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따라의 지독한 사랑.

by 윤슬

2월 말. 어느 중년 남성이 원데이 클래스 신청을 했다.


숨고라는 플랫폼으로 개인 레슨을 받거나 유튜브를 통해서 오는 분들이 주 고객층이다. 어떻게 문의를 주셨냐 묻자, 나름 시스템이 갖춰진 곳에서 소개로 방문하게 됐고 하다보니 드럼이 너무 좋아 가급적이면 입시생처럼 수업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여 두배의 레슨비를 내고 2년간 수업을 받았단다. 무려 그 2년 동안 평일 (경조사가 없다면) 단 하루 빠짐 없이 오전 8:30부터 오전 10시까지 연습을 해왔다고 한다.


일단 오시라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서는 그간 배웠던 내용중 인상 깊었거나 기억에 남는 리듬이나 필인 혹은 노래 연주를 해보시라 했다. 첫 타를 치기 직전의 동작을 보자마자 알아 챘다.


"저길 손 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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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레슨생)의 동작은 악보에 찍힌 저 x들과 점들을 찍어 보려고 안간힘을 쓰시고 있으십니다. 하다못해 펜을 들고 점 하나를 찍으려면 펜을 잡고, 펜의 감촉이 어떤지 종이의 감촉과 두께는 어떤지 파악 후 어디에 점을 어떤 크기로 찍을 지 생각하면서 접근하지 않느냐라는 식의 수업을 진행했다. 순식간에 한 시간이 지나고 레슨생께서 이야기 했다. 이런 수업은 처음 들어봤다고.


본인(나)의 연습이 그러했고, 고민이 그러했으며, 연습과 고민이 몸으로 구사되는 순간이 오면 그 내용은 가르쳐도 된다는 기준이 어느 순간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업을 수년간 하다보니 상대가 드럼을 치지 않아도 스틱을 잡고 앉은 자세에서 부터 어떻게 칠지가 조금은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저 그걸 말로 표현하고, 보여주었을 뿐이다.


수업이 끝나고, 혹시 궁금하신 점 있으면 연락주시라 했다. 이미 기존 선생에게 배운지도 오래됐고 열심히 연습하고 계신터라 빼올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 수업이 매력적이라면 알아서 연락이 올거라는 예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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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후 개인 연습 중에 문자가 하나 왔다.

"수업을 받고 싶어 연락 드립니다"


그렇게 그와의 수업이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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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가 정식으로 수업하길 4주가 지난 오늘, 유독 그와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수업을 시작하면 상대의 분위기를 가늠해본다. 가급적이면 상대의 분위기를 봐가며 안부도 묻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묻고 농담도 따 먹을 때도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전남 한 시골에서 올라와 공부를 하고 엔지니어로 직장을 다니다가 IT회사를 차리게 되었다. 회사가 점점 커졌고 상장도 하게 되면서 본인도 이렇게까지 크게 될 줄은 몰랐단다. 부친과 동갑인 그에게 뭔가 모를 여유가 있다는 점을 느끼던 차에 그럴만 하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오늘 진도를 나가려던 찰나, 지난 시간의 내용을 잠깐 체크하려고 했더니 진도를 안 나가도 괜찮으니 제대로 짚고 넘어가잔다. 이왕지사 그렇게 오시게 되었으니 그리 하자 했다. 여전히 오전에 단 한번도 빠짐 없이 한달여를 연습하신 덕에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 보였다. 이만하면 넘어가도 될 법한데도, 왠지 밀어 붙이고 싶었다.


"(연주) 그건 아니예요. (연주) 그거예요. (연주) 아 그건 아닌데. (연주) 좀만 3번 손가락 뒤에 붙이시고. (연주) 그렇죠. 그거죠. 아주 좋ㅇ(연주) 그거 아니예요" 라며 손가락 동작 하나에 또 집중하게 되었다.

아! 네! 아, 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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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간에도 오늘따라 이야기가 많이 오갔다. 그 중, '이런 수업을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텐데, 선생님도 돈 많이 버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문을 띄우셨다. '아, 그죠ㅎㅎ'라면서 넘어가던 차에 요새 자기 주위 친구들, 가족과 지인이 먼저 떠나면서 줄 초상을 지내고 있는데 돈은 벌 수 있을 때 벌고 건강은 항시 챙기라는 말과 함께 갑자기 이야기가 불쑥 깊어졌다. 돈을 벌고 싶어서 생지랄을 하고 있는 요즘이긴 하다. 생각지 못하게 지난 출판했던 전자책 주문이 이따금 들어오고, 어쩌다 메이저 악보 판매처에 신청서를 냈다가 통과가 되어 악보를 업로드도 하고, 어쩌다 보니 넷플릭스에서 BTS 복귀 공연을 한다길래 관심도 없던 공연을 실시간을 보다가 '아, 저 곡 쳐야겠다'를 시작으로 악보판매처를 또 알아보니 해외 사이트가 있어 그곳에도 올리게 되고, 전자책 판매처에 패키지 상품을 세분화해서 걸고, 옵션 서비스도 열고 보니 결국 또 넓혀야 하는 곳들이 보이기 시작해 여기저기 확장하는 중이다.


https://youtu.be/nE5kq0bMFCM?si=LjzH-dqv-Daox5LU

대세에 잠깐 발 담가보자. swim스



이래저래 이야기하다가 막바지에 '김진말고 나훈아가 되세요'라길래, '저...그 세대가 아니라서...뽕짝 분할을 좀 해주셔야겠습니다'라고 이야길 했더니, 김진과 나훈아는 여러 이슈가 있어도 자기 세대가 좋아하는 가수임에는 틀림 없다, 김진은 다른 사람의 노래를 노래하고 나훈아는 자기의 노래를 만들어 노래한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교재의 글을 하나씩 다 읽었고 영상을 보면서 하는 멘트들도 자기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면서, 연습실에 혼자 글을 남기는 걸 보셨나 보다. 메모하고 연습할 거리를 찾고 그렇게 무언가 좋아하는 일이 일을 할 수 있게끔 남겨보라셨다. 엔지니어 시절 한참 푹 빠져 있던 지난 시간 동안 남겼던 자료들로 '아, 이젠 내 일을 해도 되겠다' 싶어 회사를 차렸단다. 원채 다른 사람 말을 의심하고 쉬이 받아들이지 않는 체질이라 그런갑다하고 넘어가려다가, '레슨 하나만 해서 돈 벌기 보단 여러 일을 벌려 보아요'라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돈 값어치가 충분히 되는 수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작업하던 페이지들을 집에 돌아와 일괄 수정해버렸다. 결국 장사꾼이 되어야 할테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혼자 연습을 하는데, 뭔가 오늘 하루가 참 '통'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요새 5:30이면 눈이 떠진다. 새벽 3시 이후에 잠이 들지 않는 이상 보통 1시에 잠이 들면 5:30에 눈이 떠지고 밍기적 대다가 아침을 먹고 악보를 제작한다. 전자책과 레슨, 행사, 동네 정보 등을 수집해서 다시 자료를 만들고 레슨을 준비한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1-2시간 운동을 한 뒤 레슨을 가고, 레슨 후에는 무조건 개인 연습을 곁들인다. 돌아와, 마저 작업을 한다. 이게 반복된지 벌써 2주가 지났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잡혔다.


두번째 책의 방향이.


메모로 남기던 내용들은 단기성 그러니까 단편 소설 정도의 수준이었는데 수업을 하며 찍은 동영상들을 하나씩 나열해보니 그간 수업에 진심이었던 태도에 진심으로 화답해주는 이들이 있었다. 내용이 아니라,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다.


지나고보니 한때 좋아했고 몸 담았던 곳으로부터 배우고 실행한 연습들이 순간들이 있었다. 실수도 있었고 시행착오도 있었기에 부정하고 싶었던 그 시절의 이야기가, 그 다음 이야기다.


사실은 고마웠고 미안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첫 책을 내었으나 진솔하게, 나의 그렇게 강하고 사랑하는 '척'하던 시절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는 직감이 든다.


하여, 두번째 책의 주제는 '동작의 사슬'이다.


사슬을 올라가, 풀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조금이라도 풀어 볼 애정과 정성이 있다면 해보자는 내용이다. 모션의 메커니즘을 알게 해준 그 시절의 고마움을, 연습때마다 느끼기에.


강사 나부랭이, 딴따라 라고 치부하는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저변에는 존경과 경외심이 있었다는 걸 알게된 하루였다. 또 낳아질 너를 기다리며.