

그저
식사는 계속되었고
우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가끔
그 장면으로 돌아간다.


속도를 내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면
그 접시의 움직임과
그 짧은 말 한마디를 떠올린다.

“이거 먹어.”

그 안에 있던

어떤 여유와
어떤 충분함을.


그때마다
나는 다시 선택해 본다.

조금 늦어도 괜찮은 방식,
먼저가 아니어도 괜찮은 방식으로.


그 순간
반응과 선택 사이에
아주 작은 틈이 생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그 틈만큼
자유로워지는지도 모른다.


선택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이미 일어나고 있는 것들 사이에서
다른 길을 허락하는 일에 가까웠다.


나는 여전히 반응한다.
하지만
그 반응을 전부라고 믿지는 않는다.

그렇게
조금씩
나를 다시 사용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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